선비사관학교 설립, 기숙사 생활교육 통한 도덕적 인재 키운다

“지방대학의 위기, 지방 중소도시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

[한국대학신문 백수현 기자]동양대는 ‘브랜드’가 강한 대학이다. 비교적 짧은 역사(1994년 개교)에 경북 영주에 위치한 작은 대학이지만, 확실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대학의 이름과 함께 붙어 다니는 공무원사관학교 외에도 철도사관학교, 국방기술대학 등 여타 지역대학들과의 차별성으로 한 발 더 앞서가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특히 올해 3월 예절‧인성 몰입형 기숙사인 선비사관학교를 설립해 인성교육의 메카로 본격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 뒤에는 대학 설립 이후 줄곧 총장직을 수행해온 최성해 총장이 있다.

취재진의 “캠퍼스에서 보이는 학생들이 표정이 유난히 밝다”라는 말에 그는 “올바른 인성교육은 학생들의 표정도 변화시킨다”며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예의범절 교육에 그치지 않고 옛날 선비들의 생활태도, 습관까지 교육함으로써 동양의 정신과 서양의 과학이 합쳐진 참된 인재를 키워낸다는 각오다. 즉, 온고지신(溫故知新)을 바탕으로 선비정신을 함양하면서 현대 과학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인간형을 구현하는 것. 바로 동양대의 비전이다.

 

▲ 최성해 동양대 총장

-동양대는 국내최초·유일의 공무원사관학교, 철도사관학교, 국방기술대학을 설립, 운영하며 지방대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정책들은 정치논리에 의해 수도권 중심으로 집중돼 왔다. 과거에는 지방 국립대가 연세대나 고려대보다도 입학성적이 좋았다. 단순히 지방대학들이 경쟁력이 없어서 위기가 온 것이라기보다는 정책적인 잘못에 기인한 면이 크다. 이런 역경 속에서 생존하려다 보니 많은 경영전략들에 대한 연구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현재는 그 결과이다. 물론 우리 대학이 다른 지방대들보다는 학교 브랜드가 훌륭하다고 해도 그 한계를 완전히 벗었다고 보긴 어렵다. 대학 정책의 개선이 절실한 시점이다.”

-지방대학 발전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방의 발전이 바로 나라의 발전이다. 사실 일류 대학들이 서울에 몰려있는 나라는 아마도 우리나라 밖에 없을 것이다. 지역 발전을 반드시 경제적 논리만으로 볼 수는 없다. 논농사가 경제적 가치가 없다고 다 포기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마 홍수가 상시적으로 일어날 것이고 전쟁이 나면 식량이 바닥날 것이다. 지역교육도 그러한 차원에서 봐야한다. 지방의 대학들은 지역 경제와 상생하는 구조이다. 지역대학은 각 지역의 다양한 산업과 문화 및 경제 활성화의 주역이기 때문에 지역경제의 타격은 결국 중소도시 지역의 몰락을 초래한다. 우리에게 돌아갈 고향은 물론, 미래도 없다는 점을 기억해 주셨으면 한다.”

-올해 초 체계적인 인성교육을 위해 선비사관학교를 설립했다.

“보통 선비와 양반의 개념을 혼란스러워 하는데, 양반이 조상들의 이름에 기대는 과거 지향적이라면, 선비는 과거시험을 통해 출세를 하려는 미래 지향적인 성격을 지닌다. 사관학교 형태로 운영한 것은 올해 처음이지만, 그동안 강의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선비정신을 함양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 진행해왔다. 선비사관학교는 문화 체험을 통해 △선비정신의 미래지향적 계승 △예의와 도덕을 실천하는 인간 육성 교육 △인성교육을 통한 도덕적 인간 양성 등을 목표로 설립됐다. 또 선비는 사상, 철학, 교육, 학문적이다. 핵심을 말하자면 기숙사 생활을 과거 선비들이 살아온 방식으로 하는 것이다. 희망하는 학생들 가운데 별도의 선발과정을 거쳐 선발(120여명)하는데 전체 학생의 약 10%가 입사한다. 한 학기제로 운영하고 희망자는 한 학기 더 연장할 수가 있다. 선비사관학교에서 시행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이수자에 학점 인정을 하거나 수료증을 수여하고 다음 학기 생활관 신청 시 우선권을 부여한다.”

-입교생들의 일과가 궁금하다.

“매일 30분 이상 꾸준한 명상수련을 통해 정서안정과 인성함양을 도모하고 기상 후에는 선비체조, 택견, 등으로 체력을 단련한다. 학생 건강을 위해 금연 클리닉과 다이어트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더불어 선비의 가장 기본적인 교양 함양을 위해 동서양 고전 또는 신문을 읽고 토론하기 등을 진행한다. 국궁, 요가, 서예, 한자급수, 외국어, 다도 등 동아리 활동도 주 1회 이상 하도록 하고 있다. 교육을 실시한 이후 학부형들에게 자녀가 달라져 기쁘고 감사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많이 받았다.”

-개방 강좌인 인문학 콘서트를 2년째 진행해왔다. 지역 주민과 학생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고 들었다.

“그 동안 우리 대학은 ‘동양의 정신’과 ‘서양의 과학’을 조화시킨 참된 인재를 양성하는 데 매진해 왔다. 인문학 콘서트는 정부정책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데, 경북지역에서는 동양대가 유일하게 선정됐다. 인문학이 주는 딱딱한 이미지를 벗어나 대중들에게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주제를 다소 흥미롭고 가볍게 선정했다. 실제 강좌를 진행해 보니 학생들과 지역민들의 관심이 엄청나다. 인문학의 대중화를 선도하고 지역 청소년들의 올바른 가치관과 건강한 인생관 함양이 가능하다고 본다. 올해 4월에도 안동교도소에서 수용자를 위한 인문강좌프로그램을 4주간 진행해 좋은 호응을 얻었고, 교도소 측의 요청으로 하반기(11월경)에도 수용자인문강좌를 안한 번 더 진행하기로 예정돼 있다.”

-인문학 교육의 필요성은.

“점점 살기 편해지는 세상이 되고 있다. 몸은 편해졌을지 몰라도 정신은 더 빈곤해지고 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단편적이고 즐기기 위한 인간관계가 만연하다.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사람들의 정신은 공황상태가 되고 있다. 목표의식이 없어지고 나약해지는 것이다. 정신문화를 키워줌으로써 인간의 무한한 창의성을 개발해야 한다. 바로 그 자제가 철학이 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인간을 지탱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라고 본다. 인간의 존재가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등을 생각하는 기회를 줘야 한다.”

-동양대의 교육이념은 선비정신과 소수서원의 교육정신 계승으로 압축할 수 있다. 최근에는 서원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던데.

“문화재청의 후원을 받아 세계유산 등재추진단에서 주관한 대회로, 5월 말 우리 대학에서 개최됐다. 한국, 터키, 중국, 일본, 대만 등의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 우리 전통 문화유산을 세계에 알리는 한편 문화 한류의 바람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매우 깊은 의미를 지니는 행사다. 서원은 현대적 개념의 대학과 연구소 그리고 현대 민주주의 꽃인 지방자치의 이념을 실현하는 장으로서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최초의 서원인 소수서원(紹修書院)은 선비정신의 태반(胎盤)으로, 우리 지역에 위치해있다. 우리대학이 선비정신과 소수서원의 교육정신을 잇는다는 건학정신을 가지고 설립됐기 때문에 학술대회 개최가 더욱 의미 있었다.”

-2014학년도 첨단 군사 기술 장교의 육성을 위한 컴퓨터‧정보통신 군사학과를 신설한다. 육군과의 협약에 의해 기술 분야 군사학과를 선정한 것은 동양대가 처음인데.

“40명의 신입생을 선발한다. 일반 군사학과는 주로 인문사회 분야의 장교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면, 우리 대학 군사학과는 정부의 ‘국방 비전 2020’을 기초로 군의 과학화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따라서 이공계열 학생들이 대상이 된다. 사실 이는 우리 대학이 그 어느 대학보다 먼저 도전해 개척해온 분야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군 정원감축이 진행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기계를 통제할 수 있는 장교를 체계적으로 길러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후 백선엽 장군이 회장으로 계시는 대한민국육군협회에서 활동하고 군에 대한 공부도 하는 등 노력을 많이 했다. 첫째, 학비 걱정 없이 군사학과를 졸업할 수 있다는 점, 둘째, 최신시설의 기숙사를 4년 동안 제공 받고 군사학과 학생 전원이 재학 중 해외 기술 교육기관 탐방을 비롯한 다양한 실습을 하게 된다는 점, 셋째, 전원이 토익 700점 이상, 기사 자격증 취득, 태권도, 유도, 검도 등 유단자가 돼 기술병과 장교로 임관될 수 있다는 점 등이 특징이다. 군사대학의 메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최근 필리핀 병원에 의료정보화(EMR)시스템 구축을 위한 ‘KOICA 사업’에 선정됐다.

“한국과 필리핀 친선병원의 의료정보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현재 필리핀에서는 병원 의료 행정이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병원들에 의료 정보시스템을 구축해줌으로써 효과적인 병원 및 환자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수익적인 면에 대한 고려보다는 경험을 하자는 측면에서 도전했다. 해당 지역인 필리핀 카비테의 보건환경을 면밀히 검토해 지역에 가장 적합한 의료정보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방학을 활용해 각종 시설물 정비 사업을 위한 봉사단 파견, 우리나라 문화를 전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진행할 계획이다.”

-대학마다 취업률이 화두다.

“일본의 경우 취업 지도 교수들이 지난해에는 학생들 취업이 너무 안 돼서 고민했다가, 올해는 너무 잘돼 고민이라고 하더라. 좋은 일자리가 많다보니 이미 취직한 학생들까지 자기들 회사로 스카웃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정부가 경제정책을 잘 세워 일자리가 많아지면 취업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 현실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대학에 책임을 전가하니 어려운 것이다. 취업률을 올리기 위해 편법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공직자들도 대학도 법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의 경우 학생들이 많이 취업하는 철도공사 등이 8월에 선발하는데, 정작 6월에 취업률을 보고해야하는 등 어려운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절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취업률 부정대학이 퇴출대학 대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최성해 총장과 환담하고 있는 박성태 본지 발행인(왼쪽)

■ 최성해 총장은 …
단국대 상경학부와 미국 필라델피아 템플대 MBA를 수료했다. 워싱턴침례신학대(Baptist College & Seminary of Washington)에서 신학사, 교육학석사, 교육학박사, 단국대 명예교육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필라델피아 경제인연합회 사무총장, 대구ㆍ경북지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사, 영주시 공공기관 및 혁신도시 유치기획단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학교법인 현암학원 이사, 사단법인 영주FM방송 이사장, 한국교회언론회 이사장, 한국대학총장협회 이사, 지방분권운동본부 자문위원, 안동MBC시청자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1994년부터 동양대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대담: 박성태 본지 발행인, 정리: 백수현 기자, 사진: 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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