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 다지고 질 향상에 초점 ··· 학사조직개편 착수

지역대학 위기, 균형발전 정책·경쟁력 강화로 풀어야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현재 학교가 안고 있는 위기를 성장 동력으로 삼아 재도약할 것이다. 총장으로서 희생양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고 최대한 노력하겠다.”

부산대는 최근 수년 간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았다. 민자 수익사업 효원굿플러스(BTO 방식)가 시행사 문제로 좌초되면서 850억원의 빚을 떠안을 상황에 처했다. 총장 선거에서는 후보자들이 배임 등으로 임용제청이 거부돼 한 학기가 부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한편, 직선제 폐지를 두고 교수들의 반발이 거셌다.

김기섭 총장은 이 같은 위기 속에 취임했다. 학내 주요 보직을 거의 거치지는 않았지만 교수회 활동으로 쌓아올린 조정능력과 학교 발전에 대한 비전이 구성원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가 1년 6개월여의 임기를 지내는 동안 부산대는 산적한 과제를 하나하나 풀어나가며 안정세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정례적인 구성원 회의를 진행하면서 불통을 해소하는 한편 연구와 교육의 내실을 기하고 있고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조용히, 하지만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고 있다는 캠퍼스 내외의 평을 받고 있는 김총장을 만나보았다.

-취임한 지 1년6개월이 지났는데 소회는.
“지난해가 특히 힘들었다. 아시다시피 김인세 전 총장 때부터 이어진 효원굿플러스 문제와 기부금 관련 소송 등 갈등이 많지 않았나. 워낙 많은 이해관계가 얽히다보니 지금도 어려운 과제로 남아있다. 그러나 대화와 법적인 해결 등을 통해 조용히 한 단계씩 풀어나가고 있다. 효원굿플러스 소송의 경우 법적으로 해결하는 방법과 적절한 대체사업자를 찾는 방법 등을 검토하고 있다.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노력 중이다.”

-갈등이 많았던 만큼 소통이 관건이었을 것 같다.
“아무래도 평교수와 총장의 관점 차가 클 수밖에 없다. 교수들은 각 학과와 단과대학 등 대표하는 집단의 입장을 갖는다. 그러나 막상 총장직을 맡게 되니 조직 전체를 아울러 바라보게 되고 구성원 간 소통을 조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진다. 따라서 교수회와의 회의와 전체교수회의, 단과대 학과장회의 등을 정례화해 진행시켜왔다. 학생들과도 이슈에 따라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최대한 권위를 벗어두고 수평적 관계에서 대화하려 하다 보니 구성원들도 노력을 알아주는 것 같다.”

-취임과 함께 선포한 ‘PNU vision2030’에 대해 설명해달라.
“2016년까지 국내 제1 국립종합대학으로, 2020년에 아시아 허브대학으로 성장해 2030년에는 글로벌 명문대학으로 뿌리내리겠다는 중장기발전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융합교육체계 구축 및 연구역량 강화, 지역‧국제사회 선도, 행·재정적 혁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부산대 교수들은 어느 대학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연구역량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를 바탕으로 특성화해 발전시켜나간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비전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부산대는 외적 성장에 주력해왔기 때문에 재임 기간 동안 내실을 다지고 질적 향상에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교과과정 개편과 학사조직 개편 등 드라이브에 힘 쏟았다. 올해에는 본격적으로 학사조직 개편 작업에 착수한다.”

-연구력 강화를 위해 기울인 노력과 성과를 소개해 준다면.
“QS 세계대학평가 학문분야별 순위에서 화학공학, 약학, 커뮤니케이션학 등 3개 분야가 200위권에 들었다. 우리 대학의 지향점 역시 지역거점국립대학으로서 기본적으로 연구중심대학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있다. 곧 ‘BK21 플러스 사업’이 시작되는 만큼 대학원 연구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대학원을 특성화시키고 질적향상을 꾀하다보면 자연스레 PNU VISION 2030과 연계될 것이다. 더 큰 틀에서 본다면 부산대 대학원은 지역사회에서 활약할 수 있는 고급인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 지난 7월에는 미래창조과학부의 글로벌 프론티어 사업에 선정됐다. 서울대, 포스텍, KAIST 등과 함께 미래소재에 대한 기초연구를 진행하는 만큼 기초연구 분야의 중심축이 될 것이다. 2011년에는 10년간 1000억원을 지원받는 GCRC(글로벌핵심연구센터), 지난해에는 ERC(공학분야선도연구센터)에 선정되는 등 공학 분야도 강하다. 이를 기반으로 기초과학 분야와 인문학 분야의 융합교육 토대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대형 연구를 통해 세계적인 수준의 대학으로 나아갈 수 있다.

-부산·울산·경남·제주지역 총장협의회장을 맡고 있는데.
“총장님들과 만나 얘기를 나누다보면 산학협력을 통해 지역인재를 배출하는 방법이 가장 큰 관심사다. 협의회장으로서 부울경 지역을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포부가 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지역경계를 넘어 산학연 융합네트워크를 구상하고 있다. 각 지역 상공회의소와 기업 등과의 체인을 구축해 각 대학의 특성화 분야에 맞게 협력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또한 부산·후쿠오카포럼 등을 통해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지역 국립대의 위상이 하락했다는 시선이 많다.
“지역 대학의 위기’라는 데 공감한다. 그러나 이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그 동안 우리 사회가 너무 수도권 중심으로 돌아갔다는 것을 방증한다. 또한 상대적으로 강점을 갖고 있던 법과대학과 치·의과대학이 모두 전문대학원 체제로 개편되면서 성적 커트라인이 낮아진 점도 일면 작용했다. 다시 지역 국립대가 예전의 위상을 회복하려면 균형발전 정책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경쟁이 극심한 시대이기 때문에 지역 국립대 내부적으로는 서울 유수대학에 비해 부족했던 점을 내부적으로 인정하고 교육적 역량과 대외경쟁력을 강화시켜가야 한다고 본다.”

-재임 기간 동안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나는 평교수 시절 본부에 기대하는 점이 많았다. 19대 총장 선거 때에도 우여곡절을 겪으며 총장 후보로 나서게 됐다. 총장으로서 제1원칙은 대학이 정치화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구성원들과 함께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 고민하도록 해야 했다. 대학 본연의 역할이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잘 키워서 사회에 내보낼 것이냐’는 질문 아닌가. 가장 큰 틀의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마음이 맞지 않는 부분도 있겠지만 남은 2년 반도 이 같은 목표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 현재 학교가 안고 있는 위기를 성장 동력으로 삼아 재도약할 것이다. 총장으로서 희생양이 되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최대한 노력하겠다.”

-예비 신입생들에게 부산대의 강점을 소개해달라.
“현 정부에서도 지역대학을 배려한 정책을 구상 중이기 때문에 부산대는 우리 사회의 발전과 함께 발걸음 할 대학이라고 자부한다. 지역 학생들이 영어에 취약한 측면 갖고 있기 때문에 국제화해 힘쓰고 있다. 인바운드로는 학내 국제언어교류원에 영어교육을 위한 구역을 따로 만들었다. 저렴한 가격에 어학연수와 같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한 달간 밀양캠에서 영어몰입교육을 늘려나가고 있다. 아웃바운드 정책으로는 1학기를 외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 ‘7+1프로그램’을 정착시키고 있다. 국립대로서 저렴한 등록금과 타대학에 비해 월등한 장학혜택도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김기섭 총장은…
1957년 부산 출생. 1976년 경남고를 졸업하고 부산대 사학과를 나와 서울대에서 인문학 석사, 부산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4년 3월 부산대 교수로 부임했으며, 1999년부터 부산대 교수회 섭외간사 및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사무국장을 맡는 등 잔뼈가 굵다. 부경역사연구소 소장,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역사고고연구실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2012년 1월 부산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현재 부산·울산·경남·제주지역 총장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대담: 박성태 발행인, 정리: 이연희 기자, 사진: 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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