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 일몰기한 연장 불가 하루 전 통보 '혼란' 야기

부가가치세 면세 판단 기준 없어
발주처도 난감, 계약 연기하기도

[한국대학신문 민현희 기자] 정부가 갑작스럽게 올해부터 대학 산학협력단이 수행하는 연구용역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대학들이 상당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대학들은 현재 부가가치세 부과 예외 조항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이 없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때문에 교육부는 다음달 말까지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한다는 계획이지만 당분간 대학들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정부와 대학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자로 산학협력단이 제공하는 연구용역에 대해 부가가치세가 면세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조항(제45조 2호)의 일몰기한이 도래했다. 이 조항은 그동안 통상적으로 일몰기한이 연장돼 왔기 때문에 대학들은 물론 교육부까지도 이번에도 연장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세수 확보, 민간 연구기관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지난달 말 갑작스럽게 교육부에 일몰기한 연장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보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만료 당일인 지난해 12월 31일 부랴부랴 전체 대학에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조항의 일몰기한이 도래했다는 안내 공문을 발송했다.

결국 대학들은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 채 교육부 공문을 받은 바로 다음날인 올해 1월 1일부터 산업체, 지자체 등에서 받는 연구용역 사업비에 대해 10%의 부가가치세를 적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현재 대학들이 수행하고 있는 연구용역 규모는 최대 수억원에 달하는 만큼 부가가치세의 유무는 대학과 용역발주처 모두에게 상당히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지방 한 대학 보직교수는 “부가가치세 적용으로 대학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몇몇 교수들은 당장 이번 달에 하기로 했던 연구용역 계약을 급하게 연기했다”며 “연구용역을 주는 쪽에서는 그동안 없었던 부가가치세를 수천만원까지 내게 생겼으니 반발하고 있고 대학은 정부 정책과 용역발주처 사이에서 난감한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현재 대학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부분은 ‘새로운 학술 또는 기술 개발을 위해 수행하는 새로운 이론·방법·공법 또는 공식 등에 관한 연구용역’은 기존과 동일하게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으로 규정됐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는 모든 연구용역이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이었으니 상관없었지만 이제는 면세 대상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대학들이 면세 대상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

때문에 대학이 면세 대상이라고 판단했더라도 추후 국세청이나 기획재정부에서 면세 대상이 아니라고 볼 경우 부가가치세를 다시 부과해야 하는 등의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정관수 전국대학연구산학협력관리자협의회장은 “대학들로서는 면세 대상에 대한 정확한 판단 기준이 없다는 게 가장 혼란스럽다”며 “기준이 없다보니 연구용역 진행 과정에서 대학, 교수, 용역발주처 등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연구용역 사업비 감소로 인한 연구의 질 저하도 대학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호남지역 한 대학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만약 1억원 규모의 연구용역을 진행한다면 용역발주처에서는 부가가치세 1000만원을 더 지불하기 보다는 사업비를 9000만원으로 줄여 총액을 맞추려 할 것”이라며 “사업비가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연구의 질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조항 일몰기한 도래로 인한 대학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다음달까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산학협력과 최원석 사무관은 “민간 연구기관의 경우 연구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적용해왔던 만큼 통용되는 기준이 있다. 이를 토대로 대학들에 어떤 경우에 부가가치세 면세가 가능한지 등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은 참고 사항일 뿐 강제성은 없는 만큼 당분간 대학들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사무관은 “부가가치세 적용에 관한 최종 판단 권한은 국세청과 기획재정부에 있다. 때문에 앞으로 국세청, 기획재정부, 교육부, 대학 등이 이에 대한 의견을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관수 회장은 “대학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선을 최소화하려면 교육부 가이드라인 수립에 산학협력단 재직 경험이 있는 회계사, 산학협력단 실무자, 연구자 등 대학 관계자들이 참여할 필요성이 있다”며 “가이드라인 수립 과정에서 국세청, 기획재정부와 의견을 나누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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