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지난 3일 시작된 고려대 청소·주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본관점거 파업이 처우 협상이 13일 이뤄진 가운데, 고려대 본부가 지난 14일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인지 고려하겠다’는 골자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17일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등에 따르면 고려대 청소·주차 노동자 용역업체 씨엔에스(C&S)는 전면파업이 시작된지 10일만인 지난 13일, 기본급을 종전보다 500원 인상해 6200원수준에 맞추는 경희대 합의안대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식대도 기존 7만원에서 9만원으로, 명절 상여금 역시 연 2회 각 17만원씩 지급하던 것을 1만원씩 올려 연 18만원씩 인상키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14일 오후 공공운수노조는 용역업체들과의 집단교섭 자리를 마련해 협상을 마무리했다. 고려대의 경우 논란이 됐던 토요일 업무 중지 방침은 복구되지 않았다. 파업이 끝나자 고려대는 인터넷 게시판에 ‘본관 점거 종료에 따른 학교의 입장’이라는 글을 통해 “용역업체 직원들에 의한 이번 본관 무단점거는 특히 그 양상(음주가무, 고성방가, 취사 등)에 있어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지난 10일간의 파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고려대는 “학교는 무단 점거 기간동안 용역업체 직원들에 의해 자행된 비상식적인 행위의 위법성을 검토한 후, 향후 동일한 행위의 재발방지를 위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관계자 및 소속 조합원들에 대한 법적 책임 부과 여부를 심각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기간 동안에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파업기간 동안 용역비용을 지급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고려대 총학생회 및 단과대 학생회 등으로 이뤄진 청소 주차 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학생대책위원회(학대위)는 17일 동시에 고려대 본부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학교측의 ‘법적 대응’ 입장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학생대책위 측은 “진짜 사용자인 고려대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기 때문에 (청소 주차 노동자들의) 파업이 열흘 동안 지속된 것”이라며 “오히려 학교는 외부 아르바이트생들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하고 교직원에게 잔업형태로 대체근무를 시키는 등 합법적인 파업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역시 이날 성명서를 내고 “고려대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에 대하여 책임지려는 자세에 나서지 않고 학내 구성원에게 전가하려는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다시 전면적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파업 기간 동안 고려대는 청소업무와는 상관이 없는 교직원들을 본인 의사와는 관계없이 대체인력으로 투입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콘크리트 바닥에서 새우잠을 청해야만 하는 고통,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고려대 학생 4500명의 서명마저도 외면했다”며 “이제 와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법적 대응을 운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대학본부와 학생들, 청소·주차 비정규 노동자들 간 갈등으로 인해 또 다른 장기 파업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 촉발된 중앙대 청소노동자 파업의 경우 공공운수노조와 용역회사 및 중앙대간 노동조건 협의 결렬, 학교측의 연이은 강경대응으로 50일이 넘도록 파업이 이어진 선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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