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중심으로 주요 대학 시험·행사 등 연기 발표

대학들, 경찰 폭력 사태 강력 비난 ··· 정치적 표적돼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최근 터키에서 이스탄불을 중심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장기화됨에 따라 주요 대학들이 기말고사를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이를 시위 참여를 독려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대학가가 정치적 표적이 되고 있다.

에르도안 총리는 지난 2일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시위 때문에 기말고사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은 나중에라도 응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이난 코크대(Koc university) 총장의 발언을 전하며 불쾌감을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기말고사를 연기한 앙카라 중동전문대학(Hacettepe university)과 ODTU 공립대도 에르도안 총리에게는 눈엣가시가 되고 있다.

이스탄불 일간지 허리예트의 보도에 따르면 외즈예인대(Özyeğin University), 보아지치 이스탄불 기술대(Boğazici, Istanbul Technical University), 미마르 시난대(Mimar Sinan University) 등 여러 대학도 탁심에서 경찰들이 자행한 폭력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들은 아직 기말고사 연기 또는 취소 여부를 발표하지는 않은 상태다.

이스탄불 바흐췌세히르대(Bahçeşehir University)는 온라인으로 기말고사를 연기하겠다고 선언한 첫 번째 대학이다. 바흐췌세히르대는 지난 1일 시작될 예정이던 모든 기말고사와 신학 프레젠테이션, 기말 프로젝트 일정을 취소하고, 이후 시험을 치르도록 했다. 예디테페대(Yeditepe University) 역시 3일 시작될 예정이던 졸업무도회를 취소했다.

ODTU의 경우 여름방학 중 2차 시험기간에 응시하도록 했다. 이스탄불의 보아지치대는 적절한 사유서를 미리 제출하면 기말고사를 나중에 볼 수 있게 했다. 사유서에는 ‘이스탄불 시위로 인한 직간접적 영향’도 포함돼 있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들 대학의 시험 연기 발표에 크게 불쾌감을 표했다. 그는 “대학 본부가 나서서 시위 참여를 부추기고 있다”며 대학들을 전면 비판했다.

전국적으로 반정부 시위가 번져감에 따라 에르주룸·에스키셰히르·키리칼레·아이든·가지안테프 등 타 도시에 있는 대학들도 이 같은 분위기에 합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시위는 대학생 등 청년층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이스탄불의 탁심 게지 공원 재개발계획 문제로 촉발된 터키 반정부 시위가 일주일을 넘기고 있다. 이스탄불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사태가 없었으나 남부 도시 아다나에서 경찰관 한 명이 시위대에 떠밀려 중상을 입고 치료를 받다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시위대 80명가량이 다쳤고 1700여 명이 연행됐다.

그러나 정작 퇴진요구를 받고 있는 에르도안 총리는 시위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발언해 대규모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 일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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