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2015년부터 4년 간 신입생 약 20% 줄여라”

구성원들 “사립학교법 어기고 교비 54억 결재 잘못 의결한 이사회 탓”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안양대가 당장 내년부터 4년 간 신입생의 총 20%를 감축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등록금 수입만 4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해 대학운영에 치명적인 사태가 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신입생 모집 감축은 김승태 전 총장이 교비 54억 원으로 구입한 태백연수원 부지 매입 비리가 교육부로부터 적발된 데 따른 조치로 당시 매입을 의결했던 이사회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거세다.

20일 안양대와 교육부에 따르면, 안양대의 김승태 전 총장은 지난 2010년 태백연수지를 공시지가의 7배가 넘는 54억원에 구입한 후 차익을 횡령한 혐의가 교육부로부터 발각돼 구속 기소됐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해당 부지를 다시 매각해 교비 54억원을 보전하지 않으면 2015년부터 4년간 신입생을 매년 5%씩 감축하기로 했다.

신입생 모집 인원 축소는 특히 법인의 전입금이 없거나 적은 사립대의 경우 등록금수입과 연결돼 그만큼 대학재정에 큰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안양대는 신입생 모집 감축 제재를 피하기 위해서는 김 전 총장이 교비로 매입한 54억원 땅을 다시 매각해야만 한다. 그러나 김 전 총장이 당시 공시지가 7억5000만 원가량의 땅을 부풀려 매입했기 때문에 해당 부지를 시세대로 매각해도 54억을 보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안양대 관계자는 “최근에는 태백시에서 해당 부지를 10억에 수용하기 원했지만 법인 측이 이를 거절해 성사되지 않았다“며 ”당장 10억에 해당 부지를 판다고 해도 나머지 44억을 구해서 교비를 메워야하는데 그럴 재간도 없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신입생 모집 축소 제재를 막기 위해 교비를 돌려놓을 뾰족한 대안 마련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사태에 구성원들은 이사회가 책임지고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양대 학생 1300여명은 지난해 11월 “공시지가의 7배가 넘는 금액으로 태백 부지를 구입하며 이를 교비로 충당토록 불법 의결해 학교 재정에 막대한 피해를 줘 학생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다”며 당시 이사들에게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 제기 서명서를 받기도 했다.

■54억 결재 당시 이사회 의결과정에도 의혹 = 안양대 일부 관계자들은 김 전 총장이 태백 부지를 매입할 당시 이사회의 의결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당시 교비 54억원으로 부지를 매입하는 안건을 이사회의 주요 안건이 아닌 ‘기타안건’으로 다뤄 날치기 통과시켰다는 주장이다.

이사회의 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우일학원은 태백부지 매입을 위해 교비 54억원을 사용키로 결의하며 해당 안건을 본 안건이 아닌 기타 안건으로 이사회 당일 상정해 의결했다.

문제는 이사회가 이 과정에서 사립학교법 등의 법률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립학교법 제 17조에 따르면, 이사회를 소집할 때에는 적어도 회의 7일 전에 회의의 목적을 명시해 각 이사에게 통지해야 한다. 만약 이 같이 이사회 당일 기타 안건으로 상정해 처리하려면 이사 전원이 해당 회의에 참석해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당시 이사회에는 이사 8명 중 5명만 참석했다.

사실 사립학교법이나 대학 정관에는 ‘본 안건’과 ‘기타 안건’에서 다뤄야하는 주제에 대한 기준이 명확히 제시돼 있지 않다. 때문에 민법의 법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받고 있다. 민법 제71조에 따르면 기타사항이란 회의의 기본적인 목적사항과 관계가 되는 사항과 일상적인 운영을 위해 필요한 사항으로 국한된다.

대학 관련 전문가들도 교비로 부지나 건물을 매입하는 사안은 기타안건으로 다룰 수 없다는 데 동의한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54억 원이면 대학 자산이나 한해 운영비에 비해서 작은 규모가 아닐 것이기 때문에 미리 이사회 내에서 매입과 관련해 예·결산을 검토해야하는 사안”이라며 “이럴 경우에 기타 안건으로 기습적으로 상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명 사립대의 한 이사도 “건축물이나 토지의 매입은 고정자산을 취득하는 것이므로 무조건 본 안건으로 다뤄야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이와 관련해서는 문제삼지 않고 않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2012년 이미 교육부에서 종합감사를 진행한 대학이기 때문에 이제와 다시 해당 대학을 감사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하지만 해당 사안에 대한 지적이 나온 만큼 다시 조사를 벌이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안양대 법인인 우일학원이 기본재산 처분 등에 따른 정관의 변경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는 점 또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영리 사단·재단법인 업무편람에 따르면, 기본재산 변동은 정관의 별지목록 개정사항이기 때문에 취득 후 1년 내에 정관 변경 절차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일학원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안양대 한 관계자는 “교비 54억을 지출하는 이사회 의결에서 김 전 총장을 비롯해 당시 이사들이 이를 날치기로 통과시켜 중대한 흠결이 있기 때문에 당시 이사들도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 사안으로 안양대는 교육부로부터 결국 신입생 감축 제재까지 받으며 막대한 피해를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특히 지난 2012년 교육부가 안양대에 종합감사를 진행하고도 이를 지적하지 않고 묵인한 것도 문제”라며 “감사관들은 이 사안에 대해 이사회 회의록 유무와 의결여부만 검토할 게 아니라 내용적 흠결을 살피고 이사회의 잘못도 지적해야 했다. 이제라도 교육부는 이를 면면히 검사해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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