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과학상을 향해 뛰자⑩ 건국대

줄기세포-복제돼지 등 세계적 연구성과 ‘두각’

[한국대학신문 송아영 기자] ‘황소걸음도 뚜벅뚜벅’이라 했던가! 건국대는 상징물인 황소처럼 바이오 생명과학 분야에서  꾸준한 성과를 기록하며 국내 대학 중 독보적인 입지를 점하고 있다. 에이즈 백신 연구로 노벨상 후보에 오른 강칠용 교수를 비롯해 해당 분야에서 배출된 전문 인력은 가히 국내 최대 규모다.

건국대는 수년 전부터 노벨상 수상 석학 교수를 초빙해 연구와 교육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한편 얼마 전 학제 개편을 마치고 연구비 지원을 강화하는 등 연구역량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최근 들어 ‘논문 왕 3인방’을 중심으로 바이오 생명과학 분야뿐 아니라 나노과학 분야에서도 걸출한 연구 성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 자타 공인 ‘바이오 생명과학의 메카’= 과거 건국대 하면 ‘축산대학’을 떠올리는 기성세대들도 많고, 수의과대학은 지금도 국내 톱일 만큼 건국대의 바이오 생명과학의 역사는 깊다. 건국대는 1959년 축산대학(현 동물생명과학대학) 설립을 시작으로 생명환경과학대학(옛 농과대학), 수의과대학, 전국농업기술자협회(1963년 설립) 등을 잇달아 설립하고 1990년 이후에는 의과대학, 건국대병원, 의생명과학연구원 등과 결합환 ‘생명과학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등 지난 50여 년 동안 국내 바이오 생명과학 분야 학문 연구와 인재양성에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 건국대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국가브랜드위원회와 교수신문이 선정하는 ‘국내 5대 대학의 유산’에 들기도 했다.

건국대는 오랜 바이오 생명과학 전통만큼 지금껏 배출한 인력 풀 역시 국내 최대 규모다. 특히 동물생명과학대학은 국내 단과대학으로는 유례없는 400여명의 박사를 배출했고 이 가운데 200여명이 국내외 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후학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건국대는 또 올해 들어 학사조직 특성화와 생명과학 계열 경쟁력 향상을 위해 기존 특성화학부(생명공학전공)와 이과대학에 소속돼 있던 생명과학과를 통합해 ‘생명특성화대학’을 만들었다. 생명특성화대학에서는 △동식물․미생물의 유전체 해석과 기능 △인간 질병 메커니즘 규명과 치료 △형질전환 기술과 면역학을 이용한 백신 및 치료제 개발 △바이오 연료전지 개발 △녹색에너지 기술 연구 등을 중점 수행하고 있다.

건국대는 생명과학 분야의 탄탄한 전통과 인적․물적 토대 위에  ‘생명과학 클러스터’ 를 통해 이 분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생명과학 클러스터는 최첨단 의료시설을 갖춘 건국대병원, 무균 돼지 사육실 등 첨단 생명과학 연구․실험실이 입주한 의생명과학연구동, 동물생명과학대학, 생명환경과학대학 등이 집중 배치돼 있다. 학교의 전통 학과인 축산학을 비롯 수의학, 농학, 그리고 의학을 연계한 생명공학분야의 총체적 집적효과를 노리는 곳이다. 

■ 연구분야 선도학문 5개 전공 집중 육성 = 건국대가 기계공학, 수의학, 물리학(양자 상 및 소자), 생명공학(특성화 학부), 부동산학 등 5개 전공 분야를 연구부문 선도학문 분야로 선정하고 집중 육성하고 있다.

건국대 ‘대학특성화위원회’(위원장 송희영 총장)는 대학의 경쟁력 강화와 우수인재 양성을 위한 선도 학문분야 육성 전략을 수립하고 △공과대학 기계공학부 △수의과대학 수의학과 △이과대학 물리학부 양자 상 및 소자전공 △생명특성화대학 특성화학부 △정치대학 부동산학과 등 5개 학과를 연구부문 ‘선도 학문분야’(PRIDE 리딩 그룹, Leading Group)로 선정했다.

이들 5개 학과는 첨단 신기술 분야, 국가경쟁력강화를 위한 신성장동력사업 분야, 경쟁우위 확보 분야 위주로 학과별 논문·연구 성과와 기술력 등을 평가해 선정됐다. 

이들 학과에 대해서는 세계적 수준의 교육·연구 역량 확보를 목표로 △선택과 집중의 행·재정적 지원을 기반으로 하는 ‘집중화’ △선도학문 분야 간의 협력․해외 우수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연계화’ △내외부의 경쟁을 통해 경쟁대학 사이에서 비교우위를 선점하는 ‘선도화’ △영어전용 전공교육과정 개발 등 교육과정․교육지원 시스템의 ‘국제화’ 등 4개 전략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건국대는 투자뿐 아니라 성과관리에도 적극 나선다. 학교 구성원과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대학특성화위원회가 향후 각 학과에 대한 연간 평가를 실시해 계획 대비 목표 달성 정도를 측정할 예정이다.

■ 노벨상 수상 석학교수 초빙…연구 역량 강화 = 건국대는 수년전부터 세계적인 노벨상 수상 석학교수를 초빙, 글로벌 랩 운영을 통해 연구와 교육네트워크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06년부터 이뤄진 건국대의 노벨상 수상 석학교수 초빙은 국내 대학 가운데 첫 시도로, 교육과학기술부의 WCU(세계수준연구중심대학) 사업의 해외석학초빙지원 프로그램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등 국내 과학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현재 건국대 석학교수로 활동 중인 노벨상 수상자는 루이스 이그나로 교수(1998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와 로저 콘버그 교수(2006 노벨화학상 수상) 2명이며, 이른바 ‘KU 글로벌 랩’에서 공동 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그나로 교수는 산화질소(NO)가 혈관 확장과 혈액 흐름에 관여해 심혈관질환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199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2008년 3월 건국대 석학교수(University Professor)로 초빙돼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한설희-신찬영 교수팀과 함께 KU글로벌랩(KU Golbal lab)을 운영하며 뇌혈관 계통의 새로운 치료약 개발을 연구하고 있다.

아버지에 이어 노벨상을 받은 ‘부자(父子) 노벨상 수상자로 잘 알려진 로저 콘버그 교수는 생명체 유전정보가 세포 내 유전자(DNA)에서 유전정보전달물질(RNA)로 전달되는 과정을 규명한 공로로 2006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2007년부터 건국대 석학교수로 초빙돼 신기술융합학과 강린우 교수와 공동연구를 하고 있으며, 이 연구팀은 최근 중국으로부터 2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중국 신약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하기도 했다.

■ ‘논문왕 3인방’ 특채․특별 승급= 건국대는 대학 교육과 연구의 혁신적 변화를 통해 지금보다 더 뛰어난 연구업적과 우수 졸업생을 배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세계 최고 권위의 탁월한 학문적 성과와 연구업적을 갖춘 연구자나 학자를 특별 채용하고, 연구업적이 탁월한 젊은 교수들을 파격 승진시키는 ‘특채 및 특별승급 제도’를 도입했다. 연구업적이 탁월한 교수에게는 연공서열을 뛰어넘어 부교수에서 교수로의 승진과 정년을 보장하고 교수 호봉도 3호봉씩 올려 연봉을 높이는 혜택을 제공한다.

건국대에 재직 중인 교수 가운데 연구업적이 가장 뛰어난 박배호 이과대학 물리학부 교수와 강윤찬 공과대학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연구업적 우수 교수로 특채된 한동욱 의학전문대학원 줄기세포 교실 교수 등 3명은 모두 30~40대의 젊은 과학자들로 학계가 공인하는 ‘논문왕’이다. 박배호 교수는 최근 4년간 SCI급 논문 66편을 발표했으며, 강윤찬 교수도 최근 4년간 SCI급 논문 139편을 발표했다.

박배호 교수는 2001년 건국대 교수로 부임한 이후 10여 년간 나노소재․나노소자와 관련한 기초․응용 분야를 접목한 연구를 해 왔다. 약 120여 편의 SCI(과학논문인용색인)급 논문을 발표하고, 인용횟수도 3500번을 넘는 등의 성과로 나노 물리학 분야의 신진과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그래핀 주름 구조의 특성을 밝혀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지에 게재하는 등 나노 소재와 소자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강윤찬 교수는 나노전자재료 분야에서 지금까지 SCI급 논문 281편을 발표했으며 2004년 건국대 교수로 임용된 이후 242편을 발표해 건국대에서는 최고 ‘논문왕’으로 꼽힌다. 태양전지와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에 쓰이는 전자재료와 나노재료 분야의 연구 발전에 크게 기여해 2010년 ‘건국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건국대 화학공학과의 교수1인당 SCI 논문수가 3.4편으로 KAIST(2.7편), 포스텍(2.2편)을 제치고 전국 대학 1위에 오른 것도 강 교수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건국대의 연구업적 우수 교수 특채 1호인 한동욱 의학전문대학원 줄기세포교실 교수는 줄기세포와 관련해 과학저널인 셀(Cell)과 네이처(Nature) 등에 세계적 연구성과를 잇따라 내놓아 주목 받고 있다.

한 교수는 최근 면역거부 반응과 종양 발생 가능성이 없는 새로운 성체줄기세포를 생산하는데 성공해 과학학술지 ‘셀' 자매지인 <셀 스템 셀(Cell Stem Cell)>에 관련 연구결과를 게재했다. 지난해 1월에는 체세포를 이용한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의 역분화 메커니즘을 세계최초로 규명해 세포생물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네이처 셀 바이올로지(Nature Cell Biology)’ 에 발표했다.

“한 분야 꾸준히 연구할 풍토 조성돼야”
[인터뷰]정갑주 유비쿼터스정보기술원(UBITA) 원장

“긴 시간동안 한 주제를 깊이 연구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정갑주 유비쿼터스정보기술원(UBITA) 원장은 노벨과학상 수상자 배출보다 노벨상에 근접한 학자들을 많이 나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우리나라 학문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단언했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더라도 한 분야를 꾸준히 연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흔히 말하는 몰아주기 식 지원이 아니라 학문 분야에 대한 균형 있는 투자를 해야 한다. 노벨과학상이 어느 분야에서 나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특정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깊이 연구할 수 있는 지원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러면서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비슷한 연구과제에 대한 중복지원이 불가능한 구조가 깊이 있는 연구를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벨과학상은 2~3년 연구해서는 절대 나올 수 없다. 같은 학문 분야에서 최소 20~30년을 일관되게 연구해야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연구개발(R&D) 지원 시스템은 유사한 과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불가능한 구조다. 정부도 이 제도에 대한 명분은 있겠지만, 지금과 같이 한 가지 연구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불가능하다면 노벨과학상은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노벨과학상이 나오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정 교수는 “노벨과학상에 대해 얘기할 때 우리나라는 흔히 일본과 비교를 많이 하는데, 일본은 서양 문화를 받아들인 것이 우리나라보다 100년 이상 빨랐으며 과학적으로도 앞서 있는 나라”며 “학문풍토나 연륜이 쌓이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벨상은 전문성과 전문성을 통한 혁신성, 이 두 가지의 결합체이다. 전문성은 그 분야에 대해 완전히 아는 것인데, 이를 위해선 긴 시간이 필요하다. 또 혁신성은 그 분야를 확실히 알았을 때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전문성 없는 혁신성은 모래 위에 집짓기와 비슷하다.”

즉, 노벨과학상을 배출하는 것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깊이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기다려줘야 한다는 얘기다.

정 교수는 마지막으로 대학에 대한 지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노벨과학상은 한 가지에 집중해야 나올 수 있다. 여러 학문을 섭렵하는 대학으로 키우겠다고 하면 해외 선진 대학들을 쫓아가기 힘들다. 연구중심대학도 구분해 지원해야 하는데, 기초과학에 투자할 곳, 실용학문에 투자할 곳, 융합학문에 투자할 곳을 지정해 집중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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