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5주년기획]“지방대 나와도 해외명문대 교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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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졸업생들 국내외 교수 임용 ‘찻잔 속 태풍’

▲ 연구력을 인정받은 지방대 학부 출신 박사들이 국내외 대학교수로 속속 임용되고 있다. 이들은 중소규모 지방대라는 이유로 주눅들지 않고 학부 때부터 연구실에 소속돼 적극적으로 공부했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접어든 학자의 길은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발군의 연구력을 발휘한 원동력이었다. 최근 교수임용에 성과중심 평가가 강화되면서 이들의 교수직 진출은 한층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건양대 과학기술융합대학 기계공학과의 한 연구실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실험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제공: 건양대
 

해외논문·영어강의 배점 높이자 SKY 떨어지고 지방대 임용
올해 대학 관심사는 ‘산학협력’ … “인적네트워크 보겠다”

[한국대학신문 최성욱 기자] 1990년대 학번으로 대전의 건양대 학부를 졸업한 강준용(40)씨와 서준원(33)씨는 지난 3월과 9월 잇따라 미국대학 교수에 임용됐다. 강씨는 네바다주립대 화학과, 서씨는 사우스다코타주립대 토목환경공학과 소속 전임교원이다.

국내외 교수 임용시장에서 지방대 학부 졸업생들이 ‘찻잔 속 태풍’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학가에 따르면 지방 중소규모대학 학부 출신 박사들이 곳곳에서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자들을 제치고 교수직에 입성하고 있다. 교무처장을 비롯한 대학의 인사담당자들은 “해외대학들이 시행해온 ‘성과중심의 평가’가 국내에 도입되면서 지방대 학부 출신자들에게도 교수 임용의 문이 활짝 열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임용에 성공한 지방대 출신 교수들은 학부 때부터 연구력을 갈고 닦았다. 이들이 여느 학생들과 달랐던 점은 일찌감치 본인의 길을 정하고 연구에 몰입해 왔다는 것. 건양대를 졸업한 서준원 교수는 학부과정에서 스스로 석사급 연구원이라는 마음으로 연구실 생활을 했다. 그는 “동기들에 비해 소모적인 시간을 줄이고 연구력을 끌어올린 덕분에 석·박사과정에서 탄력을 받았다”고 자평했다.

서 교수는 졸업 후 연세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자마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조지아공대와 펜실베니아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했다. 2010년부터는 아이오와주립대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최근까지 서 교수는 교량·내진분야에서 SCI급 논문만 총 13편을 쏟아냈다. 3년 만에 박사학위를 통과했고, 지난해 미국 논문정보웹사이트 사이언스 다이렉트가 선정한 ‘구조공학 Top 25’에 이름을 올릴만큼 탄탄한 연구력을 인정 받고 있다. 서 교수는 “학부 때부터 연구실 생활을 하면서 교수직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1998년 건양대 식품생명공학과를 졸업한 강준용 교수도 졸업과 동시에 샌프란시스코주립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박사과정은 텍사스 A&M대학에서 밟았다. 유기합성 연구분야에서 SCI급 논문 6편을 썼다.

■교수 임용 무게추 ‘성과중심’으로= 연구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긴 국내대학도 마찬가지다. 지방대 출신자들이 부각받는 건 석·박사과정의 연구성과에 따라 교수를 임용하는 ‘성과중심 평가’로 교수임용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대학들은 △해외논문 △영어강의 △산학협력 등 국제화와 교육능력을 중심으로 교수를 선발해 왔는데 이 과정에서 ‘학부 출신교’에 따른 평판도 비중이 점차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석·박사 과정을 영미권 대학에서 이수해 영어강의를 능숙하게 소화하거나 연구실적이 우수하다면 학부 출신대학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말이다.

서울 사립대의 한 교원인사담당자는 “성과중심의 평가가 지방대 출신자들에게 일종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교 출신 혹은 자기 학문분야 전공자 일색으로 이뤄졌던 교수 임용 관행에도 서서히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공개채용에 특별채용을 혼합한 임용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성균관대는 성과중심 평가를 도입한 대표적인 대학이다. 일종의 ‘패자부활제’다. 이 제도는 해외논문 등 연구실적은 뛰어나지만 지방대에서 학부를 졸업했다는 이유로 서류심사(1차)에서 탈락한 지원자들에게는 재심의 기회를 준다. 방법은 특별채용이다.

예컨대 연구실적이 우수한 지방대 출신자가 탈락할 경우 교원인사협의회에서 별도로 논문의 질(피인용 지수)과 전공적합성 등을 평가한 후 해당학과에 재추천한다. 학과에서 이 지원자를 교수로 받지 않을 경우엔 유사분야의 다른 학과에 추천해 교수로 임용한다. 성균관대는 이런 방식으로 최근 3년간 지방대 학부 출신 교수를 16명 뽑았다.

■연구·산학협력 우수한 ‘지방토종박사’ 기회= 성과중심 평가는 지방대에서 석·박사를 나온 ‘순수국내파’에게도 기회다. 지난해 9월 단국대 나노바이오의과학과에 임용된 윤보은 교수(30세)는 지방대 학부 출신은 아니지만 해외경험이 전무한 ‘지방대 토종박사’다.

윤 교수는 대전의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당시 서른도 안 된 국내파 신참박사를 임용키로 한 단국대는 “국내외 어디서 학위를 하건, 박사학위를 언제 받았건 관계없다. 연구역량이 월등하다면 뽑는 것”이라며 윤 교수를 치켜세웠다.

박사과정에 있던 2010년 윤 교수는 뇌의 비신경세포(아교세포)의 새 기능을 규명한 논문을 <사이언스>에 단독저자로 올렸다. 윤 교수는 “학부와 석사과정에서 해외유학을 준비하려고 연구보조일을 하는 여느 대학원생들과 달리 자기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대학원대학을 택한 게 주효했다”고 귀띔했다.

최근 대학들이 ‘산학협력’에 경쟁적으로 뛰어든 것도 지방대 출신 연구자들의 교수직 입성에 청신호다. 산학협력 능력은 연구자의 인적·학문적 네트워크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노영욱 신라대 교무처장은 “현장중심의 교육과 교육비 환원률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산학협력”이라며 “외부과제 수탁능력은 지원자의 연구지형과 인적네트워크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사학위 취득 직후의 연구과제 수탁실적은 신임교수가 되기 위한 주요한 경력의 하나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인터뷰]“학부 2학년 때부터 연구, 연구, 연구” 
충남대 출신 ‘토종박사’ 윤환수 성균관대 교수

▲ 윤환수 성균관대 교수
2011년 3월 성균관대 생명과학과에 임용된 윤환수 교수(44·사진)는 충남대 88학번이다. 학·석·박사학위를 충남대에서 한 ‘토종박사’다. 1999년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듬해 윤 교수는 곧장 미국 아이오와대로 가 7년간 포닥(박사후연구원)생활을 했다. 이후 미국 비글로해양과학연구소에서 책임연구원으로 4년을 지냈고 성균관대에 임용됐다.

-어떻게 교수·연구자의 길을 걷게 됐나.
“시골에서 나고 자라 자연과 친숙했다. 특히 식물을 좋아했다. 고교 생물시간엔 가슴이 떨리곤 했다. 자연스럽게 생물학과로 대학에 진학했다. 학부 2학년 때부터 ‘식물연구실’에서 잔심부름도 하고 채집도 쫓아다녔다. 물론 취직에 어려움을 겪는 선배들을 보면서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선택했다. 생물 연구자의 길이었다.”

-지방대 출신이라 교수 임용에 어려움을 겪진 않았나.
“면접관 중에 지방대 출신자라는 이유로 색안경을 끼고 보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이건 내가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 않나. 지방대를 나왔으면 수도권대학 지원자들보다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2~3배 더 많으면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굳이 교수 임용을 위해 연구성과에 매이며 살진 않았지만 우수한 연구결과를 내는 일은 중요하다. 미국에서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NSF(미국 국가과학재단) 등을 통해 자립적으로 연구과제를 많이 수주한 편이었는데 임용심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

-교수·연구자의 길을 가려면 지방대 학생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지방대와 수도권대 간의 차이는 중요치 않다. 요즘엔 교수들도 생각이 많이 바뀌고 있다. 연구력, 교육력이 우수하다면 출신대학은 큰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교수 충원 시 심사자들은 지원자가 얼마나 흥미로운 연구를 해왔고 뛰어난 업적을 올린 경험이 있는지에 집중한다. 물론 일부 대학에선 측근인사를 해 특정 지원자를 지지할 수도 있지만 한두 명의 의견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성과중심 평가’에선 실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지방대 학생들에게 한마디.
“대학입학 점수보다 학문에 대한 애정과 연구열정이다. 지금 하고 있는 연구가 즐겁다면 성과는 따라오기 마련이다. 성과를 내다보면 어느새 경쟁자들보다 조금 우위에 설 때가 온다. 연구를 지속적으로 즐겁게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라. 지방대, 수도권대 생각할 겨를이 없을 것이다. 확실한 건 자기 분야 연구에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에겐 언젠가 기회는 찾아온다. 너무 이곳저곳에 원서를 내는 수고는 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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