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언젠가부터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를 뜻하는 ‘SKY’라는 은어가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선호도 높은 세 대학의 영문 앞글자를 따서 모았더니 하늘을 뜻하는 단어 SKY가 완성된다는 사실은 절묘하기까지 하다. 그런 절묘함 때문에 SKY는 더 자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됐는지 모른다.

그런데 SKY는 진짜 하늘일까. 과거엔 통했을지 몰라도 최근 현실은 상당히 변했다. 요즘 자연계열에 SKY란 없다. 일반적으로 말해 자연계열 입시 1순위는 서울대도 KAIST도 아닌 ‘의치한(의대·치대·한의대)’이기 때문이다. 일반학과 입시는 의학계열 입시에 이은 ‘제2라운드’가 돼버린지 오래다. 제2라운드의 서열도 불분명하다. 한 과학영재학교 교장은 “서울대와 KAIST, 포스텍은 실력으로 우열을 가릴 수 없다. 학생 성향에 따라 진학한다”고 말했다. 다만 선호도를 따지자면 서울대가 우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찌됐든 연·고대가 낄 자리는 없다. SKY는 인문계열에서만 명맥을 유지할 뿐이다.

이처럼 현실을 왜곡하는 은어가 널리 쓰이는 배경에는 학원가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학원가에서 SKY라는 용어를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한 입시학원은 광고에서 ‘SKY를 보내드리겠다’는 말을 노골적을 강조해 빈축을 사고 있다. 한 입시전문가는 “2000년대를 전후해 외고열풍에 호황을 누리던 입시학원들이 수험생들 사이에서 쓰이던 은어를 광고와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널리 퍼뜨리면서 고유명사처럼 됐다”고 설명했다.

입시학원들이 현실과 맞지 않는 단어를 자꾸 사용하는 이유는 대학 서열화가 돈이 되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대학서열이 분명하게 존재할수록, 그 사다리를 오를 수 있게 돕는 입시학원의 존재가 더 가치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시 배치표를 제작하는 입시학원이 늘어나는 것도 같은 배경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과거 배치표를 제작하던 입시학원은 대성학원, 종로학원, 중앙학원 3곳에서 최근엔 10여 곳으로 늘었다. 

선정적인 서열화 용어를 거부감 없이 사용하는 것은 물론 KAPS(KAIST·포스텍·성균관대)와 같은 서열화 신조어까지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우리 언론의 자성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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