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정부옹호 내용만 그대로 나머지는 철거" vs 학교 "일정기간 지나면 다떼, 검열 아냐"

▲ 중앙대 학생들과 타 학교 학생회에서 쓴 대자보들이 벽에서 떼어져있다.(출처:중앙문화)

[한국대학신문 차현아 기자] 중앙대에서 다시 대자보 철거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12월 ‘안녕들하십니까’ 열풍과 청소노동자 파업지지 관련 대자보들이 강제 철거된 이후, 지난 12일에도 대학본부를 비판하며 자퇴한 학생을 지지하는 대자보까지 하루 만에 철거됐다.

이 대학 철학과 학생이었던 김창인씨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의 기업화에 반대한다”며 자퇴를 선언했다. 그는 “정권을 비판한 교수는 해임되고, 총장을 비판한 교지는 수거됐다.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에서 대자보가 금지됐다”고 거세게 비판해 인터넷을 비롯 주목을 받았다.

그는 스스로를 ‘두산 1세대’라 칭하고, 2008년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한 뒤 대학이 2010년 학과 통폐합을 추진할 때 ‘대학의 기업식 구조조정 반대’라는 내용의 펼침막을 한강대교에 건 이후 학교 측으로부터 지속적인 감시와 징계를 받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2일에는 김창인씨를 지지하는 중앙대 학생 13명과 숭실대 등 타 학교 학생회 4곳에서 중앙대 법학관 벽면에 총 17개의 대자보를 부착했다. 그러나 이 대자보와 세월호 사건에 대한 의견을 담은 대자보는 13일 오전 5시 30분쯤 모두 철거됐다.

반면 지난 10일 교양학관 앞 게시판에 붙은 ‘자유대학생연합(자대련)’ 회장단의 대자보만이 홍보물 부착 검인 도장 없이 14일 오전 10시 현재까지도 철거되지 않은 상태다. 이 자보는 세월호 사건을 대통령 퇴진이라는 정치적 구호와 연관시키는 ‘청년좌파’를 비판하고 있다. 부착자가 게시기간을 따로 명시하지 않았는데도 철거되지 않아, 일각에서는 정권과 대학본부에 비판적인 대자보에 대해서만 ‘민감 대응’한다고 꼬집고 있다.

이는 ‘관련부서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사전 승인을 받지 못하거나 1주일 이상 게시된 홍보물은 철거 된다’는 ‘학생홍보물 게시에 관한 내규’를 따르더라도 일관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대자보 검열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중앙대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에서 활동하는 이찬민(사회학 2)씨는 “김창인씨 지지 대자보를 붙이기 위해 학교 허가를 받으려 했으나, 내용에 ‘팩트가 없다’며 승인을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학생들이 공론장에 의견을 개진하려는 글에도 허가를 받아야 하고, 또 허가도 해주지 않고 강제 철거하니 학생들 입장에선 답답하다”고도 덧붙였다.

이대엽(신문방송학 1)씨 역시 “자대련 대자보는 유지하고 나머지 대자보는 다 뗀 것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안녕들하십니까’와 청소노동자 파업 사안 이후로 학교 측에서 대자보에 (불필요하게) 강경한 대응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성 중앙대 홍보팀장은 이같은 논란에 대해 “검인 도장이 없거나 도장을 받았어도 일주일 이상 붙은 게시물은 당일 혹은 토요일 오전에 떼게 돼있다”며 “자대련 대자보도 곧 뗄 것”이라고 밝혔다. 홍보물 승인 절차가 검열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담당부서에서 홍보물을 일일이 읽고 특정 내용을 문제삼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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