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지원 미끼로 정원감축 밀어붙이기로 학내 갈등 유발

“폐과예고제 등으로 충격 최소화, 갈등조정기간 주어져야"
“개별대학 중장기계획 따라 차근차근 단계 밟는 게 옳아”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각 대학이 정부의 지방대·수도권 특성화사업 평가기준에 맞춰 정원감축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수 대학들에서 구조조정으로 인한 구성원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지방대학일수록 이같은 갈등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을 미끼로 한 정원감축 요구가 학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17일 대학가에 따르면 청주대, 서원대, 강원대, 동의대, 경성대 등의 대학에서 학과통폐합으로 해당학과 학생들과 교수들이 들고 일어나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4일 교육부에 2015학년도 입학정원 조정안을 입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구성원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학과 통폐합이 불씨가 됐다.

동의대는 본래 2015년도 입학정원을 5% 감축하기로 했다가 지난 14일 입학정원 110명을 추가로 감축하겠다고 교육부에 보고했다. 동의대는 불어불문학과와 독어독문학과, 물리학과 등 기초학문 학과 모집을 중지하고, 국어국문학과와 문예창작학과를 통합한다고 뒤늦게 구성원들에게 통보했다.

박철제 동의대 기획처장은 “야간대학을 폐지함과 동시에 충원율 기준으로 낮은 학과 유사학문 분야를 통폐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문학과와 문예창작학과 통폐합에 대해 해당 학과 교수들은 크게 반발했다. 지난 16일 이들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양 과 교수들은 일방적인 통보에 대해 수용 불가 의사를 분명히 밝혔으나 총장은 15일 교무회의 석상에서 이 결정을 양 과가 수용하였다고 공표하면서 통합안을 전격 처리했다”며 “이와 같은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통압안의 무효화와 책임자의 사퇴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지역거점국립대인 부산대 역시 공과대학 위주로 유사학문을 통폐합해 7%를 감축키로 했다. 이에 따라 부산대 총학생회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대학의 무분별한 학사구조조정을 조장하는 교육부의 지방대 특성화 사업을 규탄한다”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른 부산지역 다른 대학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동아대도 국어국문학과와 영어영문학과 야간을 폐지해 입학정원 7.9%를 감축한다. 경성대는 국어국문·일어일문·한문·사학과를 인문문화학부로, 독일지역학과·프랑스지역학과·철학과를 글로컬문화학부로 광범위하게 묶어 총 50명을 줄일 예정이어서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밖에도 곳곳에서 갑작스러운 일방통행식 학과 통폐합에 대해 곳곳에서 해당 학과 구성원의 분노가 표출되고 있다. 전국대학총학생회모임은 지난 15일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의 일방적인 학과구조조정과 특성화사업으로 학과구조조정을 유도한 교육부를 규탄했다.

서원대 미술학과 학생들은 지난 15일부터 총장실을 점거하고 있으며 17일에는 정문과 행정관에서 교직원 출입을 막는 집회를 열었다. 일부 학생들이 신축건물 4층 옥상에 올라가 건축자재에 불을 붙이는 등 시위를 벌여 분신시도로 오해한 경찰이 출동해 진압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청주대 사회학과 학생 70여명은 17일 대학 본관 앞에서 학과 통폐합 철회를 요구하며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이처럼 터져나오는 대학 내 갈등이 점차 격화일노에 놓이면서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을 함께 펴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교육부가 특성화사업을 통해 정원감축을 최우선 목표로 내세워 급박한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다”며 “정책적으로 3~4년 뒤 폐과를 적용하도록 예고 기한제를 줘 충격을 최소화하거나 구성원간 갈등 조정기간을 주는 등 각 대학들이 중장기적 발전안대로 차근차근 특성화 단계를 밟도록 여유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과 같은 구조조정은 교육부 목표대로 정원감축을 가능케 할 수는 있겠지만 학문 불균형 현상으로 미래에 편중된 인재만 배출되는 등 구조적 기형이 나타날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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