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협력 구체화 · 기대치 맞추는 전제가 필요

[한국대학신문 신나리 기자] 대학과 기업간 산학협력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대학의 홍보 효과나 기업의 막연한 기대만 갖고 협약을 체결할 경우 효과도 없이 단기성 프로그램에 그치고 마는 사례들이 적지 않다. 상호간 협력관계에 대한 구체적 논의와 함께 신뢰형성이 필요한 이유다.

대구에 소재한 A대학의 경우가 그렇다. 2005년 당시 A대학의 관광계열 학과는 모 프랜차이즈회사와 ‘협약’을 맺고 프랜차이즈의 이름을 딴 ‘반’을 만들었다. 학생들은 협약에 따라 회사 실무와 이론을 공부하고 현장에서 인턴근무를 경험했다. 기업은 관련 과목을 이수한 ‘준비된 인재들’ 전원에게 취업을 보장했다. 당시 이 대학과 기업의 협약은 ‘윈-윈 사례’로 꼽히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협약은 오래 가지 못했다. 협약 결렬에 대해 이 대학 관계자는 “취업률은 좋았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취업률 자체도 중요하지만 취업하고 나서 기업 내에서도 기회가 많이 열려있길 바랐지만 실상은 아르바이트와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퇴사자가 많아지고 학내에서는 인기가 떨어져 협약이 계속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취업자체가 문제가 된 경우도 있다.  경남 소재 B대학은 모 대기업과 산학협약을 맺었다. 이 대학 관계자는 “학과 커리큘럼을 기업에 맞춰 진행하는 등 당연히 취업을 목표로 학생들을 교육했지만 실제 20-30명 중에 단 2-3명만이 이 기업에 취직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서는 기업의 이름을 내걸고 과를 개설하고 교육을 하는 만큼 기업에서도 확실한 채용인원을 보장해줘야 한다”며 아쉬워했다.

한 지방 국립대의 산학협력담당자 역시 “협약에는 현장 실습처를 제공하고 취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준다고 하지만 실제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며 “회사에서는 교수가 가진 전문지식과 기술에만 관심이 있는 것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기업도 할 말은 있다. 한 대기업 산학협력 담당자는 “인력채용은 회사 사정에 따라 (규모나 질이) 바뀌기 마련이다”며 “협력을 맺은 학교에 무턱대고 채용인원을 확정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에 맞는 인재를 키울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회사의 장비기증과 교육 인프라를 지원하는 등 산학협력을 맺었지만 생각만큼 성과를 이루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채용한 학생들에 대한 업무평가가 좋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이 기업 관계자는 “지금도 대학에서는 홍보효과와 취업률 등을 이유로 협약 요청이 많이 들어오지만 그 이후로는 협약을 맺을 때 더 신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과 기업의 이해관계가 잘 조율되지 않는 한 산학협력은 ‘전시성 협약’에 그치고 만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연구재단 김석호 산학협력지원팀장은 "대학과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이 서로의 기대치를 맞추는 사전 작업이 전제돼야 한다"며 "기업은 대학의 전문인력에 대한 신뢰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대학-기업의 산학협력이 '빛 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고 원래의 취지대로 가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유명 기업의 이름을 딴 그럴 듯한 학과나 전공을 개설하는 데 치중할 게 아니라 상호 신뢰 속에 협력이 이어지고 서로에게 '윈-윈'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데 더 골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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