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김광진 국회의원실 정책담당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문제점은 대학교 등록금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공립대학 인프라 취약과 수도권 사립대 중심의 대학 서열화에 있다.

사립대 중심의 대학구조를 가진 것으로 오해되는 미국은 국공립대 비중이 67%에 이른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사립대학 비중은 ‘대학 설립 준칙주의(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대학설립을 허용)’가 시행된 이후 계속 증가하여 현재 전체의 8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압도적인 사립대 비중과 뿌리 깊은 대학 서열화 풍조가 결국 수도권 사립대로 쏠리는 현상을 일어나게 만들었다.

과거 1970년대 말, 부산대 상대 합격자의 평균 성적은 고려대 정경대나 연세대 영어영문과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현재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합격자 평균 성적을 비교해보면 지역 간의 격차가 얼마나 많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과정에서 수도권 중심의 개발과 기업들(채용시장)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역 간의 경제적 격차가 커지는 등 사회 전 분야에서 양극화가 심화되었고 그 결과 기존의 지방 국공립대의 입지는 지속적으로 축소되었다.

오늘날 우리나라 대학서열은 수도권에서 얼마나 가까운가에 따라 결정되며, 대학의 위치가 입학 경쟁률의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현재 이러한 수도권 집중문제들은 ‘지역인재의 유출’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로 나타내고 있다. 성적이 높은 지역인재들은 수도권으로 옮겨가고 성적이 높지 않은 학생들은 조금 더 큰 중소도시로 이동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듯 대다수의 지방 소도시에 가보면 젊은 청년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핵심생산 가능인구(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기의 인구)가 급속하게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지방 국공립대를 육성해 학생들의 선택폭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인재의 수도권 유출과 고액 등록금 문제 모두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방 국공립대에 대한 교육의 질을 높이고 지방 국공립대의 등록금을 무상으로 한다면 등록금 대비 교육 서비스의 질이 높은 국공립대학으로 점진적으로 지역인재들과 수도권의 우수 인재들이 자연스럽게 몰리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대학서열 구조와 경쟁 구도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또한 지방 국공립대 무상교육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방인재들이 높은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불하며 수도권 대학에 진학을 고집 할 필요가 없어진다. 중장기적으로 수도권은 인구유입으로 유발되는 주거난, 교통혼잡, 환경오염 등 막대한 ‘과밀비용’을 줄일 수 있고, 비수도권은 인재들이 졸업 후 해당 지역에 남아 지역공동체를 구성하고 산업생태계를 조성해 인구감소와 인재부족으로 고민하는 지방의 균형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방 국공립대 무상교육의 영향을 예측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정책이다. 서울시립대는 2012년 반값등록금 정책을 시행한 이후 대학지원자의 평균성적이 크게 오르고 저소득 인재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방 국공립대 무상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예산 마련도 중요하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공립 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 수는 약 26만 명으로 현재 국공립대학의 운영비의 30% 정도만 등록금으로 충당되고 나머지는 국가의 지원을 받는다. 무상교육에 필요한 예산은 연간 1조5600억 원 정도로 2013년 정부 예산 규모 355조8000원의 약 0.5%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정부가 올해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해 책정한 ‘국가장학금’ 예산 3조4575억 원을 감안하면 기대 효과에 비해 추가 부담이 크지 않다.

정부는 부실대학의 정리와 지방 국공립대 집중지원이라는 투 트랙 전략을 통해 가계와 대학생의 부담 감면, 지역균형발전, 학벌 서열구조 완화,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을 통한 지방일자리 창출 등 연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국공립대가 무상교육을 실시함으로써 대학교육 시장에 가격경쟁이 심화되어 대학교의 ‘등록금 가격 안정화 장치’로써의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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