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연식 경북대 기획부처장

정부는 2023년까지 대학 입학정원을 올해 보다 16만명 줄이는 구조개혁을 추진 중에 있다. 이 구조개혁은 교육부에서 대학으로 지원하는 재정사업과 연계돼 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구조개혁을 하지 않는 대학은 대학발전을 위해 중요한 요소인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에서 불이익을 볼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1970년에 전문대를 포함해 168개였던 대학은 2013년에 433개로 2.5배 이상 늘었다. 특히 1996년 김영삼 정부가 최소 설립요건만 갖추면 대학 설립을 인가하는 준칙주의를 도입한 이후 2011년까지 15년간 63개교가 신설됐으며, 70년대 20만 명이었던 대학생은 대학정원 자율화 정책과 더불어 40년만에 370만 여명으로 18배나 증가했다. 대학의 공급 과잉은 학령인구의 감소와 더불어 대학의 부실을 초래해 정부가 재정지원을 제한한 부실대학만 35개교에 이르렀다. 대학의 부실화는 대학 구성원은 물론 지역사회 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지방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와 충원난이라는 시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수도권 이전 및 캠퍼스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2000년 수도권 소재 대학비율이 33.9%이었던 것이 2030년에는 약 43%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것은 향후 지방대학이 감내해야 하는 현실이 매우 어두운 상황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이며, 결과적으로 국가 균형발전에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임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한 대학구조개혁은 거스를 수 없다. 다만 대학구조개혁 이후에도 모든 대학이 공장에서 찍어낸 것처럼 똑같은 인력을 배출한다면 대학구조개혁의 진정한 의미는 없는 것이다. 대학별 특성화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현재 교육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학구조개혁에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키워드가 결여되어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학 구조개혁과 특성화를 통해 대학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4년제와 전문대, 교육중심, 연구중심, 산업인력 중심 등 각 대학의 특성을 살려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교육부뿐만이 아니라 산업자원부나 고용노동부 등 유관 부처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특성화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대학의 구조개혁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기업논리에 따르면 취업률이 낮고 투자유치가 어려운 문학, 사회, 철학을 포함해 기초학문분야는 당장 폐지해야한다. 하지만 대학이 교육과 기초학문을 포함한 학문분야 간 균형발전을 책임질 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기업논리에 의한 구조개혁은 곤란하다. 교육부가 이번에 발표된 CK-Ⅰ(Creative Korea-Ⅰ) 및 CK-Ⅱ사업에서 국가지원분야를 선정한 것은 이런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덧붙인다면 기초학문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 지역거점 국립대를 기초학문보호 및 지역선도대학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국립대는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그리고 이명박정부에 이르기까지 입학정원의 의무적 감축, 유사중복학과 통폐합 등 정부방침에 따라 정원 감축을 성실히 수행해왔다. 하지만 정부의 지방대학특성화사업에 따라 국립대도 2017년까지 지방 사립대와 같은 수준으로 정원을 감축해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지역거점 국립대의 정원감축은 지역사회는 물론 국가의 균형발전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즉, 지역거점 국립대는 지방에서 유일한 엘리트 수용처이며, 고급 인적자원의 회귀처 및 지역사회 리더들의 집합처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일률적이고 추가적인 국립대의 정원감축은 지역 우수인재의 수도권 대학 진학으로 이어져 지역의 교육 및 연구역량을 약화시키고 지역발전의 동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지방 국립대는 그 존재 자체가 지방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요한 산업의 일부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며, 지역거점 국립대의 정원 감축 정책은 최대한 신중을 기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정부는 국립대 입학정원을 감축시키기 보다는 지역민 및 지역산업과 연계해 국립대학을 연구중심 또는 교육중심 대학으로 더욱 특화 발전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발전을 위한 대학의 구조개혁과 특성화는 학문분야를 구분해 국·사립대간 역할 또는 기능 분담으로 가야할 것이다. 실용학문 및 직무·직업교육을 특화시키는 사립대와는 달리 국립대를 저소득층에 균등한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기초학문, 학과중심의 교육 및 연구 중심 대학으로 더욱 특화시켜야 한다.

대학의 경쟁력은 국가 경쟁력의 근원이다. 지역 대학의 발전은 지역 발전의 구심점으로 작용해 국가균형발전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진정한 대학구조개혁을 통해 대학의 경쟁력을 살리고 그 경쟁력을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기 위한 진정한 고민이 필요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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