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대구교대 교수협의회장

▲ 조영남 대구교대 교수협의회장

교육부가 국립대학의 총장 직선제에 부작용이 많다는 이유로 공모제 방식으로 학칙 개정을 강요하고 있다. 총장 직선제와 관련된 학칙과 규정을 개정하지 않을 경우 대학 재정지원 사업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말이다. 이는 분명 헌법 제31조 4항에 보장되어 있는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 또한 국립대 총장후보자를 추천할 때는 해당 대학 교원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라 직접선거로 선정할 수 있도록 한 교육공무원법 제24조 3항에도 위배된다.

대통령 선거에서 일부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직선제를 간선제로 바꾸자는 논리가 헌법과 상식에 위배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설령 총장 직선제에 일부 부작용이 있다 하더라도 폐지라는 극단적인 조치보다는 이를 보완하여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 빈대 잡자고 초가집을 전부 불태울 수는 없지 않은가.

‘2014년 대학 재정지원 사업에 반영되는 국립대학 총장 직선제 요소 추가 알림’ 공문을 보면 더욱 가관이다. 투표나 추천 등을 통해 총장임용추천위원회 내부 위원을 선정하는 방식을 직선제 요소로 간주하고 이를 학칙과 자체규정에서 모두 삭제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표나 추천 등을 무작위 추첨 방식과 혼합하는 것도 직선제 요소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오로지 무작위 추첨(추출, 표집) 방식만 허용할 뿐이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후보자끼리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총장을 선출하는 것이 더 간편하고 낫지 않느냐는 우스개도 들린다. 총장 직선제는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화의 상징이다. 그 폐지 여부와 간선제 방식의 공모제에 대한 결정도 외부의 부당한 간섭 없이 대학구성원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부가 총장 공모제를 강요하는 것은 직선제의 부작용에 대한 대안이라기보다 국립대학을 손쉽게 통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대표성이 담보되지 않은 총장이 누구의 말을 듣겠는가. 더구나 내부위원 선정은 무작위 추첨 방식만을 강요하면서, 외부위원은 추천으로 선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율배반(antinomy)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공모제로 총장을 선출할 경우에도 지원자들이 반드시 대학발전기금을 납부하도록 되어 있다. 총장 지원자가 대학의 발전을 위해 일정액의 기금을 기부하는 것은 일면 당연하다. 교외인사가 지원하려면 오히려 더 많은 대학발전기금을 납부해야 하는 것이 건전한 상식이다. 하지만 교육대학의 경우 교외인사는 예외로 하고 있다. 누가 왜 그렇게 했겠는가. 관료 출신들과 외부 인사들이 쉽게 대학에 진출할 수 있도록 안전판을 마련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교육부가 이런 식으로 대학을 장악하려 해서는 결코 안 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하였다. 상식과 기본에 어긋난 정책을 강요하는 교육부는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개혁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최근 대통령이 앞장서서 우리 사회의 각종 규제를 ‘손톱 밑에 박힌 가시’, ‘가장 큰 장벽’, ‘쳐부술 원수’, ‘암 덩어리’, ‘사생결단을 하고 붙어야’ 라고 수위를 높여가며 철폐를 강조하고 있다. 교육부의 국립대학 총장 직선제 폐지 강요야말로 대학 사회의 대표적인 규제이자 철폐 대상이라 할 수 있다. 대학은 이를 암 덩어리로 생각하고 사생결단을 하고 붙어서 헌법에 보장된 대학의 자율성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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