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위로’ 한계 … "사회 모순, 개인 책임으로 돌려" 비판도

[한국대학신문 송보배 기자]한동안 우리 사회를 달군 힐링 열풍이 지고 있다. 특히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위시해 20대 청년층에 불어 닥친 힐링 코드가 빠르게 꺼져드는 추세다.

20대 힐링 트렌드 종결되나 =  출판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다. 교보문고의 2010년~2014년 20대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2012년 1위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2위 ‘안철수의 생각’, 3위 ‘아프니까 청춘이다’, 4위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가 차지했다. 1, 3, 4위가 ‘힐링코드’를 담은 에세이였다. 그런데 2014년 상반기 20대 베스트셀러는 1~2위 소설, 3위 여행, 4위 토익 서적이 차지했다.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의 진영균 씨는 이에 “2011년에서 2013년까지 힐링 코드를 담은 에세이가 대세였다. 올해 초부터는 인문, 정치 등 분야가 다양해졌고 강신주, 마르케스 등 깊이 있는 책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며 “출판계에선 20대가 힐링에 피로감을 느낀다고 파악한다”고 밝혔다. 그는 “강신주, 강준만 교수 등이 ‘감정’을 앞세운 책을 펴냈는데 이에 ‘힐링’에서 ‘감정’으로 코드가 이동했다고 분석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힐링’ 심리적 위로의 한계 지적 = ‘힐링’ 코드에 대한 비판 여론도 포착된다.

올 초 철학자 강신주 박사는 “힐링은 미봉책”이라며 강하게 비판해 화제가 됐다. 그는 “힐링은 본질적인 문제 해결은 못하고 위로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며 “내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라고 말했다.

또 지난 7일 한 포털 사이트에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대한 비판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글쓴이는 서울대 나와서 고액 과외 했으면서 힘들게 살았다고 징징”이라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게재된 다른 게시글에서는 “본 의도는 좋은 뜻일 수 있는데 (우리나라 환경에선)착취 의미로 변질됨”이라고 지적했다.

이렇듯 ‘힐링’에 대한 비판 여론이 나오는 것은 강신주 박사의 말처럼 힐링이 심리적 ‘위로’의 선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대 청년층이 겪는 불안을 일소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5월 고용지표에 따르며 국내 청년실업률은 8.7%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p 증가했다. 최근 호주 유력 일간지 ‘디오스트레일리안’ 보도에 따르면 호주 청년 취업률도 57.4%로 20년 만에 최저를 기록하는 등 세계적으로 청년문제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20대의 한 석사과정생은 “20대가 겪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무슨 통과의례처럼 보는 것 같아 불편하다"며 "힐링 코드는 ‘노력’으로 모든 걸 다 극복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20대가 느끼는 현실은 ‘노력해도 안 되는 좌절감’이다”고 말했다.

대중문화비평가 서병기 씨는 “힐링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정면에서 의식하고 해결하는 개념이 아니며, 우리 사회 모순에 적용하기엔 너무 추상적이다. TV 드라마, 예능에서 강박적으로 힐링을 외치지만 힐링이 표면적인 위로일 뿐 실질적인 해결이 아니기 때문에 힐링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는 것”이라 진단했다.

대학가의 한 강사도 “힐링이라는 것은 결국 (사회의 구조적)현실 문제를 개인 책임으로 돌리려는 것 아니냐”며 사회 모순의 개선이 아니라 개인에게 인내할 것을 강요하는 ‘힐링’ 코드의 한계를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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