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헌석 전인코칭연구소장(전 성신여대 교수)

정년으로 인간관계의 폭이 대폭 줄어들다 못해 확 쪼그라드는 건 당연한 귀결인데 되레 몇 배나 대폭 확장되었다 하니 모두들 의아해한다. 바로 코칭 덕분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호감을 갖는가 하면 도와주려 애쓰고 이구동성으로 “정 교수가 썩 달라졌다”며 좋게 봐준다.

스스로도 놀랐다. 때때로 중소기업 사장들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다 일어서면 대부분 “정 교수! 잠깐만”하며 금일봉을 건네준다. 놀라서 “이게 뭐요?”라고 물으니 교통비로 주는 것이니 받으란다. 어느 사장은 책을 건넬 겸 연거푸 두 번이나 방문했음에도 그때마다 30만 원씩 택시비라고 줘 놀랐다. 현역 교수일 때에는 턱도 없는 일이었다.

속내를 몰라 물으니 “못난이를 형님으로 대접하며 경영능력을 인정해주는 사람은 정 교수가 처음”라는 답이었고 ‘차비쯤’ 하는 눈치였다. 재물 이야기라 그런데 3년 전 3개월간 코칭해준 여학생의 예도 있었다. 당시 내공이 얕아 겨우 질문이나 해대는 실력이었는데도 끝난 후 추석에 택배를 보내와 놀랐다. “아니, 네가 무슨 돈이 있다고 이런 걸 보내니?”하고 야단쳤더니 “교수님! 제가 코칭 받고 너무 감동해 인사드리려고 아르바이트를 잠깐 했어요”라는 것이었다. 그 후에도 계속 명절 때 마다 꼭 선물을 보내와 ‘코칭이 무엇이길래’ 사람들이 이토록 감동하는가를 정리해보았다. 진작 코칭을 배웠더라면 삶의 질이 크게 업그레이드되었을 것임을 생각하니 안타깝기도 했다. 계산에 밝고 여간해 허투루 돈을 쓰지 않는다는 짠돌이, 사장님들의 가슴을 녹일 정도라면 코칭의 위력은 대단하다.

코칭하면 보통 스포츠코칭을 떠올리지만 우리의 코칭은 절대로 가르치거나 지시 또는 명령하지 않는다. 그저 식사할 때 스푼과 포크를 사용하듯 경청과 질문이란 무기를 이용해 내담자의 잠재력을 일깨워주고 깨달음을 얻게 한다. 이른바 한 방을 때려 깊이 생각하게 함으로써 깨우침을 주는 기법이다. 그러려면 분위기가 상당히 조성되어야 하는데 인정·칭찬이라던가 긍정마인드를 심어준다.

예를 들면 “넌 왜 그렇게 엉덩이가 무거우니?”를 코칭 대화라면 “넌 매사 느긋한 강점이 있구나!”라고 확 바꾼다. 부정적 마인드는 백전백패다. 안 된다고 고개를 흔드는 사람이 이룬다면 얼마나 이루겠는가. 언어조차 중립언어를 강조한다. 비난하는 투의 “왜?”는 철저한 금기어다. “틀렸다” “안 된다” “어렵다” “곤란하다” 등과 같은 언어는 쓰레기통에 집어던진다. 우리네 유교 문화는 거드름과 체면을 중시하는 양반문화라 감정 표현이 서툴다. “너 대단하구나”라는 쉬운 표현을 못한다. 주역의 난해한 용어라도 되는가? 사람은 어려운 말이나 엄청난 문장을 읊어야만 감동하는 것이 아니다. “역시”라는 간단한 말만 제때 사용해도 에너지가 팍 올라간다. 또한 어떤 사연을 들으며 “그랬구나” 또는 “참으로 힘들었겠구나”라고 공감만 해줘도 켜켜이 쌓인 앙금이 다 녹아난다.

코칭은 긍정 심리학을 바탕으로 소통, 관계, 리더십은 물론 삶을 변화시키고 행복하게 만드는 하나의 새로운 문화다. 취업을 위해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는 오늘날 대학생들은 대체로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과 방법에 대해선 무관심하다. 카네기연구소에서 엔지니어링 등 IT분야에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을 조사했더니 혁신적인 기술 덕분이란 답은 고작 15%였고 사람을 움직이는 능력이 무려 75%라 밝혔음을 주목해야 한다. 이제까지 성공한 사람들을 무수히 만났지만 영어를 잘해 성공했다든가 스펙 때문에 성공했다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한 결 같이 코칭의 원리가 몸에 밴 분들이었다. 한 예로 이상주 전 교육부총리는 인정·칭찬에 능하였고 경청에 뛰어났다. 모름지기 대학에서도 코칭문화가 확산되어야 하고 코칭교육이 꼭 실시되어야 하는 이유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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