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 수 2988개”…무의미한 숫자놀음 VS 대입간소화 실패 상징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정부의 대입간소화 방침에도 2015학년도 대입전형 수가 오히려 더 늘었다는 비난이 나오는 가운데, 단순한 전형명칭 숫자는 수험생들의 혼란을 조장할 뿐이라는 주장과 근본적인 전형 간소화는 사실상 없었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 교육부 대입간소화 페이지 캡쳐

최근 일부 입시업체는 △서울 10개 대학 수시전형 수가 99개로 지난해 100개와 거의 차이가 없다(A사), △전국 215개 대학의 수시·정시 전형 수는 세부 전형명을 기준으로 2988개에 달해 지난해 2883개 보다 오히려 복잡해졌다(B사)는 주장을 연이어 내놨다.

이에 대해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전형의 세부명칭을 모두 세어 대입전형이 복잡해졌다고 말하는 것은 숫자놀음에 불과하다고 본다”며 “지난해에 비해 전형유형 내 전형방법이 통일되는 등 전체적으로 간소화된 것이 맞는데도, 자칫 숫자만으로 얘기하면 학부모를 혼란스럽게 하고 진실을 호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평가이사는 다만 “정시는 수능, 수시는 논술과 학생부로 가겠다는 정부의 최종 목표를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대입전형이 복잡한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 “그렇지만 단계적 시각에서 보면 전년 대비 심플해 진 것이 맞고, 지금은 그 과도기에 있다”고 풀이했다.

대교협도 전형이 복잡해 졌다는 비난에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대교협은 8일, 보도자료를 통해 "2015학년도 대입전형의 방법 수가 전년보다 39%가량 감소했다"며 “전형요소와 전형요소별 반영비율을 기준으로 분석하면 대학별 전형방법 수는 2014학년도 6.76개에서 2015학년도에 4.15개로 2.61개 감소했다”고 해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수시 모집은 4.21개에서 2.72개로, 정시 모집은 2.65개에서 1.46개로 각각 간소화됐다는 것이다.

대교협은 또 대입 전형명 수가 증가했다는 주장은 전형명칭과 전형방법이 동일한 사실상 같은 전형 내에서, 모집대상이 구분되는 경우를 각각 따로 계산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예컨대 한양대의 특기자전형은 전형방법이 같음에도 어학계열·음악대학·연극영화학·체육학·미술 등 모집 대상이 다르면 5개로 계산했다는 것이다.

속성상 다양할 수 밖에 없는 정원외 전형을 각각 하나씩 계산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평가이사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원외 전형에서는 농어촌·장애인·기초수급자·서해5도 등 자격조건의 세분화가 필요한 전형이 많다”며 “한두 명을 선발하는 이들 전형을 각각 하나로 집계해 대입전형 전체가 복잡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들이 전형 간소화를 따르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전체적으로 2015학년도 대입에도 예전 전형 틀은 그대로 남았다”며 “정부의 간소화 정책에 대입전형이 조정됐지만, 전형 방법에 따른 유형 수가 수시 4개, 정시 2개 등 6개 이하로 전형 방법에 따른 전형 요소를 간소한 것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오 평가이사는 "전형명이 소폭 증가한 이유는 수능 최저학력기준 완화에 따라 학생부전형을 학생부교과, 학생부종합 등으로 나눠 선발하거나 의대 신설로 전형이 늘어난 원인"이라며 "종전까지 입학사정관·특기자·특별전형 등으로 선발한 전형을 폐지하고 않고 학생부종합전형 등으로 계속 선발해 실질적 전형 개수 감소는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전형 간소화는 정시에서 2개, 수시에서 3개 전형을 운영하는 서울대 수준에 근접해야 의미가 있는만큼, 이왕이면 전형 명칭까지 통일을 하는게 바람직하다”며 “학생들이 지원할 때는 전형요소나 지원자격 등을 기준으로 전형유형을 살펴보기 때문에 전형명을 기준으로 전형 개수를 파악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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