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윈 전략위해서는 구체적 모델 고민할 시간 필요

[한국대학신문 신나리 기자]  올해부터 산학협력이 인문사회 예체능으로 확대되는 것을 두고 대학가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문이과의 교류가 적은 상황에서 산학협력을 통한 융합교육과 상호 학제적인 교류를 반기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또 한편에서는 구체적인 고민 없이 맹목적으로 분야를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양쪽 모두 산학협력의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 진행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은다.

■ "인문사회적 관점 필요한 경우 많아, -윈 가능" 기대 = 양승학 호남대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단장은 산학협력의 적용 분야가 인문·사회로 넓어지는 것이 학교와 기업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양 단장은 인문사회 관련 전공 학생들은 기업적 감각과 경험을 할 좋은 기회다. 경영, 회계, 관광 분야의 기업만 봐도 인문·사회적 관점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기업은 교수와 학생을 통해 신선한 아이디어를 받아 기업에 적용하고 학생은 기업적 감각을 키우고,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인문사회 분야의 산학협력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 역시 인문사회 관련 전공이 산학협력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 쓰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인문사회계열 소속인 이 교수는 그동안 인문계 쪽은 기초학문이라고 해서 이론에 집중했고 기업은 인문사회의 중요성을 잘 몰랐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 기업들도 인문사회 분야가 기업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가치를 알아보고 있지 않나라며 산학협력으로 긴밀한 협조를 하며 서로에게 도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 산학협력을 성과 위주로 진행하기보다 서로의 분야와 원하는 것들을 알아가는 소통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한국연구재단 김석호 산학협력팀장은 인문사회가 넓은 의미로 기업을 도울 수 있는 여러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경영 컨설팅 분야가 대표적이라며 인문사회 계열 교수와 학생 역시 산학협력이 이공계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산학협력 활동과 프로그램의 범위를 인문사회 예체능 분야로 확대하기 위해 교수의 참여를 필요로 하는 간담회와 토론회를 작년부터 개최해왔다.
 
■"구체적 고민 없는 '탁상행정'의 대표적 산물" 쓴소리도 = 인문사회·예체능 분야의 산학협력을 두고 대표적으로 제기되는 우려는 어떤 산학협력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울 소재 모 사립대 교수는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를 산학협력에도 적용하려는 취지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아닌가 싶다하지만 기초학문 분야와 산업계가 지금까지 직접 연계해 협력한 경험이 거의 없다. 말은 참 좋은데 구체적인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대학과 산업을 연계하면 창조적인 콘텐츠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는 산학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없다며 구체적인 방안과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문사회예체능 교수들이 산학협력의 경험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공계로 유명한 서울의 한 사립대학 산학협력단장은 지금까지 주로 산학협력은 이공계에서 이루어졌다. 단장인 나도 이공계다 보니 인문사회 분야의 산학협력 확대정책을 듣고 막막했다현재 학교 측에 인문사회분야의 교수가 산학협력 부단장을 맡아야 한다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대학은 현재 인문사회 분야의 일부 교수들에게 부단장직을 제안했지만 아직 나서는 교수가 없는 상황이다.
 
산학협력의 분야를 인문사회나 예체능 분야로 확대하기 전에 지난 10년간의 산학협력성과를 꼼꼼히 따져서 내실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현재 산학협력의 대부분이 국고 보조금으로 진행된다. 산학협력의 수익이 아닌 국고 보조금이 투입되는 것은 산학협력이 자체적으로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잘 진행되는 몇 개의 학교를 선보일 게 아니라 평가진단을 명확히 해서 잘 이루어지지 않는 대학들의 문제점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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