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직교수 참여 두고 본부-교협 힘 겨루기 한창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이달 내로 전체 4년제 사립대 156개교에 대학평의원회가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5일까지는 평의원회 설치를 완료해야만 특성화사업 선정 평가와 각종 지정지원 사업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되면서, 아직까지 설치 못한 고려대와 연세대 역시 설치가 임박했다.

지난달까지 성균관대와 목원대가 평의원회를 설치했고, 연세대 역시 지난 16일 교수평의회와 평의원 선발 방식에 합의하면서 평의원회 설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연세대는 이날 교수 평의원 6명 중 3명은 교수평의회에서 추천한 인사를, 나머지 3명은 대학본부에서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출하기로 합의했다.

고려대의 경우 직원, 학생, 동문, 외부인사 평의원 선출은 끝냈다. 현재 교수의회와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협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교수의회 규정에 따라 교수 평의원 5명을 모두 선발하기로 돼있었는데 대학 본부가 본부 주도로 회의체를 구성해 별도로 선발한다고 통보하자 의장단 3명이 일괄 사퇴하는 등 거세게 반발한 바 있다.

명순구 고려대 교무처장은 “교수의회와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교수 평의원 선발을 강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협의를 통해 오는 25일까지는 평의원회 설치를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이달 중 모든 사립대가 평의원회를 구성하게 될 전망이다. 지난 2005년 사립학교법에 대학평의원회 설치가 의무화되고 2007년 시행령이 발효된 후 7년 만이다.

지난해 5월까지만 해도 고려대를 비롯 목원대·백석대·성균관대·연세대·영산대·이화여대·홍익대 등 8곳의 대학이 평의원회를 설치하지 않은 상태였다. 교육부에서 지난해 7월부터 대학평의원회 설치 의무를 위반한 대학법인 이사회의 신규 임원 취임 승인을 보류키로 하면서 백석대와 영산대, 이화여대, 홍익대가 줄줄이 평의원회를 설치했다.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로 평의원회 설치가 합헌이라는 판결이 나온 데다 교육부가 특성화사업 선정 평가와 재정 지원에서 사립대의 평의원회 구성 여부를 반영하기로 하면서 지난달 목원대와 성균관대도 설치를 완료했다.

특성화사업은 올해만 2031억원이 투입되는 ‘지방대학 특성화사업’과 546억원이 투입되는 ‘수도권 대학 특성화사업’으로 나눠 진행되며 사업 선정 평가에서 사립대는 평의원회 구성 여부가 2.5점 반영된다.

특성화사업에서 2.5점은 당락을 뒤바꾸고도 남을 큰 점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립대는 이달말 사업 신청서 접수 마감 전까지 평의원회 구성을 완료해야 이 점수를 확보할 수 있다. 또 이후 주어지는 최종 유예기간까지 평의원회 구성을 마치지 못했음에도 사업에 선정될 경우 대학 본부에 배정되는 사업비 중 50%를 삭감당한다.

설치가 강행되면서 이제는 대학평의원회의 기존 기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부분 대학의 평의원회 규정을 살펴보면 보직교수 역시 평의원으로 선출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평의원회의 견제와 감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지적들이 이어지고 있다. ‘보직교수도 평의원이 될 수 있다’는 이화여대 교수 평의원 선출 관련 최근의 법원 판결 사례는 평의원회의 본래 기능을 더 약화시켰다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실제로 고려대와 연세대 등 판결 이후 평의원회 설치를 추진한 대학들은 이 결과를 적극 참고했다는 증언이 터져 나왔다. 규정상 명시돼있지 않아 교수협의회와 본부가 암묵적으로 보직교수를 제외하는 경우만 더러 있을 뿐이다.

고려대 평의원회 규정은 이화여대 판결을 차용해 보직교수도 평의원 자격에서 배제하지 않도록 했다. 교수의회 관계자는 “평의원회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기존 교수의회 규정대로 교수의회에서 평의원 5명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고수할 계획”이라며 “현재 추천 교수 5인을 본부에 제출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원옥 연세대 교수평의회장은 “연세대 본부에서도 평의원회 규정 역시 이화여대 판결과 규정을 적극 차용한 것이 많다”며 “교무위원은 평의원으로 선정하지 않겠다는 구두 약속을 받아내기는 했으나 애초 대학 상황을 모르고 졸속으로 내려진 해당 판결 때문에 교수들의 발언권이 대폭 축소됐다”고 비판했다.

김영원 숙명여대 교수협의회장 역시 “우리 대학 역시 대학평의원회 초기에는 보직교수들도 더러 평의원에 선정되고는 했으나, 교수협의회 차원에서 여러 차례 항의해 평교수로 교수대표를 구성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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