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과학상을향해뛰자]<15> UNIST, 개교 5년차 “국내 넘어 세계 제패 노린다”

[한국대학신문 백수현 기자] UNIST(총장 조무제)에는 이름이 없는 아홉 개의 다리가 있다. 미래 노벨상 수상자의 이름을 따서 짓기 위해 비워둔 것이다. 노벨과학상을 향한 UNIST의 열정과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교수의 반 이상이 MIT, Harvard 등 명문대 출신= 개교 5년차에 접어든 UNIST의 상승세가 무섭다. 올해 초에는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 Nature Publishing Group이 선정한 2012 아시아 태평양 연구역량 평가에서 국내 대학 9위에 올랐다. 조무제 총장은 평소 “국내 1위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세계 초일류가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라고 말한다.

세계 정상을 위한 대학 경쟁력 상승을 위해 UNIST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우수한 교수진 확보다. 이는 대학의 경쟁력은 결코 교수의 경쟁력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원칙에 기반한다. 즉, 교수의 능력이 곧 대학의 경쟁력을 결정한다는 의미다.

전체 교수 가운데 3분의 2가 MITㆍ 하버드대ㆍ 스탠퍼드대ㆍ칼텍(캘리포니아 공대)ㆍ 옥스퍼드대ㆍ UC버클리 등 세계 명문대 출신이다. 교수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2010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박사가 석좌교수이자 그래핀 연구센터 명예 소장을 맡고 있다.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독일 막스 플랑크 분자의과학연구소의 한스 쉘러 박사 역시 UNIST의 석좌교수로 줄기세포 연구센터에서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꿈의 신소재 그래핀 연구의 세계적 석학이자 2010년 노벨상 수상자 후보로 이름을 올린 김필립 교수 또한 UNIST의 석좌교수다. 더불어 Lab CD 시스템의 창시자 마크 마두(Marc. J Madou), 생체 신호 전달 연구의 선구자 서판길, 2차전지 분야 세계 최고 권위자 조재필, 세계가 인정한 에너지 과학자 이재성 교수 등 최고의 교수진이 포진해있다.

우수 교수진 영입은 우수 연구 성과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 개교 이후 지난 4년 동안 세계 3대 학술지인 <네이처(Nature)>, <사이언스(Science)>, <셀(Cell)> 등 학술지에 10여 편의 논문이 게재됐다. 이외에도 세계적인 학술지에 꾸준히 한 달에 한두 건의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

■노벨상 수상의 엔진, UNIST의 심장 ‘UCRF’= 우수한 인적 자원을 뒷받침할 수 있는 최첨단 연구 환경도 갖추고 있다. 특히 ‘UCRF(UNIST Central Research Facilities)’는 대학의 심장이다. 이곳은 기기 가격만으로 총 600억원에 달하는 최첨단 연구장비를 갖춘 클린룸, 분석실, 기기가공실, 바이오메드 이미징센터, 생체효능 검증센터 등을 갖추고 있다.

2011년에는 아시아대학 중 최초로 원자 단위까지 관찰이 가능한 전자현미경을 도입하기도 했다. 또 올림푸스와 공동으로 ‘UNIST-Olympus Bio-medical Imaging Center’를 설치해 최첨단 연구가 가능토록 하고 있다. 조 총장은 “우수 인재의 유치를 위해서는 최첨단 연구 환경을 갖출 필요가 있다”며 “최고 수준의 이공계 특성화 대학을 목표로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최첨단 기기들을 교수 및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담인력을 배치했다. 외부 기업에서도 초정밀 연구결과를 얻을 수 있는 실험 장비들을 사용하기 위해 UNIST를 방문하고 있다.

오는 9월과 내년 5월에는 UNIST의 중점 연구분야인 첨단 신소재와 차세대에너지의 연구 지원을 위해 ‘첨단생체소재연구센터’와 ‘저차원 탄소 혁신소재 연구센터’가 완공될 예정이다.

■‘선택과 집중’, 차세대에너지는 이미 세계 Top3= 선택과 집중을 통한 특성화를 꾀하기 위해 UNIST는 차세대에너지, 첨단 신소재, 바이오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특히, 2차 전지분야는 이미 국내 1위에 올랐고, 세계에서는 MIT, 스탠퍼드대와 함께 세계 top3로 평가 받고 있다. 이와 함께 △2차전지 신음극소재 기술 △친환경 공법 그래핀 대량생산 원천기술 △전기차 배터리를 1분 만에 충전 가능한 기술 △차세대 태양전지 상용화 기술 △휘어지는 리튬이차전지 기술 개발 등도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2011년,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울산소재 중소기업에 기술이전료 포함 총 64억원을 받고 2차전지 관련 기술을 이전했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전량 일본 수입에 의존하던 2차전지 음극소재를 국내에서 생산가능하게 됐다. 2014년부터 양산되면 수입대체효과가 연간 1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의 Stanford, ‘UNIST’] “‘UNIST 밸리(Valley)’ 조성한다”

스탠퍼드대와 실리콘밸리는 선순환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스탠퍼드대는 구글의 창시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가 재학 시절부터 실리콘밸리의 자금조달과 기술개발을 적극 지원했다. 이들이 구글을 설립한 이후 스탠퍼드대는 주식 및 핵심기술 특허권 보유로 연간 60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 최고의 벤처기업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스탠퍼드대였다.

울산은 대한민국의 산업수도로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SK 에너지, S-Oil, 삼성SDI 등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2차전지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이 모여 있다. UNIST는 스탠퍼드대와 실리콘밸리의 관계처럼 우수한 연구 성과와 인재를 울산의 기업들에게 공급해, 울산의 산업을 첨단하이테크산업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조무제 총장은 “UNIST 주변에 위치한 기업과의 공동 연구 개발 및 기술이전을 위해 가칭 ‘UNIST Valley’를 조성할 계획”이라며, “울산은 기회의 장소이다. 글로벌 리더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이러한 기회에 도전하라”고 말했다.

 

[인터뷰] 서판길 UNIST 연구부총장 “이제는 창의ㆍ선도적 연구로 승부”

▲ 서판길 UNIST 연구부총장
서판길 UNIST 연구부총장(나노생명화학공학부 교수)는 지난 25년간 암과 대사성 질환, 줄기세포 분화의 생체신호전달 분야를 연구해온 과학자다. SCI(국제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국제 유명 저널에 265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중 18편이 100회 이상 피인용됐으며, 지금까지 총 피인용 횟수는 무려 1만650여회에 달한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매년 1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는 서 부총장을 만나 우리나라 과학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노벨상에 대해 들어봤다.

-UNIST가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개교 이후 현재까지 5년이 연구중심대학으로서 기반을 닦는 시기였다면, 향후 5년은 연구중심대학으로서 확고히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 현재까지는 잘해왔다고 본다. 어떤 대학보다 빠르게, 탄탄하게 성장해왔다. 대외적인 평가가 이를 증명한다. Nature Publishing Group의 아시아 태평양 연구역량 평가에서 국내 대학 중 9위로 선정됐다. 또 한국연구재단이 총 200명을 선정해 지원하는 세계적 수준의 박사육성지원사업 ‘글로벌 박사 펠로우십(Global Ph.D. Fellowship)’에 14명이 선정됐다. 서울대 40여명, 카이스트 30여명, 포스텍 17명 등 선발인원을 보면 개교 5년차 대학으로선 놀라운 성과다. 다수의 미래 노벨상 수상 후보들을 교육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발전한다면 2030년까지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우리 대학의 비전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본다.”

-‘노벨과학상’의 의미는.
“노벨과학상은 국가 과학기술의 위상을 보여주는 척도로 인식되고 있다. 해당 국가의 과학정책 수준을 가늠해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노벨상을 목적으로 한 인위적인 과학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노벨상은 과학분야 발전기반을 착실히 다져나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상자 배출 가능성은.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해 지나치게 초조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현재까지 총 16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의 경우 1800년대 후반부터 국가가 직접 나서 과학발전을 위한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우리나라보다는 100년 정도 앞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는 2030년이나 돼야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워낙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우리나라 특성상 2020~2025년에 배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0년 안에 노벨상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수상자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는 60, 70년대 산업화를 거치면서 급속도의 발전을 거듭해왔다. 발전의 방법은 주로 ‘모방’이었다. 연구도 모방축약형 연구가 주를 이뤘다. 이젠 우리가 선도해야 한다. 창의적, 독자적 사고로 도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에서 창의적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물론 선도적ㆍ창의적 연구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 구축과 지원시스템이 필요하다.”

-첫 수상자를 예측해본다면.
“노벨과학상은 단순한 과학자가 아닌, 인류의 삶에 도움이 되는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된다. 이는 우리의 비전인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창출해 인류의 풍요로운 삶에 공헌하는 대학’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20, 30, 40대 젊은 연구자들이 중요하다. 실제 수상자들을 살펴봐도 30, 40대에 이룬 성과로 10~20년 후에 빛을 본 경우가 많다. 우리 대학에는 젊고 우수한 교수진이 많다. 전체 교수 200여명의 평균 나이가 40.5세에 불과하고, 이중 절대 다수인 170여명이 30, 40대다. UNIST에서 첫 수상자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즐겁게 연구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우리 어머니께서 주신 교훈이기도 하다. 연구는 상당히 외로운 일이다. 누군가에 이어 ‘두 번째’로 하는 것은 가치가 없다. 앞서 가야 하는 것이다. 어려운 길을 가기 위해서는 즐겁게, 또 열정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학생들은 역경을 극복하는 힘이 다소 부족하다는 단점도 있지만, 영리하다. 우수한 교육을 통해 우수한 자원이 좋은 과학자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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