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관(본지 논설위원/덕성여대 교수)

최근 김희정 의원을 비롯한 여당의원들이 발의한 ‘대학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은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에 얼마나 심각한 문제가 있고 방향이 잘못되었는지 확연하게 드러내 준다. 법안은 정부가 대학평가를 토대로 대학에 행정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전국대학을 등급화하여 차등적으로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정부방안을 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의 주안점은 평가 부분에 있다기보다 사학재단에 특혜를 부여하는 ‘해산 및 잔여재산의 처분 특례’에 있다. 
 
법안은 사학재단의 출구를 마련해주어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한다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워 국가에 귀속도록 되어 있는 현행법의 규제를 풀어서 공익적인 자산을 개인의 사유재산처럼 처분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고자 한다. 대학의 재산은 설립자의 최초 기여분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학생들의 등록금과 정부지원금, 세금 혜택, 주변 기반시설 등 공익적인 목적에 따른 지원으로 형성된 것이고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라서 대개 애초 자산가치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가 높아져 있다. 그동안 소유권은 없이 경영권만 행사하다가 학교운영이 어려워져 물러나야 할 처지의 사학재단 입장에서는 이런 횡재가 없다. 세월호로 침통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슬그머니 발의되었기 때문에 아직 국민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상식에 어긋나도 한참 어긋나는 이런 법이 국회를 통과할 리도 없고 통과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더욱이 현행법에 우선하는 ‘특례’를 두어서까지 부실사학 경영자에게 혜택을 주는 반면 정작 보호받아 마땅한 교수와 학생 등 교육현장의 구성원들에 대한 대책은 미약하기 짝이 없다. 학생은 그나마 편입학 등의 조치를 처하도록 하여 최소한의 대책은 명시하고 있으나 그뿐이고, 강제적인 통폐합 과정에서 빚어질 혼란과 피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교직원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대책 없이 내버려두고 있다. 이 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교수의 대량해고 사태가 발생하면서 대학의 교육현장이 피폐해지고 학문생태계가 교란되는 등 큰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다. 평가가 나쁘거나 학생 수 부족으로 대학이 퇴출위기에 몰리면 사학재단은 세월호 선장처럼 재산을 처분하고 빠져나가 버릴 것이고, 학생과 교직원만 침몰하는 배에 버려진 승객처럼 고통을 겪을 것이다. 이번의 대학구조개혁법안은 이런 행위를 보장해주는 법이다. 
 
10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친 대학의 구조개편이라면 모름지기 그동안 고등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배려하는 정책이어야 하고, 법안에는 구성원에 대한 보호 대책을 명시해야 한다. 그러나 법안은 경영자인 사학재단만 과도한 특혜를 주어 보호하면서, 교육의 주체인 학생과 교직원은 내팽개치고 있다. 말하자면 도산하게 된 기업체의 경영진에게는 남은 재산을 빼돌리게 하면서 직원들은 길거리로 내쫓아버리는 짓과 다를 바 없다. 이것이 어떻게 교육을 관장하는 교육부가 할 일인가? 학령인구 감소니 구조개혁을 통한 경쟁력 강화는 모두 핑계요 기득권세력과 밀착된 사학재단의 이해관계를 챙기는 것이 진짜 목적인 것처럼 보일 정도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여당이 내놓은 대학구조개혁법안을 철회하는 것은 물론 마치 부실기업 정리하듯이 추진하는 교육부의 대학구조조정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진정한 대학구조개혁의 틀을 새로 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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