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검진 한국기술교육대 산학협력교수

기술이전에는 왕도가 없다. 서로간에 필요성이 있어야 기술이전도 되는 것이지 공산품 팔듯이 특허를 사라고 외친들 산업체에서는 거들떠 보지도 않을 것이다. 예컨데 기술이전이 되는 경우는 대학 TLO에서 나서는 경우 보다는 산업체에서 먼저 어느 대학의 어떤 교수가 무슨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먼저 아는 경우가 많다. 그 교수에게 연구비를 미리 주는 경우도 있다. 연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거나 함께 공동연구를 하고 그 결과로 파생된 특허를 자연스럽게 기술이전해간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기술이전이다.

TLO 에서는 이것을 보고만 있지 말고, 그 프로젝트에 합세해 원천특허를 만들고, 개량특허와 같은 주변특허도 출원해서 특허패키지로 기술이전할 수 있도록 전략 특허화를 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가급적 발명자와 대학에 도움이 되도록 기술이전 계약서도 나서서 작성해 주어야 한다. 다시 말해 특허를 먼저쓰고 그것을 기술이전하기 위해 애쓰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차라리 기업체를 찾아 다니면서 수요기술이 무엇인지를 묻고, 수요기술을 잘 알고 있는 교수와 산업체 간에 공동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매칭을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매칭에서 끝나서도 안된다. 기술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 특허맵 작성 등의 작업을 지원해 주어야 한다. 이때 교수 연구실의 연구원과 함께 이 작업을 수행하면 그 연구실은 특허를 검색할 수 있는 능력까지 배양되고, 특허들을 통하여 중복연구를 배제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데 도움도 줄 수 있다.

이같은 일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귀찮더라도 산업체를 자주 방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하는 것을 다 알면서 왜 호랑이굴에 들어가는 것은 꺼려하는지 이러한 태도부터 고치지 않으면 기술이전은 요원할 것이다. 최소한 일주일에 1~2번은 산업체를 방문하는 패턴의 업무가 이뤄져야 한다. 이것이 기술이전의 시작이다.

요즘에 산업체에서는 한 술 더 떠 대학에서 오랜 기간 연구를 수행하고, 기술사업화 준비가 거의 끝나가는 기술을 찾는 신종 기술사냥꾼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들의 수법을 보면 대학 최대의 약점인 재정적 취약점을 노려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하자고 제안한다. 자신들은 닭털도 뽑지 않고, 삶은 닭만 먹겠다는 고약한 심보다. 투자금 몇푼 주고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자기들 몫으로 챙기려는 기업체가 늘고 있는 현실이다.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데 이미 검증도 안된 특허를 사라고 다니면 과연 누가 사겠는가? 이미 만들어진 특허는 기술자료집 등을 통한 홍보로 기술이전을 시도하도록 하고, 될 수 있으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산업체를 방문하며, 대학교수를 매칭해주는 마케팅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대학 TLO에 산업체의 임원급과 대화할 수 있는 전문가가 많이 필요하다. 투자 없이 성과를 바랄 수는 없다. 스탠퍼드대나 MIT가 기술이전 수입이 많은 것은 연구력도 좋지만, 그것을 산업체에 매칭하는 전문가가 많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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