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학자들 “원장 임기, 헌법에 의해 보장된 것”

“우리나라 민주주의 수준 보여준 사례” 지적도

[한국대학신문 신하영·송아영·손현경 기자] 양건 감사원장 사퇴를 두고 정치권 논란이 격화되는 가운데 학계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기를 1년 7개월이나 남겨둔 상황에서 중도 하차한 데 대해 ‘권력 견제’차원에서 감사원장 임기를 보장한 헌법 정신이 훼손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성낙인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헌법학 전공) 교수는 26일 양건 원장의 이임식 직후 “(양 원장의 경우) 전 정부에서 임명했던 인사이기 때문에 양 측(친이·친박계)으로부터 곤혹스러운 입장이었을 것”이라면서도 “임기를 1년 넘게 남은 상황에서 중도 하차한 것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장처럼 전문가의 영입이 필요한 자리는 정치권에서도 임기를 존중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은 헌법(97조)에 설치 근거가 명시된 헌법기관이기 때문에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원장 임기’를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감사원장의 임기(4년)는 헌법(92조2항)에 의해 보장받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헌법학)도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하기 위해 권력분립 측면에서 감사원장 임기를 헌법에 정해둔 것인데, 임기만료 전에 쫓아내는 것은 헌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이임사 전문을 보면 알 수 있듯 임기를 채우려는 의지가 강했던 사람이 갑자지 자진사퇴를 한 것은 청와대의 사퇴압력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고 말했다.

권순현 경희대 교수(헌법학)도 청와대의 책임론을 언급했다. 그는 “사퇴 의지가 없었던 사람이 갑자기 사퇴 한 배경에는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고 생각 한다”며 “헌법상 독립기구인 감사원이 정치적 외풍을 받는다면 존립 가치가 흔들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하태훈 고려대 교수(형사법)는 “MB정부가 물러난 뒤 4대강 사업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낼 때부터 감사원의 독립성은 훼손된 것”이라며 “이번에도 감사원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는데 이는 감사원에 대한 또 다른 독립성 침해”라고 말했다. 향후 감사원 독립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감사원장조차도 새 정부의 논공행상에 따라 인사가 이뤄지는 풍토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건 전 원장과 같이 한양대 교수로 재직 중인 이도흠 민교협 상임공동의장(한양대 국문과 교수)은 “양건 원장 사퇴 배경에는 국토부 관료들이나 토건 사업자, 관련 교수 등으로 이뤄진 이른바 ‘토건 카르텔’의 위기감이 있었을 것”이라며 “감사원의 4대강 감사 결과가 검찰 수사로 이어질 경우 자신들의 카르텔이 와해될 것을 우려한 이들이 외압을 넣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양건 원장은 이날 오후 이임식에서 자신의 사퇴배경에 대해 “원장직무의 계속적 수행에 더 이상 큰 의미를 두지 않기에 이르렀다. 개인적 결단이다”라면서도 정치적 외풍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그는 “감사업무의 최상위 가치는 직무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이라며 “재임 동안 안팎의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한 단계나마 끌어올리려 안간힘을 썼지만, 물러서는 마당에 돌아보니 역부족을 절감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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