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한주 고등직업교육평가인증원장(동양미래대학 교수)

우여곡절 끝에 교육부장관이 선임됐다.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지난 8일 취임 일성으로 굵직굵직한 교육 현안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초·중등 교육에서는 생명존중, 인간 존엄의식 고취, 인성교육, 자아정체성 확립, 잠재력 발견 및 진로탐색, 사명감과 직업관 고취, 선취업-후진학제도 활성화, 고등(대학)교육에서는 특성화와 산학협력 활성화, 대학구조개혁, 외국인 유학생과 해외동포 유학생 유치, 평생교육수요 흡수, 소득연계형 반값 등록금 목표 완성, 교육체제 전반에 대해 안전교육체제 강화, 교육활동 전반의 안전성 제고, 공교육 신뢰 회복, 학생들이 행복한 교육 지향, 창업 생태계 조성, 학벌주의 폐단 해소 등을 강조했다.

교육부 수장으로서의 취임에 즈음해 내놓은 짧은 정견에 불과하지만 국민 여론의 기대와 여망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일말의 아쉬움을 느낀다. 요컨대 구체적인 개선책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 교육부장관은 정부조직 개편과 동시에 초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직을 수행하게 된다는 점에서 국민들은 ‘진정한 혁신을 바탕으로 한 비전의 제시’를 기대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표출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오랜 기간 쌓여온 ‘적폐’다. 적폐는 ‘국민을 불안하고 불행하게 하는 모든 사건·사고의 총체’에 해당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고착된 안전 불감증, 학교 집단폭력, 군의 기강 해이 및 집단폭력, 공직자의 기강 해이 및 부정부패, 관피아로 인한 담합과 유착, 도덕성 파괴와 가치관 부재, 역사의식 결핍과 국가관 부재 등은 잘못된 교육정책의 산물임에 틀림없다. 박근혜 대통령께서도 이러한 점을 주목해 ‘윤일병 폭행 사망 사건’과 관련, 인성교육과 인권교육 강화를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 현실은 어떠한가. 초·중등교육과정은 학위·학벌만능주의로 인해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일관하고 있다. 고등(대학)교육정책은 사립대학 의존도가 높은 현실에서 반값등록금 정책(동결, 인하 등)으로 말미암아 교육 부실을 우려할 정도로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다. 대학들은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대학의 본질적 영역인 자율성, 다양성, 학문적 특성을 포기하고 정부 주도의 천편일률적인 취업준비대학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인성교육과 인권교육이 실효를 거둘 수 있으며 도덕성과 가치관, 투철한 국가관을 갖춘 인재가 배출될 수 있겠는가. 이런 시점에서 국가 혁신을 위한 ‘국민의식 혁신’, 국민의식 혁신을 위한 ‘교육 혁신’, 교육 혁신을 위한 ‘교육정책 혁신’이라는 파천황(破天荒)만이 근원적인 처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교육정책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파악함에 있어서 겸손한 자세로 국민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교육 현안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둘째는 정책 입안과 시행에서는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이 요구된다. 정책실명제의 실질적 도입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원칙을 활용해야 한다. 우리 교육사에서 실험의 장은 이미 끝났다. 잘못된 교육정책들로 인해 야기되는 국가적 폐해를 최소화해야 할 시점이다. 셋째로 도덕 불감증을 해소하고 올바른 가치관과 국가관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시민 소양교육’을 전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이는 국민의 안전 및 행복의 보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넷째는 ‘능력중심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단순한 캐치프레이즈가 아닌 입직(入職)과 미래 비전이 동반된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정부부처 간 고도의 정교한 콜라보레이션이 작동돼야 할 시급한 현안이다.

마지막으로 대학의 현안 과제인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는 정부의 고등교육재정지원규모 확대를 통해 실현해야 한다. 사립대학 의존도가 높고 고등교육재정투자가 낮은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고 해결책 마련을 위해 정부가 직접 발 벗고 나서야 한다. OECD국가 최하위 수준의 고등교육재정투자 규모로는 세계수준의 교육경쟁력을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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