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계(조선이공대학 기획처장)

요즘 대학가의 가장 큰 화두는 ‘대학구조개혁’과 ‘특성화 사업’이다. 특성화 사업은 재정 지원과 연계한 구조개혁이 그 출발점이 되고 있다. 대학은 기존의 입학생 수를 줄이고 조직과 인원을 감축하는 제 살 도려내기에 온갖 신경이 곤두서 있다.

저출산으로 인해 학령인구가 현저하게 줄어드는 냉혹한 인구사회학적 현실 앞에서 대한민국 대학 사회가 비켜갈 수 있는 우회로는 없다. 2018년부터 대입 정원이 고교 졸업생 수를 초과하는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2023년에는 현재 56만 명인 대학 정원을 최대 40만 명밖에 채울 수 없는 상황은 대학과 고등교육에 종사하는 많은 이들에게 엄청난 고민을 안긴다.

모든 대학이 위기라 하지만 지방대학, 그 중에서도 전문대학은 얼어붙은 현실에 대한 체감온도가 더 크게 다가온다. 모든 중심이 수도권으로 쏠리다 보니 학생 충원도 취업도 여간 쉽지 않기 때문에 각종 평가 지표에서 불리함을 느낄 때가 많고 외부평가의 잣대는 더욱 가혹해지고만 있다.

그렇다고 대학 사회가 처한 암울한 미래를 그저 지켜만 보고 있을 순 없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스스로의 변화’이다. 변화는 스스로 깨달을 땐 기회가 되지만 외부에 의해 강요되면 재난이 될 수밖에 없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이 세상에서 살아남은 종족은 힘이 가장 센 종족도 아니고, 가장 지적인 종족도 아닌 가장 변화에 잘 적응한 종족”이라고 하였다. 거대한 브론토사우르스 공룡은 꼬리 쪽으로부터 위협을 느끼는데 무려 20초나 걸려 결국 가장 먼저 멸망을 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변화를 수용하고 주도적으로 대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적당한 대처는 도태와 좌절만을 남길 뿐이다.

전 세계를 재패했던 전자제품계의 강자 소니는 올해 초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망신을 겪었다. 소니의 몰락엔 복합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손꼽는 이유가 바로 급변하는 시장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면 소니를 제치고 세계적 명성을 얻은 삼성의 회장이 임원들을 모아놓고 “나부터 변하자. 처자식 빼고 다 바꾸자”라며 신경영 선포를 했다. 그 뒤 이어진 석 달여 간의 회의를 통해 개혁과 혁신에 대한 중요성을 공감하고 다양한 의견을 나눈 것이 오늘날의 세계적 입지를 닦은 중요한 첫 걸음이 되었다.

대학의 구조개혁은 이제 시대의 요청이자 대학의 사명이 되었다. 제 살을 깎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우리는 변화를 통해 변신을 해야 한다. 나만은, 우리 부서만은, 우리 학과만은 제외라는 안일하고 위험한 생각을 접어야 한다.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야 하고 소통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나 자신의 변화가 바로 세상 모든 것의 변화라고 인식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시대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다. 나부터 변할 것이다. 나부터 먼저 변해야 우리가 바뀐다. 우리가 바뀌면 대학이 바뀌고, 대학이 살아난다.

대학이 살아나면 우리 지역 인재들의 꿈과 희망도 살아난다. 대학 구성원들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변화를 따라가기보다는 변화를 선도하는 대학이 많아질 때 우리 사회는 더 큰 희망을 갖게 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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