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호 성균관대 교수(교육학과)

▲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
한국대학의 역사를 대변하는 <한국대학신문>이 벌써 창간 25주년을 맞았다는 건 대학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축하할 일이다. 지난 25년 동안 대학사회의 다양한 현안을 진지하게 다루려고 노력했고, 간혹 일반인의 관심에선 멀어질 수 있지만 대학정책에서는 중요한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열띤 토론의 장으로 이끌었다는 점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최근 대학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따갑다 못해 날카롭다. 몇 년간 반복돼온 부실대학을 둘러싼 문제로 인해 대학이 조금이라도 등록금을 올리려고 하면 모든 대학을 비리의 온상으로 몰아가기까지 한다. 반값등록금에 대한 요구가 점점 거세지면서 교육과 연구를 위해 등록금 인상요인이 있지만 어느 대학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전체 대학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사립대학의 등록금 의존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현실에서는 대학재정의 어려움은 현실화되고 있다.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오늘날 대학이 처한 현실은 단순히 재정적인 문제만이 아니다. 조금 지나면 우리대학의 확장과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던 전체 학령인구의 급증현상이 사라져 아예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현상이 현실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2012학년도에 69만명으로 대학진학 인구가 정점에 이른 후에 2030년에는 38만명으로 거의 절반정도 감소하게 된다. 조만간 대학입학정원 대비 20만명이 부족한 상황이 현실화되면 ‘대학의 위기’를 넘어 거의 모든 대학이 정원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쓰나미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대학에 지속적으로 경고를 보내는데도 4~5년 후의 일이라며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는 태도다. 솔직히 다른 사회·경제적 요인에는 대응책이 있지만 학령인구 감소는 아무리 정부가 노력한다고 해도 수십년 이후에나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정책적으로 대응책이 마땅하지 않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현재 대학들의 대응과 정부의 정책으로는 무자비한 대학구조조정의 쓰나미를 비껴가기 어려워 보인다.

대학이 처한 현실을 그나마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은 언론이다. 대학들이 지금처럼 자신 앞에 닥칠 위험을 알지 못할 때 <한국대학신문>이 따끔하게 충고하고 이슈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1988년 창립 이후 <한국대학신문>이 걸어온 길은 미래의 대학교육에 나침반 역할을 해왔다. 다시 한 번 대학 정론지로서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 ‘중이 제 머리 못 깍는다’는 속담처럼 자신에게 떨어진 발등의 불도 제대로 끄지 못하는 대학과 정부에 언론이 따가운 일침을 가하고, 대학의 미래를 깊이 고민하자고 적극 나서야 한다.

대학은 과거에 힘든 시절에도 민주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온 정신을 지니고 있다. 조금만이라도 현재 대학이 처한 위기를 제대로 알려주고 담론의 장을 이끌어 낸다면 대학 구성원들은 스스로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한국대학신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대학도 뼈저린 반성을 하게 될 것이다.

대학이 이전처럼 교육·입시·재정·정책 전반에서 정부나 외부의 압력에 의해 변화되는 모습을 보인다면 대학 자율화는 기대하기 쉽지 않다. 이제 대학은 스스로 위기를 돌파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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