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입학식 등 다양한 행사로 개강 분위기 돋워

기나긴 겨울의 침묵을 깨고 대학가가 활기를 되찾았다. 대학 앞 건널목을 건너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 정문 앞에 내걸린 신입생 환영 플래카드에서, 밥 때를 맞춰 학생회관을 찾는 발길에서, 수강변경을 위한 치열한 눈치작전에서, 등록금 투쟁을 예고하는 대자보에서, 동문회 개최를 알리는 게시판에서, 동아리를 홍보하는 외침 속에서 대학은 온통 개강 분위기로 아우성이다. 각 대학들은 입학 및 개강으로 시작하는 2004년 1학기를 기념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 한층 흥을 돋우고 있다. 덕성여대는 교내에서 여대생의 캠퍼스룩을 주제로 한 패션쇼를 열고 타임캡슐에 신입생들의 꿈이 담긴 메시지를 보관했다. 항공대는 입학식에서 재학생들이 제작한 경비행기를 띄워 학생과 학부모들을 맞았다. 경북대는 지난 5일 명예학생 입학식을 가졌다. 50대 이상의 장년층을 대상으로 학부 강좌 3과목을 무료로 듣게 해 주는 경북대의 명예학생 프로그램은 매번 인기만발. 올해는 78세의 이모씨가 최고령 신입생으로 입학해 20대 초반의 학부생들과 우열을 다툴 예정이다. 이처럼 각 대학이 입학식으로 새 학기를 시작하는 가운데 동덕여대는 뒤늦은 졸업식을 치러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비리재단퇴진 등을 요구하며 수업거부를 벌여 유급위기까지 갔던 동덕여대 학생들은 빠진 수업일수를 채우느라 지난 5일 뒤늦은 졸업식을 맞았던 것. 이날 졸업식에서 동덕여대는 수업거부를 이끌었던 최인혜 총학생회장(국문) 등에게 ‘동덕 민주화 투쟁에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한 공로를 인정’, 특별공로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성신여대는 총장 이하 교무위원들이 ‘1일 학사상담’에 나섰다. 이 행사는 학생들의 불만사항과 어려움을 직접 상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생서비스 정책을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기획됐으며, 이상주 총장은 지난 4일 학생서비스센터에서 학생들을 만났다. 남서울대는 새 학기를 맞아 정문을 새로 꾸몄다. 대학 최초로 ‘유리’를 소재로 채택, 구름다리 모양으로 제작한 남서울대의 새 정문 이름은 ‘성암문’. 유리벽 안에는 색색의 조명시설을 갖춰 환상적인 야경을 연출했다. 올해 개교 50주년을 맞아 야심찬 행사를 준비하는 대학들도 눈에 띈다. 숭실대, 인하대, 한국외대가 바로 그 주인공. 한국외대는 오는 4월 중국어과에 재학중인 산악인 엄홍길씨 등 등반대를 히말라야 얄룽캉에 보내 정상에 오를 예정이며, 세계가요제도 기획했다. 인하대도 오는 4월 개교 50주년을 맞아 에베레스트 등정에 오른다. 인하대는 특히 개교기념일 당일에 에베레스트 등정단을 위성화상통신으로 연결해 생생한 현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숭실대는 5월 서울재건 50주년을 맞아 새 UI를 선포하고 ‘숭실 비전 2010’을 발표한다. 대학인들도 개강을 맞아 다양한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으로부터 ‘21세기를 이끄는 우수 인재상’을 수상한 안성민씨는 아주대 의대를 졸업하고 호주 멜버른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러 떠난다. 안씨는 ‘의사’의 길을 버리고 기초의학 전공자가 돼 의학 발전의 초석이 되겠다는 포부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책을 대신 읽어 녹음해주는 봉사를 해 온 서울여대 신희분 주임은 올해도 ‘책 읽어 주는 여자’로 열심히 봉사할 예정이다. 50대 후반의 나이에 사이버문학의 전공의 꿈을 갖고 영남대 대학원에 입학한 김숙이씨는 늦게 시작한 대학원 공부에 매진할 계획. 조만간 자작시집도 출판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금혼학칙이 폐지된 이화여대에는 58년만에 처음으로 기혼자들이 입학했으며, 동서대에는 사할린 동포 5명이 입학해 주목받고 있다. 한편 학생들의 수강신청 경향으로 파악해본 대학가의 분위기는 올해도 녹녹치 않은 듯 하다. 각 대학이 개설한 취업관련 강의에 학년을 불문하고 많은 수강생이 몰려 취업에 대한 대학생들의 부담을 반영했다. 하지만 ‘행복 전도사’ 정덕희 명지대 교수는 대학생활에서 마주칠 난관에 정면으로 승부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을 것을 주문했다. 정 교수는 “일부러 비바람을 맞을 줄도 알고, 많이 보고 가꾸는 자만이 따뜻한 가슴을 갖게 될 것”이라며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은 학식이 아니라 ‘기본’이고, ‘기본’을 갖춘 학생만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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