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교육특구 경기 과천·충북 청원 ‘눈길’…서울 송파·양천·노원은 ‘초라’

대구 수성·부산 해운대·광주 남구는 서울 강남구 뺨치는 실력 과시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공부 잘하는 시군구 지역, 이른바 ‘교육특구’의 중심이 서서히 지방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1~2등급 비율 상위 30개 지역을 살펴본 결과, 전통의 서울 5개 교육특구(강남·서초·송파·양천·노원) 가운데 강남과 서초만 전 영역에 걸쳐 포함됐다. 양천은 5개, 송파와 노원은 단 1개 영역에만 이름을 올리는 데 그쳤다. 서울 교육특구의 빈자리는 대구 수성구, 경기 과천시, 충북 청원군 등 비 서울권 시군구가 채웠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2014학년도 수능을 본 응시자 60만6813명 가운데 일반고, 특목고, 자율고 재학생 44만959명의 성적 분석 결과를 21일 공개했다.

오랜 기간 수능을 지배하던 서울 교육특구의 명성은 확인하기 어려웠다. 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서초구, 대구 수성구, 경기 과천시, 충북 청원군 등 5개 시·군·구가 수준별로 시행된 국어A/B·영어A/B·수학A/B 6개 전 영역에서 1~2등급 비율 상위 30개 지역에 들었다.

강남 8학군에 포함되는 서울 송파구는 수학B에서 19위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서울 노원구는 쉬운 영어A에서만 29위로 턱걸이했다. 다만 서울 양천구는 5개영역에 이름을 올려 명성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는 서울권 교육특구의 졸업생 50~70%가 재수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표준점수 평균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서울 교육특구의 퇴조는 확연하다. 표준점수 평균이 상위 30위에 든 시·군·구를 보면 서울 강남구·서초구, 대구 수성구, 광주 남구, 경기 과천시, 충북 청원군, 경남 거창군, 제주 제주시 등 모두 8개 지역이었다. 역시 서울은 강남과 서초만 남았다. 이어 양천이 3개, 송파가 1개 영역에 이름을 올리는데 만족했다. 노원은 전무했다.

반면, 지역 교육특구의 강세는 뚜렷했다. 전통적으로 강한 대구 수성구는 물론, 광주 남구, 해운대구 모두 최소 5개 이상의 영역에서 전국 30위 안에 포함됐다. 대구 수성구는 1~2등급 기준과 표준점수 평균 기준 모두에서 전 영역 30위에 들었다. 광주 남구는 표준점수 평균 기준으로 전 영역에 이름을 올렸고, 해운대구는 두 가지 기준에서 똑같이 5개영역 전국 30위에 포함됐다.

신(新) 교육특구의 등장도 눈에 띈다. 경기 과천시와 충북 청원군은 수능 1~2등급 비율과 표준점수 평균 기준 모두에서 전 영역 상위 30위에 포함됐다.

영역별 최고점수도 대부분 지역 시군구가 차지했다. 1~2등급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국어B, 수학A, 영어B는 강원 양구군, 국어A는 전남 장성군, 수학B는 서울 강남구, 영어A는 경북 울진군이다. 표준점수 평균이 가장 높은 지역은 국어B, 수학A, 영어B는 강원 양구군, 국어A는 전남 장성군, 수학B는 경기 과천시, 영어A는 경북 울진군이었다.

서울 교육특구의 약세는 최근 수년간 수시 중심으로 치러지고 있는 입시정책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보가 빠르고 학원가가 밀집한 서울지역은 수능보다 비교과 활동이나 대학별 고사를 강조하는 수시에 상대적으로 빨리 적응한 셈이다. 지역 고교는 수시형 전략에 대응이 늦고 내신과 수능에 집중하는 경향이 여전히 강한 편이다. 여기에 대구 수성구와 부산해운대구, 대전 유성구, 광주 남구 등은 중산층 비율이 높고 교육열이 높기로 서울 강남 못지 않다는 사실도 지역의 수능 강세를 뒷받침 한다.  

그 밖에 대도시와 읍면 지역간 성적 차이는 더욱 심화됐다. 차이는 수학B형을 기준으로 11.1점이나 벌어졌다. 표준점수 평균의 차이는 국어A 5.6점, 국어B 5.3점, 수학A 4.2점, 영어A 6.3점, 영어B 9.3점으로 지난해보다 국어 A·B와 수학A, 영어A 가 줄었다.

사립학교의 표준점수 평균은 전 영역에서 국·공립학교보다 앞섰다. 점수차이는 국어A 4.2점, 국어B 4.4점, 수학A 4.8점, 수학B 5.5점, 영어A 2.8점, 영어B 5.2점이었다. 2013학년도와 비교하면 점수차이는 수학B(수리나 4.3점)를 기준으로 최대 1.2점이 났다.

재수생의 강세는 변함이 없었다. 응시자의 학력별로 보면 재수생이 재학생보다 국어A 9.4점, 국어B 9.9점, 수학A 11.2점, 수학B 8.1점, 영어A 5.7점, 영어B 9.3점 높았다. 전년도의 재수생과 재학생간 표준점수 평균의 차이는 언어(9.0점), 수리가(6.8점), 수리나(9.9점), 외국어(10.7점) 등이었다. 1~2등급 비율은 모든 영역에서 졸업생이 높은 반면, 8~9등급 비율은 재학생이 높았다.

여학생의 강세도 여전해 1~2등급 비율 기준으로 어려운 수학B를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높았다.

한편, 전체 수능응시자 수는 2011학년도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줄고 있어, 학령인구 감소가 서서히 대학입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수능 응시자 수는 60만6813명으로 2011학년도 66만8991명보다 6만2178명 줄었다.

           <자료출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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