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대학 인터넷 커뮤니티에 등장한 ‘혼밥의 단계’에 대한 게시글 캡처(출처: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ssu&no=216314)
[한국대학신문 백수현 기자]최근 대학가에 혼자 밥 먹는 대학생을 일컫는 말인 ‘혼밥’, ‘혼밥족’이 유행하면서, 혼밥족들도 부쩍 증가하고 있다.

27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나타난 혼밥족 세태의 특징은 ‘자발적’이라는 것이다. ‘혼자 밥 먹는 게 익숙하고 편한 데다, 밥을 같이 먹을 사람을 찾고 함께 식사할 때보다 시간은 물론 비용도 아끼고 다른 일에 에너지를 더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혼밥족이 늘고 있는 이유다.

일부에서는 ‘앗싸(의도적 아웃사이더)’와 함께 지나친 경쟁과 취업난이 가져온 슬픈 세태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혼밥의 긍정적인 측면 꼽은 혼밥족 절반 이상= 혼밥족의 증가를 증명하는 설문 결과도 발표됐다. 27일 알바몬은 대학생 674명을 대상으로 한 ‘혼자 먹는 밥’에 대한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지난 12일부터 23일까지 실시됐다.

하루에 몇 회나 혼자 밥을 먹는지 질문한 결과 응답자의 55.2%가 ‘하루 한번은 혼자 밥을 먹는다’고 답했다. 2회는 ‘9.1%’, 3회는 ‘7.6%’로 나타나는 등 전체 응답자의 약 72%가 하루 1끼 이상 ‘혼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혼자 밥 먹는 일이 없다’고 응답한 대학생은 28.2%였다.

혼자 밥을 먹는 이유에 대해서는 ‘혼밥’의 긍정적인 측면(중복응답 가능)을 꼽은 응답자가 절반 이상으로 나타났다.

23.9%가 ‘혼자 먹는 것이 편하고 익숙해서’라고 답해 1위에 올랐으며, ‘비용이 적게 들어서(13.9%)’, ‘식사시간이 단축돼서(12.3%)’도 주요 이유로 꼽혔다. 반면, 어쩔 수 없이 혼자 밥을 먹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21.7%는 ‘강의 시간 등 일정이 맞지 않아서’를 답했으며, ‘자취를 하는 등 혼자 살아서’도 21.6%를 차지했다.

■혼밥 잦을수록 좋지 않은 식습관 가능성 높아= 실제 혼밥을 하는 것이 식사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일까. 설문결과, 혼밥을 하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는 대학생들은 한 끼를 사먹는 데 평균 4953원을 소요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별로는 남학생(4940원)과 여학생(5021원)이 별 차이가 없었으나, 혼자 밥을 먹는 횟수에 따라 평균 식대가 달라졌다.

혼자 밥을 먹는 횟수가 늘수록 평균 식대는 낮아져 모든 끼니를 ‘혼밥’으로 해결하는 경우 평균 식대가 4045원으로 한 번도 혼자 밥을 먹지 않는 그룹(5022원)보다 약 1000원 가량 싼 식대를 소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 혼자서 식사하는 대학생들의 식습관은 어떨까. 혼자서 밥을 먹는 대학생의 경우 그렇지 않은 대학생들보다 건강에 좋지 않은 식습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학생의 53.9%가 ‘규칙적으로 식사하지 않는다’고 밝힌 가운데 혼자 밥을 먹는 식사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불규칙하게 먹는다’는 응답이 증가했다. 실제로 ‘하루 3번 이상 혼자 밥을 먹는다’고 응답한 대학생들의 경우 ‘불규칙하게 식사한다’는 응답이 무려 62.7%로 ‘혼밥’ 횟수가 0회인 대학생(43.2%)에 비해 19.5%p나 높게 나왔다.

식사를 할 때 ‘영양과 건강을 고려하는가’에 대해서도 ‘하루 3회 이상 혼밥’ 그룹은 ‘혼밥을 전혀 하지 않는’ 그룹에 비해 약 14%p 가량 ‘영양에 덜 신경 쓴다’고 응답했다.

■“인간관계 실종” vs “개인의 자유, 별 일 아냐”= 혼밥 증가 추세를 반영하듯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화장실에서 혼자 밥을 먹는 사진이나 혼밥족의 5단계 등 혼밥과 혼밥족에 관계된 게시물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대학가 혼밥족의 증가에 대해 ‘바쁘다고 인간관계를 필요에 따라 좁게 가져가는 모습이 안타깝다’, ‘공부, 경쟁만 강조하는 사회에서 정작 필요한 인간관계는 제대로 못 배운 것 아닌가’, ‘스마트폰 등 혼자 놀이에 익숙한 시대에 밥 같이 먹는 일도 쉽지 않은 세상이다’ 등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체면이나 남의 이목을 중시하는 사회분위기 때문에 혼자 밥 먹는 것도 이슈가 되는 사회분위기가 더 문제다’, ‘혼자 먹는 걸 어려워하면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이 몇 개나 될까’, ‘혼자 밥 먹든 둘이 먹든 개인의 자유다’ 등 별 일 아니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등장해 혼밥을 둘러싼 의견차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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