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건물 균열 사진 논란… 관할청 관리 의무화 법제도 보완 시급

학내 건축물 안전점검, 학생들이 요구
전문가 "반복적 균열은 정밀조사 필요"
'대학 사유건물' 지자체·교육부는 뒷짐

▲ 홍익대 인문사회관 C동(뒤)과 D동

[한국대학신문 한철 기자]세월호 참사가 남기고 간 교훈은 사회 시스템의 부실과 안전 불감증이다. 대학가도 예외가 아니다. 학생들은 캠퍼스 건물의 안전을 우려한다. 수천명이 수시로 이용하는데다 오래된 건물이 많다. 안전을 보장해야 할 법은 허점투성이다.

홍익대는 지난 12일 한 졸업생이 자신의 블로그에 2010년 찍은 인문사회관 C동과 D동의 사진을 공개해 학내 큰 파장이 일었다. 그는 사진 공개의 이유에 대해 "세월호 사건 이전까지는 이런 균열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며 "학교를 졸업하고 더이상 C동 수업들과는 관련이 없을 지라도, 4년간의 방관의 책임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적었다. 
 
사진에는 균열이 생긴 벽, 계단과 바닥 높낮이가 불균형한 복도와 강의실, 화장실 등을 담고 있다. 실제로 현재도 이들 건물에서 유사한 균열을 발견할 수 있다. C동의 경우에는 계단 등에서, D동은 벽과 계단에서 집중적으로 균열이 발생했다.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건물벽 균열(C동), 계단벽 균열(C동), 계단벽 균열(D동), 좌측으로 기운 바닥(C동)이 보인다.
 
■ 학교 "건물 구조적 문제 없다" 학생들 "걱정스럽다" = 학생들은 멀리는 삼풍백화점 가까이는 부산외대 경주 리조트 지붕 붕괴 사고를 떠올리며 심각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세월호 사고 이후 그동안 묵인해 왔던 문제들에 대해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총학생회는 학교측에 문제의 건축물은 물론 노후 건물에 대한 전면적인 안전 진단을 요구했다. 진행상황은 대자보를 통해 학생들에게 발빠르게 알렸다. 
 
최창훈 총학생회장은 "체육관도 다중 이용시설이기 때문에 안전 점검을 요구했다"며 "땜질 처방이 아니라 근본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체 건물을 동시에 점검·개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해 학생들이 많이 쓰는 건물에 대한 점검을 우선적으로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미 학교 측으로부터 D동에 장마전 통풍시설을 마련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안전 점검을 실시하더라도 최대한 투명성을 확보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외부 안전점검 전문업체와 학교 토목, 건축학과 등의 교수가 함께 점검에 참여하고 그 결과도 학내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측은 14일 C동에 대해 건축물 구조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사무처장 명의의 공식입장을 내놨다. 자체 긴급 점검결과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정밀안전 점검을 하겠다고 밝혔다.
 
홍익대 사무처 박신석 건설관리팀장은 "자체 점검 결과 C동에서 발생하는 균열은 증축과정에서 건물간 높낮이가 달라 생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 "학생들이 의혹을 제기했던 지하주차장 공사와의 연계점은 없다"고 못박았다. 2010년 D동 신축공사 전 실시한 모 업체의 안전 진단 보고서에는 건축물의 구조적 부실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다. 학교는 당시 캠퍼스내 C동외 26개 건물의 안전 진단을 받았고 C동에는 문제가 된 균열 부위에 보수공사를 했다. 보고서에는 C동의 잔여 수명을 24년으로 예상했다. 박 팀장은 D동의 균열에 대해 마감재가 습도로 인해 수축 팽창하면서 생긴 틈이라고 설명했다. 벽에서 결로나 곰팡이가 생기는 것은 지하 건물의 특성상 통풍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이미 2010년 당시 균열 문제로 논란을 겪었던 학생들은 학교측의 이같은 설명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과거 보수 공사를 했음에도 여전히 비슷한 균열현상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강창선 건축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은 건축물 안전과 관련해 "보이는 것과 정밀 진단의 결과는 차이가 있지만 오래된 건물의 경우 반복적으로 균열이 발생한다면 결코 잘 지어진 건물로 보기는 어렵다"며 "학교에서 유사 문제가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정밀조사를 받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 법적인 허점 "캠퍼스는 사유지라..." 지자체·중앙부처 등 점검의무 없어 = 안전의 경우에는 사고 발생시 국가적인 예산이 쓰임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정부와 지자체는 책임에서 멀리감찌 물러나 있다.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시특법)에서는 연면적 3만㎡ 이하의 3종 시설물을 의무점검 대상에서 배제했다. 대학 건물의 경우 소유 주체가 안전점검을 하도록 했다. 소유주의 인식차이에 따라 얼마든지 안전 소홀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홍익대 서울캠퍼스가 있는 마포구청 건축과 담당자는 "현행법상 구청이 관할 구역내 사유 건물에 대한 안전 점검에 대한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민원인이 관할 구청에 신고를 했을 경우 사안의 경중에 따라 안전 점검을 건물 소유자 측에 사전 통보한다. 건물 상태에 대한 정보는 학교측에서 관할 구청의 시스템에 입력하도록 돼있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교육부가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전국 학교 건물 전수조사'를 선언했다. 그러나 홍익대의 경우 조사기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이같은 일이 불거지는 등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교육부 이승재 기술서기관은 "법적으로 지자체라는 관리 주체가 있긴 하지만 교육 시설이니 만큼 교육부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시설 안전 점검에 대해 정보를 모으는 중이라고 밝혔다. 또 "과거 사립대학지원과가 관리 책임을 가지고 있었지만 역량이 없다고 하면서 현재는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의 관리 책임 범위에 대해선 "사립대에 대한 명확한 관리 주체가 없다"고 밝혀 사실상 그동안 사립대 건물 안전에 교육부의 관리 책임 공백이 확인됐다.
 
수많은 학생이 이용하는 건물의 안전에 대해 관계기관이 직접 점검의 책임이 없다는 현행법 자체가 전형적인 시스템 부재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적극적으로 법을 보완해야 하는 이유다.
 
앞서 서울대대학원협의회는 '자연대 건물등에서 균열, 기울어짐 현상이 있다'며 대학 본부에 정밀 검사를 요구했다. 학교측은 지난 14일 정밀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일부 건물에 대한 보수 공사를 결정했다. 건국대는 지난 2012년 한국시설안전공단 안전 점검 결과 공학관이 D등급을 받았다. 건축물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안전등급을 A~E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D~E급은 재난위험시설로 분류한다. D등급은 주요부재에 진전된 노후화나 구조적 결함이 있어 긴급한 보수·보강공사를 진행해야 하고 사용을 제한한다. 학교는 신공학관을 짓고 해당 건물을 철거할 계획이었지만 현재 보강공사를 거쳐 사용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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