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특성화사업 마감 맞춰 학부·전공 통폐합 ‘러시’

대학들 전문성 제고해 구조조정추진위 설치
“단순 학과 명칭 변경도 언론 표적돼” 고충
피해자는 학생 “정부, 소통없이 일방적" 비판

[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 최근 수도권·지방을 막론하고 대학가에 학과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가 대부분의 재정지원사업 선정에서 정원감축을 가산점제로 전면에 들고 나오면서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했던 지방 일부 대학들의 ‘학사 구조조정을 통한 정원감축’이 전체 대학으로 확산되고 있다.

▲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언론에 집중 조명을 받은 10개 대학의 학과(전공) 구조조정 주요 사항. (4월 11일 기준)

■ “사업신청이 우선 … 교육의 질 관심 가질 여유 없다” = 대학가 최고 관심사인 ‘특성화사업’ 계획서 제출 마감일이 4월 말로 다가오면서 대학들은 학과 전공 통폐합을 통한 정원감축 가산점이 사업 선정의 당락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 전략 짜기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전 대학부서의 관심이 교육의 질보다 정원 감축·학과 구조조정 등과 연계된 각종 정부 지원 사업 수주로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심 안타까움을 비쳤다.

입시와 홍보 업무 두 분야를 책임지고 있는 한 지방대 보직교수는 “일주일에 3~4번은 실무자들끼리 모여 학과 구조조정, 특성화, 입시 관련 회의를 진행한다. 앞서 경쟁력이 부족한 학과를 통폐합 하려다 반발이 너무 심해 이를 철회하고 모든 학과의 4~10%의 정원감축 안을 놓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요즘 너무 정신이 없고 혼이 빠져나가는 것 같다. 교육부가 대학을 못 믿고 자율적으로 내버려 두지 않아서 이러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수도권 대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의 소규모에 속하는 모 대학 기획처장도 “각종 정부 평가라는 것 때문에 대학들이 문을 닫느냐 마느냐가 달렸다. 어떻게 하면 학생 교육을 잘 시킬까, 우리 사회가 필요한 인재, 건학 이념에 맞는 인재를 길러낼 방법이 무엇이냐’하는 고민을 할 수조차 없다”며 “지금 대학가는 본연의 교육 역할을 전혀 할 수 없게 만드는 환경”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학과 이름만 바꿔도 구성원 반발,  여론 악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 거의 대부분의 대학들이 학과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언론의 주목받는 대학은 따로 있다. 구성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경우가 그렇다. 이들 대학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하기도 한다. 특히 학과 폐지가 아니라 단순히 이름이 변경되거나 계열이동이 있는 대학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지방의 한 대학 기획팀 관계자는 “우린 사실상 학과 이름만 변경했다. 겉으로만 보면 학과 이름이 바뀌니까 학생들이 자신의 과가 폐과되는지 알고 반발이 일어났다. 이런 경우에 언론의 조명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며 “폐지하지도 않는 학과 구성원들에게서 과가 없어진다는 오해를 사는 것도 교육부 때문이다 ”고 난감해 했다.

외부의 주목은 대학 구성원 특성에 따라 ‘복불복’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수도권 대학의 한 기획처장은 “요즘 학과 구조조정 논의 안하고 있는 대학이 있느냐”며 “구조조정에 대해 구성원이 조용한 대학, 아닌 대학이 따로 있는 것 같다. 교수나 학생들이 이를 알면서도 수긍하고 대학 사정을 이해해주는 곳은 주목을 덜 받을 것이고, 기자회견이나 본관 점거 등 강하게 나오면 당연 이목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 "기왕 할 거면 제대로" 학과구조조정 추진위 구성 ‘활발’ = 이와 같이 학과·전공 구조조정을 진행한 대학들은 학사개편 관련 업무를 전문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별도의 위원회를 따로 구성하는 분위기다. 이왕 구조조정을 할 것이면 ‘제대로’ 하자는 취지다.

10개 대학 중 경기대와 서원대를 제외한 △고려대 △남서울대 △동아대 △동의대 △목원대 △배재대 △삼육대 △중앙대 8개 대학은 2012·2013년에 학과와 전공 조정 등을 위한 전문 위원회를 신설했다.

해당 대학 홍보팀 담당자는 “어차피 학과 통폐합이 진행돼야 한다면 기존의 기획처나 교무처에서 이를 진행하는 것 보다는 별도의 전문 위원회를 꾸리는 것이 대학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최대 피해자는 ‘학생’, 하향식 정부구조조정에 '반기'= 구조조정을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구성원은 뭐니 뭐니 해도 당연 해당 학과 학생들이다. 서울지역 대학생들은 지난 9일 광화문 광장 앞에서 대학의 일방적인 학과 구조조정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전국 대학구조조정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이아혜(국민대 4)씨는 “지난 1월 28일 박근혜 정부는 ‘대학구조개혁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안에 따르면 결국 대학 본연의 역할보다 ‘취업률’에 뛰어난 대학과 그 학과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며, 획일적인 잣대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서열화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 대학생들은 “소통 없는 하향식 추진방식은 반대를 몰고 온다. 교육부는 제도를 강행하기보다는 대학생과 대학의 목소리를 들어야한다”며 “일방적인 학과 구조조정과 서열화, 기초학문의 위기를 조장하는 대학구조개혁 철회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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