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야간주점 중심 문화 개선할 때' … 구성원·전문가 모두 공감

*** 세월호 침몰사고의 여파로, 연예인 초청행사와 주점을 중심으로 치러지던 대학축제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달에 예정돼 있던 축제는 모두 연기되거나 취소됐으며 대신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성금 모금운동이나 사회적 의제를 토론하는 공론의 장을 열고 있다. 학생들조차 외면하고, ‘유흥’으로 얼룩져왔다는 비판을 받아온 대학축제가 이번 기회로 변모할 수 있을까. 본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공동으로 축제로 대변되는 대학문화를 돌아보고 본연의 모습을 찾아 청년문화, 나아가 사회 전반의 문화 수준을 격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한국대학신문 대학팀] 세월호 참사 이후 40여일이 흘렀지만 국민적인 애도 분위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예년 같으면 축제에 대비한 밴드 연습과 동아리 공연 준비 등으로 부산했을 5월의 대학 캠퍼스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다. 앞서 서울대는 지난 13~15일로 예정돼 있던 축제를 가을로 미룬 것을 비롯해 건국대, 동국대, 서울시립대, 성신여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이 잇따라 봄 축제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그러나 한쪽에선 언제까지 슬퍼하고만 있을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고려대와 연세대 등 일부 대학들은 대동제 본연의 의미를 살려 축제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대학축제 개최 논란은 자연스럽게 기존의 낡은 축제문화에 대한 고민과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연예인 행사에 수천 만원을 쏟아 붓고, 야간 주점 일색으로 꾸며진 축제는 이젠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 보다도 힘을 얻고 있다. 기로에 선 대학 축제를 진단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대학 구성원과 문화평론가의 목소리를 모아보는 지상간담회를 마련했다. 패널로는 권경우 문화평론가, 남궁근 서울과기대 총장, 노석균 영남대 총장, 바바키나 알렉산드라 경기대 석사과정 유학생(러시아), 최종운 고려대 총학생회장이 참여했다.

- 세월호 참사러 국가적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축제는 열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노석균 영남대 총장(이하 ‘노’) : “온 국민이 슬픔에 빠진 이 시기에 대학도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자는 생각에서 영남대 학생들도 5월 대동제를 가을로 연기했습니다. 그러나 온 국민이 마냥 슬픔에만 잠겨 있을 수는 없죠. 반성도 하면서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야겠지요. 그런 관점에서 가을에는 연기된 대학축제의 진정한 의미를 되살려 잘 진행하는 것이, 이번 세월호 사고의 아픔을 극복하고 교훈을 되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남궁근 서울과기대 총장(이하 ‘남궁’) : “안타까운 사건으로 인해 저희도 축제가 연기 됐습니다. 축제는 총학생회가 자발적으로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으로 학교는 총학의 이번 결정을 환영합니다. 대신 9월에는 더 의미있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논의하고 최대한 지원할 예정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축제가 순연됐지만 이를 계기로 축제가 변할 수 있는 계기도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하게 됩니다.”

바바키나 알렉산드라(이하 ‘알렉산드라’) : “저도 미루는 게 옳다고 생각해요. 일년에 두 번 정도 대학축제를 하는 건데, 이런 슬픈 일이 있을 경우 애도의 차원에서라도 당분간 축제를 연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이것은 학생들도 이해해 줄 것이라 믿습니다. 물론 대학축제 자체가 그날만큼은 신나게 즐기고 선후배와 친해 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그것은 축제를 굳이 열지 않아도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애도를 해야 할 때는 학생들의 마음도 함께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종운 고려대 총학생회장(이하 ‘최’) : “고려대는 축제를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힘든 결정이었어요. 학생회 차원에서 정말 많은 논의를 했습니다. 두 가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봤는데요. 먼저 추모와 애도가, 다음으로 대학생들이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유흥’을 넘어 사회의 문제에 대한 고민의 장, 그리고 발전을 꾀할 수 있는 발판으로서의 ‘대동(大同)’의 본질을 추구한다면, 대동제의 정상 진행이 사회적 슬픔의 감정과 상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권경우 문화평론가(이하 ‘권’) : “축제 개최와 생략, 둘 다 존중할 수 있다고 보는데요. 축제를 열기로 한 고려대나 연세대 등의 결정은 사회적 추모 분위기를 감안한 축제 분위기 조절 등 다양한 고민들이 전제됐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참사나 비극이 있을 때 우린 영화도 보면 안 되고 공연도 보면 안 되냐, 그건 아니라는 거죠. 중요한 건 어떤 노래를 부르느냐잖아요. 일본 지진 때도 한 밴드는 “우리가 노래하는 것에 위로 받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 연예인 초청행사에 수천만원을 쏟아붓는다는 비난 여론이 있는데. 연예인 초청행사, 이대로 괜찮을지.

: “총학생회 입장을 설명하고 싶습니다. 연예인 행사가 축제의 주가 되면 안 된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무조건 비판적으로 바라볼 일은 아니죠. 연예인 행사는 학우들의 관심을 끄는 데 효용 가치가 있으니까요. 물론, 잠깐의 행사에 많은 돈을 쓰는 것에 대해선 의구심이 남지만요.”

알렉산드라 : “저도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축제에 연예인 공연하면 기분 좋죠. 가수들의 공연을 보고 학생들이 흥이 나 더 신나게 축제를 즐기는 것 같아요. 참여를 잘 안하는 학생들도 공연보러 축제 오는 경우도 있고, 지역 사람들도 와서 함께 축제를 즐길 수 있죠.”

: “저는 생각이 좀 다른데요. 축제의 주인공은 연예인이 아닌, 우리 학생들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죠. 대학축제 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연예인들이 있고, 심지어는 누구를 초청하느냐에 따라 대학축제의 흥행 성패가 갈린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니, 정말 누구를 위한 대학축제인지 의문이 듭니다.”

남궁 : “가장 큰 문제는 연예인 초청행사가 결국 대학 내 동아리들의 설자리를 잃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또, 연예인 초청이 학교의 등급을 나누는 잣대가 되고 하는 부작용들이 성행하고 있어요. 인기연예인을 부르면 인근의 중고등학생들이 몰려들어 정작 재학생은 제대로 즐기기 힘들다는 점도 안타깝습니다.”

: “저도 비판적입니다. 연예인 초청은 사실 우리 때도 있었지요. 다만 정태춘 같은 민중가수나 동문출신 가수를 초청했습니다. 지금 연예인 초청행사의 문제는 전체 축제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역할이 너무 크다는 데 있어요. 연예인들이 오지 않으면 학생들이 오지 않는다는 총학생회의 인식이 있고, 연예인도 평범한 연예인 아니라 가장 ‘핫’한 연예인이 와야 한다는 학생들의 인식도 있죠. 하지만 연예인들에게 축제의 사활을 건다는 것은 장기적으론 대학 내 자율적인 문화를 죽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는다고 봐요.”

- 야간주점 중심의 축제도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술 없는 축제’에 대한 생각은.

: “논의에 앞서, 주점을 문제로 바라보는 시선에 우선 문제를 제기하고 싶네요. 건전하지 않다, 문제가 있다는 시선은 거부해야 한다고 봅니다. 대학은 청정공간이 돼야 한다고 바라보는 시선은 학생회나 동아리 활동을 규제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봐요. 학생들을 통제하고 규제하는 방식으로서 작동하는 거잖아요. 주점은 학생들의 자율적 문화로 남겨두는 게 맞다고 봅니다. 참고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주폭척결을 내세운 적이 있어요. ‘사회 4대악 근절’, ‘금연구역 확대’ 같은 사회적 규제가 대학에 들어온 게 주점 폐지예요.”

최 : “저도 지나친 규제에는 반대합니다. 술 때문에 많은 문제가 발생하지만, 술을 통해 가져갈 수 있는 우리들의 추억도 가치가 있으니까요. 진솔한 대화가 오고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을 봤으면 좋겠어요. 또 주점이 수입 등 이익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부가적인 가치를 가진 다양한 콘텐츠를 창출하는 면도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합니다.”

남궁 : “술을 마시는 것의 의미는 사실 교수와 동문들이 학생들과 소통한다는 의미도 갖습니다. 교수시절도 그렇고 학생들이 마련한 주점에 가서 술잔을 기울이곤 했어요. 그러나 ‘술 없는 축제’ 구호가 나오게 된 맥락을 살펴봤으면 합니다. 술만 흥청망청 마시는 문화는 남는 것이 없다는 지적에 공감합니다.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바자회를 열거나 대학강의실을 개방에서 대학이 관리책임을 지는 방식 등의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 “물론 술이 완전히 없는 축제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술을 마시는 것이 중요한 목적의 하나처럼 여겨지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시절의 술 습관이 나중에도 이어진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대학시절에 술을 대하는 자세와 절제 있는 음주 문화를 익히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것이죠. 대학축제 기간 동안 대학 캠퍼스가 온통 술 냄새로 찌들고 술로 인한 크고 작은 사고들이 일어나고 이것들이 마치 축제의 추억처럼 미화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대학축제는 변화의 기로에 섰는데. 새로운 대학축제 문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하나.

남궁 : “학생활동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보장하고 학내 구성원 간 소통을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지나치게 술 문화로 흘러가는 대학축제를 지역민과 함께하는 의미 있는 문화행사로 자연스럽게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봐요.”

: “대학은 문화의 생산과 유통, 소비가 동시에 일어나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대학 문화의 생산자라면 동아리가 있죠. 동아리의 ‘생산’이 축제라는 장을 통해 외부에 드러나고(유통) 이를 학생들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즐기는 것(소비). 이런 대학문화의 큰 틀은 지켜나가야 한다고 봐요. 결국 다양한 동아리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알렌산드라 : “한국대학의 축제에서 문화행사를 좀 더 늘렸으면 좋겠어요. 술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연극이나 동아리제 등 학생들의 다채로운 공연 프로그램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축제는 갓 입학한 신입생들의 참여율이 높은데, 신입생들은 이런 공연을 접하면서 동아리에 대한 흥미를 갖게 되는 것이죠. 교내 동아리 홍보를 위해서라도 재학생들의 문화행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패널소개- 가나다순

- 권경우 문화평론가 : 계원예술대학 강사,  '문화과학' 편집위원, 문화사회연구소 소장.

- 남궁근 서울과기대 총장 : 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부회장, 현 지역중심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 회장, 미국 피츠버그대 행정학박사

- 노석균 영남대 총장 : 현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부회장, 현 경상북도 '비정상의 정상화 자문위원회' 위원장,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채플힐 화학박사

- 바바키나 알렉산드라(러시아 유학생) : 경기대 산업경영공학 석사과정 3학기 재학 중, 러시아 ‘Far east state university of transport’와 우리나라 가톨릭대에서 경영학 전공, 한국 거주기간 7년

- 최종운 고려대 총학생회장 : 공대 기계공학과 11학번, 4학년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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