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남 대전보건대학 총장, “‘겸손의 리더십’으로 대학 이끈다”

“학생이 변하면 학교도 변한다”…작은 배려로 변화의 계기 마련

[한국대학신문 백수현 기자] 대전보건대학은 잘 드러내지 않는 대학이다. 2011년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WCC; World Class College)’ 선정, 6년 연속 교육역량강화사업 선정, 지난해 취업률 전문대학 가그룹(졸업생 2000명 이상) 2위(73.6%) 등 화려한 성과에도 좀처럼 대외에 내놓고 자랑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연달아 우수한 성과를 올리며 보건계열의 명문으로 자리 잡았다.

대전보건대학을 이끌고 있는 정무남 총장의 스타일이 정확히 그러하다. 정 총장은 2005년 총장에 오른 후 연임에 성공해 최종 임기는 2016년 7월까지다. 결코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묵묵히 바라보고 뒷받침하는 스타일이라는 게 이 대학 구성원들의 말이다. 그는 ‘겸손’과 ‘겸양’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운다. 자신을 낮춰 모든 이들과 눈을 맞추고 소통할 때 오히려 대학의 위상은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인사하는 총장님= 정 총장에 대해 물으면 모든 이들이 공통적으로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바로 ‘인사’다. 한 번이라도 만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정 총장의 ‘인사’가 보통의 인사와는 다르다고 말한다. 상대방의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으며 진심으로 반가워하는 그의 인사를 받아본 이들은 모두 그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큰절’도 정 총장의 트레이드마크(trademark) 중 하나다. WCC 운영협의회 회장인 정 총장은 실제 지난 달 6일에 열린 ‘세계적인 전문대학 WCC 21 교육성과박람회’에서도 관객들에게 감사의 큰 절을 올리기도 했다. 대외 행사뿐 아니라 직원회의 자리에서나 동문들, 학부모들과의 모임에서도 큰 절을 올리는 정 총장의 모습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명구 대전보건대학 총동문회장은 “보통 감사의 의미로 학교 구성원들이 총장님께 큰절을 올리는 경우는 있어도, 총장님이 구성원들에게 큰절을 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며 “총장님은 동문회가 모이는 자리에는 늘 빠지지 않고 오셔서 동문들에게도 감사하다며 큰절을 하신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 총장의 행동은 그의 가치관에서 나온다. 그는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게 겸손과 겸양”이라고입버릇처럼 말한다. 이들에게는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 총장은 “농촌진흥청에서 일했을 때나 대학에 와서나 항상 같은 태도로 살아왔다. 2005년 처음 총장직에 올랐을 때는 ‘쇼한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8년 전이나 지금이나 내 모습은 같다”고 말했다.

총장으로서 교수나 직원 혹은 학생들에게 상을 줄 때도 배려하는 정 총장의 모습은 한결같다. 상을 주는 사람보다는 상을 받는 사람을 배려하는 자세, 그가 말하는 겸손이란 그런 작은 행동에도 묻어난다. 정 총장은 “보통 상을 줄 때 주는 사람이 상장의 내용을 보고 주는 경우가 많다. 상을 주는 사람보다는 받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상을 줄 일이 있으면 사회자가 내용을 읽는 동안 나란히 서서 함께 상장 내용을 보고 전해준다. 다소 거동이 불편한 노인분들의 경우 직접 단상 아래로 내려가 모시고 올라온다.

■총장님이 직접 문자를?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총장= 정 총장은 교내에서든 교외에서든 학생들을 만나면 항상 핸드폰 카메라를 활용해 어깨를 감싸 안고 다정한 모습으로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학생의 어머니 혹은 아버지에게 사진과 함께 문자를 보낸다.

▲ 실제 정 총장과 학부모가 주고받은 문자를 캡처한 사진
실제 정 총장이 최근 한 학생의 어머니에게 보낸 메시지에선 “어머님 조금 전 김현진 학우님과 사진을 찍게 되어 전송하옵니다. 우리 현진님은 밝고 근면하며 반듯한 학교생활로 학우들과 교수님에게도 신뢰를 받고 있사옵니다. 이렇게 자랑스러운 아드님을 저희 대학에 보내 주시어 감사 올리오며 학교에서도 현진님이 꿈과 미래를 마음껏 가꿀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유창영 부총장은 “총장님은 만나는 모든 이들과 사진을 찍고 그를 만남 후에 문자로 보내신다. 상대방에게 만남이 즐겁고 뜻 깊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듯하다. 특히 학생들의 경우 학부모에게 보내는데 학생마다 다른 내용으로 문자를 보내신다. 보통 정성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총장님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그것도 총장님이 직접 보내준 문자를 받은 부모들은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이 문자를 받은 김현진씨의 어머니는 ‘부족한 자식을 예쁘게 봐 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의 답장을 보냈다.

학생들이 졸업한 이후에도 총장의 ‘문자를 통한 학생사랑’은 계속된다. 학생에게 직접 하기도 하지만 부모, 혹은 제자가 일하는 사업장의 사업주에게도 학생들의 생활을 묻는다. 학생이 일을 잘 못하면 그것은 총장의 책임이고 대학의 책임이라는 생각이다.

1944년생,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 71세인 정 총장이 손수 이런 문자를 보내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학생이 곧 학교라는 생각, 더불어 학생들의 자신감을 키워주기 위해서이다.

정 총장은 “사실 전문대 학생들은 4년제 대학 학생들에게 비해 자신감이 떨어지고 수동적인 경향이 있다. 내가 악수를 하며 반갑게 인사하고 그 사진을 부모님에게 보내주면 그 순간이 즐거운 것은 물론 수동적인 학생들이 자신을 능동적으로 바꿀 용기를 얻게 된다. 부모와 서먹했던 경우에는 사이가 좋아지는 계기도 된다. 사랑과 관심에서 우러나오는 작은 일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 놓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정 총장이 학생과 함께 강조하는 것은 동문이다. 학생과 동문이 가장 큰 학교의 자산이며 홍보 기재라고 본다. 동문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다니는 것도 그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이명구 총동문회장은 ‘우리 대학의 동문회는 다른 대학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6만 명의 졸업생들 대부분이 학교 특성상 보건직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똘똘 뭉치려는 성향이 강하다. 따라서 학과별, 지역별 인적 네트워크가 잘 형성돼 있는 것은 물론이고 학교에서도 동문회 활동에 적극 협조한다. 이 회장은 “동문회장인 내가 가는 곳마다 총장님께서 직접 오시거나 대외협력처장, 학생처장 등 교직원들이 함께 와 모인 사람들과 학교의 발전계획 등에 관해 늘 이야기를 나눈다”고 설명했다. 동문들로서는 학교의 열정과 배려에 감동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 곧 학교에 대한 지원으로 이어진다.

■대학의 문도, 총장실의 문도 ‘활짝’= 정 총장의 경영철학 중 하나는 학교는 누구에게나 편한 장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대전보건대학의 총장실의 문은 365일, 24시간 언제나 활짝 열려있다. 그의 오픈 마인드(Open Mind)를 그대로 보여준다. 지나가는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그의 말처럼 실제 총장실에는 누구나 들어와 소통할 수 있다. 정 총장은 “문을 열어두면 총장이 항상 대기 중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TV를 보거나 졸거나 딴 짓을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각종 교수회의나 모임, 심지어 외부인들의 행사도 학교에서 자주 열린다. 경직이 아닌 유연함과 편안함을 택한 덕분이다. 정 총장은 “대학이 우리나라의 중심인 대전에 자리해 접근성이 좋다. 우리 대학에 외부인들이 방문하면 자연스럽게 정보도 공유할 수 있고 또 우리의 단점이나 실력도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별한 홍보가 아닌 자연스런 대학 알리기를 추구하는 그의 소신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용기와 끈기 있는 학생들로 따뜻한 캠퍼스 만들고 싶어”=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구조개혁 등으로 인해 대학 기론이 불거지는 상황에 대해 정 총장은 전문대의 가치에 대해 분명히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바로 지역사회에서의 전문대학의 중요성이다. 실제 대전전문대학은 취업의 상당수가 지역 내에서 이뤄진다. “다들 대기업을 가고 싶어하는데 취업에 대한 눈높이를 맞춰 지역산업을 살리는 역할은 전문대가 전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들의 경제적 능력을 향상시켜 중산층을 두텁게 하는 일 또한 전문대가 하고 있다. 특성화도 좋지만 이러한 역할을 하는 전문대를 한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정 총장이 진정으로 꿈꾸는 대학은 어떤 대학일까. “내 욕심으로 무언가 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소망이라면 남은 임기 동안 학생들의 용기와 끈기를 키워 따뜻한 학교를 만들고 싶다. 전문성과 열정은 용기와 끈기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회는 참을 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 인내하는 학생을 키우는 것이 내 목표다. 그것이 진정한 용기고 따뜻한 사회, 학교를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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