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하나면 원하는 기업명으로 발급

기업 인사담당자 “대학‧학생 불신 커져”

▲ 경희대 청운관 1층 바로처리실에서는 총장 도장 날인이 찍힌 추천서를 떼어주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에 총장추천서가 무게를 잃고 남발되고 있다.

지난 15일 대학가에 따르면 일부 대학들은 서류작성과 신분증 검사만 거쳐 총장 명의의 추천서를 발급하고 있었다.

경희대의 경우 학생들이 취업총장추천서 신청서를 작성하고 신분증만 보여주면 총장 날인이 찍힌 추천서를 쉽게 얻을 수 있었다.

실제로 경제학과 4학년 한 학생이 바로처리실 직원에게 기업에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총장 취업 추천서를 떼어달라고 하자 담당 직원은 지원기업과 간단한 신원 조회만 거치고 ‘OO자동차 귀중’의 총장 명의 취업 추천서를 떼어줬다.

국립대도 예외는 아니다. 충북대 종합서비스센터에서도 신분증 하나로 총장 명의 취업추천서를 떼어주고 있다. 특히 이 대학은 취업증명서 발급 업무를 간단하고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취업관련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학사(지원)과 등에서 발급을 하고 있다.

충북대 학사과 산하기관 종합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학과장, 단과대학장 등의 도장을 받고 올라오는 번거로운 절차를 줄이고 종합서비스센터에서 원스톱으로 (추천서를) 발급해주고 있다"며 “발급 기준에 학점 제한은 없다. 꼴등을 한다고 해서 취업을 못하게 해서는 안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추천서 발급 절차를 지키는 대학들은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전남대 취업센터 오명근 팀장은 "총장명의의 취업추천서가 남발되면 그 가치가 당연 떨어진다. 우리도 그냥 떼어줄 수는 있지만 정당한 절차를 다 지켜야 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삼육대는 학점 3.5이상인 학생들 가운데 교내 취업프로그램 14개 이상을 참여해야 총장 날인이 찍힌 취업추천서를 떼어주고 있다. 이 대학 취업지원센터 박상진씨는 "대부분의 대학이 절차를 지키며 취업 총장 추천서를 떼어주는데 신분증만 보여주고 추천서를 주는 대학이 있느냐"며 “당장은 취업은 되겠지만 멀리 봤을 때 과연 옳은 방법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기업인사 담당자들은 대학 총장 명의의 추천서가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힘들다는 불만을 내놓고 있다.

모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취업난이 심해져 대학들이 교수, 학과장 명의의 추천을 남발하는 것은 예전부터 많이 있어왔던 일이다. 이 때문에 서류검토시 참고는 하고 있었지만 대학의 간판 격인 '총장' 명의의 추천서를 간단한 절차로 준다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취업포털 사람인 임민욱 홍보팀장도 “일반적으로 기업의 인사담당자들 입장에서는 총장 명의의 취업 추천서를 무분별하게 발급해 준다고 생각하면 대학이나 추천서, 학생에 대한 신뢰도까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서울 한 사립대 취업부서 Q&A란. 간단한 기본서류만 가지고 가면 즉시 총장추천서를 발급 받을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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