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신나리 기자] 대학 시절 붉은 글씨를 자주 접했다. 리포트에 대한 점수와 평 몇마디는 늘 단짝이었다. 짧게 한 마디를 써주기는 경우도 있지만 잘한 점과 아쉬운 점을 상당한 분량으로 평해주는 경우도 있다. 그런 조언 덕분에 왜 그와같은 점수를 받았는지 무엇을 놓쳤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수많은 리포트에 치여 힘들었으면서도 부족한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빨간 글씨의 조언을 설레며 기다렸다.

모 대학의 총장과 전화통화 중에 총장이 ‘리포트’ 얘기를 꺼냈다. 대학에서도 학생들이 리포트를 제출하면 점수와 평가소견을 적어 돌려주는데, 교육부는 모든 게 ‘비밀’이라는 것이다. 그는 학생들의 리포트에 피드백하는 건, 평가점수에 대한 당위를 설명하는 동시에 학생들이 그 다음 과제를 준비하고 한발짝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게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의 기본 아니겠느냐는 말이었다.

그 총장은 교육부는 단 한 번도, 평가에 대해 피드백을 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선정 결과 후 대학의 자체적인 분석과 떠도는 소문으로 ‘탈락’과 ‘선정’ 과정을 추측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교육부는 대학에 제대로 된 ‘피드백’을 해준 적 없다. 최근 대학들이 숨죽여 기다리던 정부재정지원사업 선정결과가 연이어 발표됐는데, 이때도 마찬가지였다. LINC사업, 고교교육 정상화 사업, ACE 사업에 이어 대학 대부분이 사활을 걸었던 대학 특성화 사업이 그랬다.

이들 사업의 공통점 중에 하나가 바로 모 대학 총장이 지적한 ‘선정결과 외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떨어진 대학은 무엇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선정된 대학은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잘는지 알고 싶어 했지만 어떠한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자체적으로 ‘추측’할 뿐이다.

교육부의 모든 사업은 투명성과 공정한 평가가 기본이다. 교육부의 정책과 선정 결과가 대학에 미치는 영향이야 말할 것도 없지 않은가. 물론 교육부도 공정한 평가를 위해 자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그 노력에만 기대 마냥 ‘추측’만 하고 있자니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감이 안 잡힌다는 게 대학들의 푸념이다.

결국, 교육부도 대학도 대학의 발전을 위해 이런저런 정책을 도입하고 점검을 해가며 노력하는 기관 아닌가. 그렇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사업 선정과 탈락에 대해서 ‘피드백’해야 한다. 부족한 것은 채우고 잘한 것을 키워가며 각 대학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교육부의 ‘피드백’이 필요하다. 사업 선정이 끝나면 그 결과에 대한 평가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그렇다면 교육부도 더 이상 평가에 대한 이러쿵저러쿵 뒷얘기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서로에게 믿음을 주고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