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민현희 기자]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아무 것도 모르겠어요.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막막하고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마음도 들어요. 밤에 잠자리에 들 때면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해요.”(대학생 한모씨)

‘취업 우울증’ ‘쪽방 우울증’ ‘등록금 우울증’ ‘식이장애’ ‘대인기피증’…. 요즘 대학생들이 한두 개씩은 흔히 앓고 있는 마음의 병이다. 등록금과 생활비 압박, 취업난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외모에 대한 획일적인 잣대 등이 대학생들의 마음을 점점 더 어둡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진행된 한 연구 결과 대학생 10명 중 절반 정도가 우울증 증세를 보였고 자살을 생각해본 대학생도 10명 중 3명에 달했다. 또 20대 사망자의 절반이 자살, 20대 10명 중 7명이 자신을 사회에 불필요한 사람이라고 느낀 적이 있다는 통계가 나오는 등 대학생들의 마음의 병은 이미 일부만의 일이라고 넘기기에는 심각한 수준에 달해있다.

더욱 큰 문제는 많은 대학생들이 자신의 상황을 누구에게 털어놓고 상담해야 할지 모른다는 데 있다. 서울 한 대학 재학생은 “우울하고 힘든 마음을 편안하게 털어놓을 사람만 있어도 이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을 것 같다”며 “혼자 앓고 고민하다보니 더 나쁘고 극단적인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나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정신상담서비스는 대학생 보다는 청소년에게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또 타지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 학생의 경우 가족이나 오랜 친구와의 대화 시간도 전에 비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학생들이 허물없이 믿고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을 만한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사실은 최근 많은 대학들이 학생상담센터 운영을 활성화해 보다 많은 학생들에게 한층 전문적인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최근 대학의 인성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학생들과 등산, 영화 관람, 식사 등을 수시로 함께 하며 일상을 나누는 교수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얼마 전 한 학생으로부터 “힘든 일이 생겨도 ‘교수님께 털어놓으면 된다’는 생각이 들어 든든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학이, 교수들이 조금만 더 마음을 열고 학생들에게 다가선다면 변하지 않는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미래를 꿈꾸는 대학생들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마음 기댈 곳’이 절실한 대학생들을 위해 우리 사회와 함께 대학이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주기를 희망한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