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과 월드컵 맞물려 불법 사이트 이용자 늘어

정부 부처·대학, 도박중독 예방·치료 역할 강화해야

# 한 수도권 대학에 재학 중인 3학년 대학생은 학기 내내 공장아르바이트에 매진했다. 호기심에 시작한 불법 스포츠 토토로 잃은 돈을 메우기 위해서다. 그는 8개월 전 친구의 제안으로 불법 스포츠 토토를 시작했다. 본인이 메이저리그에 관심이 많아 한 두 번 승패를 맞추다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점점 배당이 높은 경기에 배팅을 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400만원을 잃었다. 부모님에게 말도 못한 채 공장 일에 뛰어들었다.

[한국대학신문 김소연 기자]대학생들의 스포츠 도박 및 불법 온라인 도박에 빠져 폐해가 극심해지고 있다. 스포츠 도박으로 탕진한 빚을 갚으려 범죄까지 저지르는 등 스포츠 도박이 학생들의 정신건강에 위협이 되고 있다. 대학생의 도박중독 위험에 예방과 치료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민체육공간에서 발행하는 ‘합법’ 스포츠토토 판매액은 지난해 3조원을 돌파했다. 스포츠 토토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불법 사설업체 시장 규모은 훨씬 빠르게 커졌다. 지난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는 불법 스포츠 도박시장의 규모를 약 7조6000억 원으로 추정했다.

대구가톨릭대 정신과학연구소가 2010년 전국 대학 남녀 학생 2026명을 대상으로 도박 실태 조사를 한 결과 18.9%에 해당하는 학생 383명이 스포츠 토토 경험이 있었다. 당시 연구책임자였던 김영호 을지대 교수(중독재활복지학과)는 “불법적 스포츠 도박도 상당한 수를 차지했을 것”이라면서 “지난 3년 사이 스포츠 토토가 엄청나게 성행해 지금은 더 많은 학생들이 스포츠 도박에 빠져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학생들은 스포츠 토토를 접한 뒤 자연스럽게 불법 사설 스포츠 도박업체로 넘어가는 수순을 밟는 경우가 많다. 졸업을 앞 둔 한 대학생 김모(24)씨는 “스포츠 토토를 하다가 배당금이 더 높고, 바로바로 환전을 할 수 있는 사설 업체를 이용하게 됐다”면서 “사설업체가 더 편리하다”고 답했다. 도박 매체 접근성이 높아짐에 따라 대학생들은 불법인지도 모른 채 스마트폰, 인터넷을 이용해 쉽게 스포츠 도박을 즐기고 있다.

특히, 스포츠 토토는 최대 10만원 까지 배팅하는데 반해 불법 스포츠 도박은 한 경기 당 배팅할 수 있는 금액이 최대 300만 원에서 500만 원에 달한다. 또 불법 스포츠도박 업체는 배당률이 80~90%로 높고, 한 경기가 끝나자마자 계좌로 수익을 바로 환급해주거나 다른 경기 배팅 금액으로 사용하도록 한다. 이런 탓에 학생들은 배팅의 자극성과 위험성이 더해진 불법 스포츠도박에 쉽게 빠져든다.

지난 방중에는 브라질 월드컵이 맞물리면서 불법 사설업체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우리나라 특정 선수가 월드컵 경기에서 골을 넣는지부터 25분 동안 먼저 골을 넣는 팀, 어떤 선수가 드로잉을 먼저 할지 등 결과를 바로바로 알 수 있는 배팅 유형을 도입했다. 유명 온라인 게임 옆에 팝업 창을 띄워 자연스럽게 불법 사이트 이용을 유도하기도 한다. 아시안게임이 지난 19일부터 보름간 이어지는만큼 이들 불법 사설업체는 또다시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대학생들은 또 다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학생들의 도박 중독이 위험 수위에 오름에 따라 치유센터를 찾는 연령대도 낮아졌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서울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 김연수 치유팀장은 “특히 대학생들은 사실을 은폐하려 하고, 금전적 문제가 생긴 후에야 부모와 상의하는 경향이 있어 중독이 심각해지고 있다”면서도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대학생은 드물지만 치유센터를 찾는 연령이 하향화됐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에서 스포츠 토토를 발행하는 만큼 젊은 층의 도박중독 치료와 예방, 감시감독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국 가톨릭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사감위와 보건복지부 등 관계 기관에서 치료기능과 도박 중독 예방을 확대하고 불법 사이트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대학 내 심리상담시설과 주변 지역센터, 외부 전문의학기관 등과 연계하는 시스템을 갖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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