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총장 23명도 전원 非호남

직선제 이후 총장 7명 중 5명 경기高 출신
서울대 총장 자리는 학연·지연의 ‘결정판’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제 26대 서울대 총장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자 12명 가운데 호남 출신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해방 이후 재임한 서울대 총장 23명도 전원 비(非)호남 출신이었다. 이들 중에는 북한 함경도와 평안도, 황해도 출신은 물론 일본 동경 출신도 있었지만 호남 출신은 없었다. 순혈주의와 학연(學緣)도 여전했다. 총장 후보자 전원이 서울대 출신, 절반은 경기고 동문이다.

■호남 출신은 서울대 총장이 될 수 있다? 없다? = 지난 20일 확정된 서울대 총장후보대상자 12명은 서울 출신(김도연·오세정·이우일·조동성·황수익)과 영남 출신(김명환·박오수·성낙인·정종섭·조영달)이 각각 5명으로 가장 많았다. 나머지 2명은 충청 출신(강태진, 박종근)이다. 호남 출신은 없다.

역대 총장도 마찬가지다. 미 해군 대위인 해리 엔스테드 제 1대 총장은 외국인으로서 유일하게 총장을 지냈다. 11대와 12대 총장을 연임한 한심석 전 총장을 제외하면 모두 단임 총장을 지냈다. 2대 이춘호 전 총장부터 오연천 현 총장까지 23명이 총장직을 거쳐갔으며, 이들은 전부 비호남 출신이다.

지역별로 서울(2대 이춘호·18대 조완규·19대 김종운·21대 선우중호·24대 이장무)이 5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충청(16대 이현재·22대 이기준·23대 정운찬·25대 오연천), 영남(4대 최규동·7대 권중휘·10대 최문환·14대 고병익)이 각각 4명씩 서울대 총장을 배출했다.

이어 경기(5대 최규남·15대 권이혁·17대 박봉식)가 3명, 평안도(9대 유기천·11~12대 한심석)가 2명이었고, 함경도(20대 이수성)와 평양(3대 장이욱), 인천(8대 신태환), 부산(13대 윤천주), 일본 도쿄(6대 윤일선) 출신이 각 1명씩이었다. 이른바 ‘전국 8도’ 가운데 역대 서울대 총장이 나오지 않은 곳은 호남과 강원도뿐이다.

■‘경기고 출신 총장’ 이번에도? = 서울대 총장 선거를 바라보는 또 다른 관심은 과연 이번에도 경기고 출신이 총장이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사회 전반으로 민주화의 열기가 퍼지면서 시작된 첫 직선제 이후 선출된 총장 7명 가운데 이기준 전 총장(서울사대부고)과 이수성 전 총장(서울고) 등 2명을 제외하면 모두 경기고 출신이었다.

이번에도 출사표를 던진 12명의 후보대상자 가운데 절반인 6명(강태진·김도연·성낙인·오세정·이우일·조동성)이 경기고를 나왔다. 이어 경북고(정종섭·황수익)가 2명이었다.

다만 이번 선거는 간선제이기 때문에 경기고 출신이 특별히 유리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대 교수 5명 중 1명꼴로 경기고 출신이라고 할 정도지만, 직선제의 요소는 전체 교직원의 10%만 참여하는 정책평가가 있을 뿐이다. 경기고 출신 교수 숫자도 전보다는 줄었다는 분석이다. 1977년 고교 평준화 이전까지 경기고는 한해 300여명이 서울대에 진학했다. 하지만 고교평준화로 인해 77학번 이후 경기고 출신 서울대 교수는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학부는 전원 서울대 졸업...철저한 순혈주의 = 서울대의 순혈주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는 국내최고 대학이라는 자부심과 교수사회의 폐쇄성이 복합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직선제 이후 총장은 전원 서울대 출신이며, 이번 선거 후보대상자 12명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9년 본지가 전국 189개 4년제 대학의 총장 프로필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당시 모교 출신이 총장을 맡는 경우는 13%(25개 대학)에 불과했다는 점만 봐도 서울대 순혈주의의 수준을 가늠케 한다.  물론 전체 총장 중 서울대 출신 총장이 61명으로 32.2%를 차지해, 학계에서 서울대가 차지하는 위상 자체가 타 대학을 압도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하버드대는 지난 2006년 개교 이래 처음으로 비(非) 하버드 출신이자 여성 총장인 드루 길핀 파우스트 총장을 배출했다. 국내에서도 KAIST가 2번 연속 외부 총장은 영입해 개혁을 꾀했던 사례가 있다. 이에 비춰보면 서울대의 순혈주의는 두드러져 보이는 게 사실이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자연계열 교수와 인문계열 교수가 번갈아 가며 총장에 취임하던 최근 트렌드가 계속되는가 여부다. 제 22대 이기준 전 총장(화학공학) 이후 23대 정운찬 총장(경제학), 24대 이장무 총장(기계공학), 25대 오연천 총장(정치학)까지는 이 같은 흐름이 이어졌다. 이번 후보대상자 12명의 전공분야는 인문계열과 이공계열이 6대 6으로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박사학위는 정종섭 전 법대 학장을 제외하고 전원 외국대학에서 취득했다. 특히 미국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8명으로 가장 많았다. 나이는 1952년이 4명인 것을 비롯해 50년대 초반 출생이 주축을 이뤘다. 최연소는 조영달(1960년생, 53세) 전 사범대 학장, 최고령은 황수익(1942년생, 72세) 전 사회과학대 학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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