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5주년기획]'국립대 대란'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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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회비 폐지 유력 … 재정회계법 해법될까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국립대가 잇단 기성회비 반환소송에서 패소하며 위기감에 휩싸였다. 국립대 총장들은 연일 교육부를 향해 기성회비 폐지대책을 마련하라며 아우성이지만 법적 근거가 없는 기성회비 폐지는 확정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정작 내년도 예산을 편성할 국립대 재무과는 느긋하다. 대학회계가 도입되면 기성회비를 수업료 명목으로 걷을 수 있기 때문이다.

■ “기성회비, 이름만 없어질 것”= 기성회비는 수업료와 입학금과 다르다. 학교시설의 확충과 수리, 운영비 등으로 쓸 목적으로 걷는 돈이다. 그러나 수업료 등보다 과다하게 많은 액수를 걷어 문제가 됐다. 특히 국립대 등록금 인상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국립대 평균 등록금은 411만원으로, 이 중 기성회비의 비중은 85%에 달했다.

▲ 한국대학생연합 등 학생단체는 국립대 등록금 인상의 원인으로 기성회비를 지목했다. 법원은 서울대에 이어 방송통신대 기성회비 반환소송에서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사진제공=한국대학생연합)

고액 등록금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기성회비는 뭇매를 맞았다. 한국대학생연합과 참여연대, 각 국립대 학생단체는 기성회비를 국립대 등록금 인상의 원흉으로 지목했다. 실제로 국립대 등록금이 연간 50%에 육박하는 인상률을 기록할 때 주로 인상된 것이 기성회비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정부가 세계 최고 수준의 등록금 부담을 낮추려면 기성회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기성회비 반환소송에서 잇달아 학생들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서울대 등 8개 국립대 4219명의 반환소송에서 1인당 10만원 씩 반환할 것을, 는 판결을 냈고, 방통대 소송에선 학생 10명에게 각각 79만~396만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기성회비가 법적 근거가 없는 부당이득이란 것이 법원이 시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립대는 총장을 중심으로 앓는 소리가 새어나온다. 김기섭 부산대 총장은 “현재 국립대들의 가장 큰 문제는 기성회계 문제다. 기성회계를 둘러싼 여러 쟁송이 이어지고 있어 올해 안에 해결되지 않으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고 말했다. 권순기 경상대 총장도 “현재 국립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성회비 문제다. 내년에 엄청난 혼란이 올 것”이라고 전했다.

정말 그럴까. 정작 국립대 재무과의 반응은 달랐다. 정종배 창원대 재무과장은 “기성회비라는 이름 자체는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름이 없어진다고 등록금 자체가 인하되진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사립대가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바꿔 받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등록금 인하는 없다는 것이다. 다른 국립대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근거가 있다.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재정회계법)’이다. 교육부도 ‘때가 무르익었다’며 추진을 환영하는 법안이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시급한 사안이므로 이번에는 국립대가 일심단결해 먼저 통과를 시키고 추후 부족한 부분에 대한 개정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국립대 재무과는 이 법안의 통과를 확신하는 분위기다. 충북지역 한 경리과장은 “교육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어 통과될 것이다”고 말했다. 올해 안에 통과가 안되면 내년도 예산운영이 불가능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재정회계법이 정말 국립대 기성회비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을까.

▲ 공무원노조는 기성회비 수당반환 결정에 반발해 지난달 13일부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법원의 기성회비 반환결정은 기성회비 폐지의 직접적 계기가 됐다. (사진제공=공무원노조)

■ 국립대 회계 통합해 자율권 부여= 재정회계법을 이해하려면 현재 국립대의 재정회계시스템을 알아야 한다. 국립대는 일반회계와 기성회회계로 운영된다. 국립대로서 지원받는 국고지원금과 수업료 등은 일반회계로 편성되고, 기성회비는 기성회회계로 운영된다.

이원화된 재정시스템은 국립대 재정운영의 어려움이다. 국립대 일반회계는 수업료 책정이나 예산편성에서 교육부는 물론이고 국회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국민혈세가 투입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사실상 국립대의 자율적인 손이 미치지 않는 돈주머니였던 셈이다.

기성회회계는 보다 자유롭다. 일단 국회승인 절차 등이 없다. 인상이나 인하도 국립대에 맡겨져 있다. 용도도 정해져 있지 않아 경상비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 국립대는 총장의 거마비로 기성회비를 과도하게 사용했다 눈총을 받기도 했다.

재정회계법은 이 두 회계구조를 대학회계로 통합한 것이다. 운영권은 총장에 있다. 정부로부터 받은 국고지원금과 학생들에게 걷은 기성회비를 모두 총장이 운영할 수 있다. 국립대의 자율성을 높이려는 의도다. 법안이 통과되면 국립대는 현재 학생들에게 걷고 있는 금액에서 기성회비를 손실 없이 수업료로 통합할 수 있다.

혈세를 낭비한다는 지적은 재정위원회 구성으로 예방했다. 학내외 인사로 선임되는 재정위원회는 국립대 예산편성의 감시역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가로 치면 의회다. 재정위원회에서 당해 예산안을 검토하고 결산안을 심의한다. 국민혈세가 눈먼 돈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재정회계법, 판도라의 상자되나= 재정회계법이 국립대 재정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기성회비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린 학생들은 큰 기대감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등록금 부담 완화라는 당초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한대련 측은 “재정회계법은 대학교육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재정회계법의 가장 큰 문제는 적립금이다. 법안 제22조를 보면 국립대는 예산이 일부 금액을 건축시설적립금, 장학적립금, 연구적립금, 퇴직적립금, 기타적립금으로 적립할 수 있게 했다. 또 발전기금을 모금해 수익사업에도 쓸 수 있게 했다. 사실상 사립대처럼 적립금을 쌓고 수익사업을 벌여 축재가 가능해진 셈이다.

이 법안이 국립대 법인화 논의를 다시 촉발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추측이 무성하다. 교육부도 국립대 법인화를 완전히 포기한 상태는 아니다. 지난 9월 국회 한 토론회에 참석한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서 법인화를 추진할 계획은 현재는 없다. 그러나 대학 측에서 요청이 올 경우는 다르다”고 밝혔다.

민주당 ‘국립대학법’ 발의 준비 ··· 충돌 불가피
- 재정회계법과 달리 공공성 확대가 초점 

여당과 교육부가 국립대 기성회비 폐지 대책을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재정회계법)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야당은 다른 법안을 준비 중이다. 국립대학법이다. 법안의 골자는 국립대의 법적지위 확정과 공공성 확보, 등록금 부담 인하다. 민주당 유은혜 의원실에서 입법을 진행 중이다.

이 법안은 국립대 설치를 법으로 규정해 법적 지위를 확보하고, 정부재정을 지원해 반값등록금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통과되면 국립대 기성회비는 즉시 폐지되고 그에 해당하는 금액을 국고로 보조한다. 국고보조가 이뤄지는 만큼 대학의 공공성 강화에도 초점이 맞춰졌다. 사립대처럼 대학평의원회가 설치되고, 교원인사를 담당하는 대학인사위원회도 구성된다.

법안은 재정지원에 대해 국가에 의무조항을 달았다. 법안(가안) 제22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2항은 “국가는 학생의 교육비 부담을 최소화하고, 양질의 교육·연구 환경을 조성·제공하기 위해 충분한 재정을 지원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대학의 사회적 책임도 강조됐다. 제24조를 통해 국립대학이 자체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제25조를 통해서는 학생선발 시 기회균등 선발과 지원도 책임으로 명시했다.

두 법의 차이는 고등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다. 임재홍 방송통신대 교수는 “재정회계법은 정부에 예속된 국립대에 자율성을 확대하겠다는 법안이다. 국립대학법은 고등교육의 공공성 확대에 더 중심이 가 있다. 국고가 지원되는 국립대를 중심으로 반값등록금을 확산시키겠다는 방안이다”고 분석했다.

유은혜 의원 측은 “정부가 고등교육에 대한 공적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국립대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학생들의 실질적인 등록금 부담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대학법도 이번 회기 내 입법을 추진하고 있어 두 법안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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