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 사지(死地)로 모는 획일적 평가 지양해야”

[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 대학 총장들이 대학평가가 다양화하고 세분화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본지가 21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개최한 '국회 교문위 위원장 및 여야 위원 초청 전국 대학 총장 간담회'에서 대학 총장들은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평가지표의 다양화와 세분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국립대와 사립대,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 등을 분리해 평가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매번 나오는 말이지만 정책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국회 교문위원회 유기홍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현재 대학평가 기준을 가지고 구조개혁을 진행할 경우 지방대는 거의 전멸할 것”이라며 “오늘 총장님들과 이 문제의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총장들 대부분은 대학 특성에 따른 평가 기준 적용과 보다 정교한 정성평가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 대학구조개혁의 근본적인 목적이 대학을 고사시키는 게 아니라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있어야 한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김석준 안양대 총장은 “20여 년 전에 국내 대학의 교육 평가 제도가 처음 도입됐다. 그 때도 연구·교육·실무교육중심대학 등으로 줄을 세웠는데 이러한 ‘한 줄 세우기’ 평가 체제가 정부의 재정지원제한대학이다 뭐다 하며 아직까지도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총장은 “과거 4·5공화국 때 전국의 이공대학을 지역별로 특성화해서 ‘화학은 어느 지역, 기계는 어느 지역’ 등 이런 식으로 분리해 오늘의 한국경제를 이끄는 대기업 삼성 등을 만들어냈다”며 “이런 평가와 분리 체제가 오늘날의 전문화와 다양화, 특성화를 만들어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여자대학이 평가에 전적으로 불리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혜정 서울여대 총장은 “오늘날 여성은 가정과 취업·직업을 동시에 해야 한다. 때문에 여자대학으로 가장 불리한 것은 취업률 지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 미래는 여성인재가 굉장히 많이 투입돼야하는 상황이다. 여자대학의 경우 여성을 교육시키는 프로그램 등을 축적해 왔기 때문에 여자대학이라는 것만으로도 (획일적 평가가 아닌) 다양한 관심을 많이 가져야한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사학과 관련된 ‘오너십(owner ship)’에 대한 평가를 강화해야한다고 주장도 나왔다.

홍덕률 대구대 총장은 “정부정책을 보면 사학과 관련한 규제보다는 학사·교육에 관한 규제가 더 많다. 오히려 이 반대가 되어야 한다. 오너십에 대해서는 좀 더 엄격할 필요가 있고 대학의 학사 교육의 대해서는 자율적이고 관대한 평가 체제가 필요하다”며 “지금 같은 획일적 평가는 지방대학을 사지로 모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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