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효계 숭실대 전 총장 후 무보수 선언 이어져

대학 구성원 “애교심 커지고 학내 결집 효과까지”

[한국대학신문 민현희 기자] 지난 2005년 국내 최초로 ‘무보수 총장’을 선언해 화제가 됐던 故이효계 숭실대 전 총장이 지난달 말 별세하면서 이 총장 이후 대학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무보수 총장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보수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몸담고 있는 대학 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의 표현인 만큼 해당 총장들은 대학에 재정적 보탬이 되는 것은 물론 구성원을 결집시키는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 무보수를 선언하는 총장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천장호 광운대 총장, 이원우 꽃동네대 총장, 오덕호 한일장신대 총장, 정장복 한일장신대 전 총장(현 명예총장).
13일 대학가에 따르면 지난 1월 취임한 천장호 광운대 총장은 4년의 임기 동안 일체의 보수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천 총장은 1968년 광운대에 수석으로 입학, 각종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해 수석으로 졸업했고 1979년부터는 모교 교수로 재직해왔다.

때문에 천 총장은 무보수 선언을 자신의 현재를 있게 해준 모교이자 평생 직장인 광운대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라고 말한다. 그는 “광운대는 부모님처럼 소중한 모교, 평생 동안 보람차고 행복한 교수 생활을 해온 삶의 터전”이라며 “무보수 선언은 그동안 많은 것을 베풀어준 모교와 사회에 대한 감사와 봉사의 의미”라고 밝혔다.

특히 천 총장의 무보수 선언은 ‘보여주기’가 아닌 ‘진정성’이 녹아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는 게 이 대학 구성원의 이야기다. 천 총장은 평생 자동차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했고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연구실과 강의실을 떠날 줄 몰랐다. 그는 총장 취임 후에도 매일 대중교통을 활용해 오전 7시쯤 출근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연봉이 얼마인지조차 궁금해 하지 않았을 만큼 욕심 없이 무보수를 선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 총장과 함께 전자공학과 교수로 강단에 서온 김남영 전자정보공과대학장은 “한결 같고 정직한 천 총장의 성품을 알고 있는 만큼 무보수 선언이 더 큰 감격으로 다가왔다”며 “진심어린 마음으로 무보수를 선언했기 때문에 구성원의 애교심, 대학 발전에 보탬이 돼야겠다는 사명감이 더욱 커졌을 것이다. 광운대 발전에 좋은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원우 꽃동네대 총장은 올해로 5년째 급여 없이 일하고 있다. 이 총장은 지난 2009년 취임 후 4년간 무보수로 재직했고 지난해 3월 연임하면서 또 한 번의 무보수를 선언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이 총장은 벌써 5년째 보수를 받지 않고 있다”며 “이는 총장직을 봉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덕호 한일장신대 총장은 올해 1년간 무보수로 일한다. 특히 한일장신대는 오 총장에 더해 교수 45명, 직원 24명 전원이 올해 1년간 보직수당과 상여금 일부를 대학 발전을 위해 반납하기로 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학에서는 전임 정장복 총장(현 명예총장)도 임기 중 1년간 급여를 받지 않고 일한 바 있다.

학생들은 이 같은 총장·교수·직원들의 결단이 자랑스럽다는 반응이다. 한일장신대 고민경씨(신학부 4)는 “누군가에게 대학에 후원을 해달라고 말하기에 앞서 후원자가 되기를 자처하셨다는 점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용기란 소중한 가치를 위해 자신의 것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배웠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한일장신대 학생으로서의 자부심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무보수 총장들과 관련, 한 대학 전임 총장은 “대학에서 차지하는 총장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면서 수많은 총장들이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또 총장 역시 수입이 있어야 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급여를 받지 않고 일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며 “무보수를 선언할 때의 간절함이 대학발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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