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정부종합청사 교육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교육부 장관과대학생들간의 대화'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을 무렵,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초반부터 수도권대, 지방대, 산업대간 격차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던안성아양(광주대 문예창작4)은 토론 종료 10여분 전, "수도권대가양반이고 지방대가 상민이라면 산업대는 백정이다"며 산업대생의 서러움을 토해냈다.

안 양은 "구인업체 대부분이 지방대와 산업대 출신자의 원서는 보지도않고 분쇄기에 버린다"며 "차별당하는 서러움 때문에 잔디밭에서 울고있는 학생도 여럿 봤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마지막 발언자였던 안경란양(호서대 국문3)은 "상민 격인 우리 학교는 두뇌한국(BK) 21 사업에 선정돼 양반층으로 진입하게 됐다"며 "BK21에 선정된 후 학내 모든 사람들이 사기 충천해 있다"고 전혀 다른 처지를 얘기했다.

호서대 안 양의 말이 떨어졌을 때 장내는 곧 논쟁이라도 시작될 분위기였지만 문용린 장관은 미소띤 얼굴로 "논쟁을 하자는 자리는아니다"고 말해 간신히 고비를 넘겼다.

'대학간 신분의 벽'을 지적하던 안성아 양과 'BK 21로 신분상승한 학교'를 자랑하던 안경란양. 회의실에 배석했던 지방대 교수들은 두 안 양의 공방을 매우 안쓰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지방 모대학의 한 교수는 "두 학생의 입장은 얼핏 상반된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은 하나였다"며 "대학간 신분의 벽은 실제로 존재할 뿐 아니라 극복하기도 매우 어려움을다시금 깨달았다"고 씁쓸해 했다.

대화 내내 학생들의 의견이 절실하게 느껴진다고 말하던 문 장관이 과연 지방대와 산업대를 '면천'시켜줄 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