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후마니타스 칼리지로 대학 교양교육을 선도하던 경희대가 홍석현 이사를 선임했는데 이렇게 조용할 수가 있는 건가요.”

얼마 전 만난 경희대 관계자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학교법인 이사 영입을 우려했다. 정량지표 위주의 대학평가를 해오고 있는 중앙일보의 사주 영입으로 경희대의 대학운영 노선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묻어났다.

경희대는 지난 2011년 ‘후마니타스 칼리지(Humanitas College)’를 설립하면서 대학가의 주목을 받아왔다. ‘인간’ 또는 ‘인류’를 의미하는 말인 후마니타스(Humanitas)는 원래 철학자 키케로가 ‘문명을 만드는 인간’이란 뜻으로 사용했다. 경희대는 이에 착안해 ‘더 나은 인간, 더 나은 세계를 향한 교육’을 슬로건으로 대학 교양교육을 강화해 왔다.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산파 역할은 도정일 명예교수가 맡았다. 준비 기간만도 1년 6개월이 걸렸다. 그는 철학과 문학, 역사와 사회 등 대학생이 갖춰야할 기본 교양을 가르치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 구성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경희대는 지난 2008년 두산그룹을 재단으로 영입한 뒤 실용학문 위주로 구조조정을 단행한 중앙대와 자주 비교됐다. 경희대 내부에서는 ‘대학의 본질’로 돌아가려는 교육방침에 소리 없는 응원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홍석현 이사의 영입으로 이런 교육방침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이 관계자도 이를 우려하는 동시에 조용히 방관하거나 이에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반면 경영대학  한 교수는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중앙일보 회장을 정이사로 영입한 것은 비난할 일이 아니라 박수치고 칭찬할 일”이라며 홍 회장의 영입을 환영했다. 학내 교수 가운데는 이런 의견을 가진 교수들이 상당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물론 사립대 법인 이사회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대학을 이끌어가는 실질적인 경영진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사 한 명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못한다. 정관 변경 등 중요 안건은 이사진 3분의 2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의결이 가능하다. 경희대 이사진은 현재 7명이다. 이사 한 두 명으로 대학의 본질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선 개방이사의 선임도 이뤄져야 한다. 개방이사의 견제와 감시가 있어야 실세 이사 1~2명에 의한 전횡을 막고, 대학 구성원들은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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