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성명, 거리집회로 들썩... 과격 행동 자제 목소리도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로 충격에 휩싸여 있던 대학가가 거센 반발에 나섰다. 교수들의 잇단 성명발표와 거리집회, 학생들의 동맹휴업 등 빗발치는 항의와 자제를 당부하며 진화에 나선 교육당국의 움직임으로 탄핵 정국 대학가가 들썩이고 있다. ◆교수들 “탄핵 반대” 성명=지난 18일 전국 각지에서 탄핵을 규탄하는 교수들의 행보가 이어졌다. 이날 오후 전남대, 조선대 등 광주·전남 14개 대학으로 구성된 '탄핵무효 주장 광주·전남 교수협의회'(대표 박대환 조선대 교수) 1백여명의 교수들은 광주 충장로에서 “대통령 탄핵소추는 무효”라고 주장하며 거리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5백26명 교수 명의로 시국선언문을 발표한데 이어, 대형 태극기와 촛불을 들고 거리행진을 하며 시민들에게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홍보물을 배포했다. 같은 날 부산·경남지역 교수들도 성명을 내고 탄핵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동아대 교수 54명과 울산대 교수 63명은 각각 발표한 성명에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탄핵소추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또 최갑수 서울대 교수, 이영학 한국외대 교수 등 역사학자 2백여명은 성명을 내고 “이번 탄핵은 한국 민주화를 전면 부인하고 한국 역사를 후퇴시키는 심각한 사태”라고 주장했다. ◆학생들 “총선으로 심판할터”=탄핵을 반대하는 학생들의 움직임도 잇따랐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은 오는 25일 1차 동맹휴업을 계획한데 이어, 다음달 2일 2차 동맹 휴업을 갖기로 하고 학교별 참가 여부를 조사 중이다. 한총련은 또 지난 19일부터 3일동안 열린 대의원대회 기간에 ‘비상시국 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과 ‘탄핵무효, 16대 국회해산,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전국 대학생 총궐기대회’를 갖고 탄핵반대 투쟁방침을 거듭 밝혔다.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침묵해 온 비운동권 총학생회 연대인 ‘학생연대 21’(임시의장 신진수 한양대 전 총학생회장)도 “정당치 못한 이번 탄핵안 가결에 대해 적극 항의하겠다”며 탄핵 반대 입장에 힘을 실었다. 한편 ‘탄핵정국을 심판하자’는 목소리가 대학생들 사이에서 4.15 총선 참여 열기로 재생되고 있다. 현재 연세대, 대구대, 건국대 등 전국 75개 대학은 학생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부재자투표 홍보와 신청접수를 진행 중이다. 부재자투표운동본부는 오는 27일까지 학생들로부터 부재자투표 신청을 받아 31일까지 선거관리위원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자제 목소리=탄핵논란이 가열되면서 교육당국은 구성원들의 자제를 요구했다. 안병영 교육부총리는 지난 16일 “대학 구성원들이 자칫 과격한 자기주장과 집단행동에 휩쓸리지 않을까 염려된다”며 전국 4백여개 대학과 전문대학 총·학장에게 정상적인 학사 운영과 면학분위기 조성에 힘써 줄 것을 당부하는 내용의 긴급 서한을 발송했다. 이중 숭실대 총장은 “모두가 마음이 아프겠지만 빨리 안정을 되찾아야 한다”며 “탄핵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겸허해야 하고 반대했던 사람들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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