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지원제한 평가로 정원감축 목표치 87.8% 달성… 대학가는 불만고조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대학들이 2015학년도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를 통해 7045명을 추가로 감축하게 되면서, 교육부는 2016년까지 정원 4만 명을 줄인다는 목표치의 88%를 달성하게 됐다. 사실상 정원감축이 최종 지정과 유예를 가르는 요인이 되면서 대학가에선 본래의 취지를 벗어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이 마지막 평가인만큼 교육여건이 부실하고 질이 낮은 대학을 가려내는 게 아니라 정원감축 목표치 맞추기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이번 평가에서 추가로 가산점을 인정받은 대학들의 감축 규모는 4년제 대학 1912명과 전문대 2332명 등 총 4244명이다. 대학 특성화 사업에 선정되지 않은 대학들도 이번 평가에서 가산점을 받은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하위 15% 대학에 1차로 지정된 35개 대학 중 16개 대학이 정원을 추가로 줄여 지정유예됨에 따라 추가 감축정원은 2039명(대학 1186명, 전문대학 853명), 2016년에는 762명(대학 661명, 전문대 101명) 수준이다. 이번 평가로 7045명을 줄이게 된 것이다.

대학 특성화사업(CKⅠ,Ⅱ)과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사업의 정원감축규모까지 고려하면 대학들은 2017년까지 총 3만5000명가량의 정원을 감축하는 셈이다. 교육부가 올해 초 밝힌 대학구조개혁 1주기 목표치 4만 명 중 87.8%를 달성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교육부는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발표에 앞서 지난 22일 4년제 대학 20개교와 2년제 대학 15개교 등 총 35개 대학에 공문을 보냈다. 추가적인 정원 감축을 전제로 올해 처음으로 지정을 유예할 수 있으니 지정을 받아들이거나 공문에 명시한 수치의 비율만큼 정원을 감축하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점 때문에 올해를 마지막으로 폐지되는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가 당초 취지를 퇴색시켰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본지가 각 대학에 취재한 바에 따르면 1차 공문을 받은 대학들 중 최소 9개 이상 대학이 수도권에 위치했다. 수도권 대학들은 학생 모집에서 지방대에 비해 어려움이 적기 때문에 그대로 지정될 경우 큰 타격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결국 35개 대학 중 16개 대학은 최소 4%에서 최대 51%의 추가 정원감축을 택했다. 하위 15%에 지정됐다는 불명예도 피하고 내년도에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본래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지정 발표는 매년 8월 말 이뤄졌다. 수시모집 기간을 앞두고, 수험생이 교육여건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대학을 인지한 뒤 지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2015학년도 대입, 특히 수시모집에 지원할 학생들은 이번에 정원감축으로 빠져나간 하위 15% 대학들이 어디인지 알 수 없다.

애초에 구조조정 가산점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올해 정원감축률과 내년도 감축률을 더한 뒤 0.1을 곱하면 가산점이 나온다. 예를 들어 올해 3%를 감축했고, 내년에 이번 대학 특성화사업 가산점 최소 기준처럼 4%를 줄인다고 했다면 0.7점을 가산점으로 받을 수 있었다.

실제로 1차 통보를 받은 대학들 중에는 0.1점 차로 하위 15% 지정 여부가 판가름 나는 상황에서 정원감축 가산점이 크게 책정된 데 대해 사실상 ‘정원감축 평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백성기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은 “단순히 산술적으로 숫자를 줄이는 것이 아니다”며 “지정유예 대학들 입장에서는 이번 추가감축 규모가 무척 큰 과제가 된다. 스스로 강점 분야를 찾아 앞으로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천홍 교육부 대학재정지원과장은 “유예된 16개 대학에 지표 및 질 관리를 요구하는 다른 제재는 없으나, 정원감축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9일 교육부는 올해 마지막으로 지정하는 하위 15%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19개교 명단을 발표했다.

4년제 대학 중에서는 덕성여대, 청주대, 영동대, 서남대, 한려대, 대구외대, 신경대, 관동대, 한중대 등 9개교가 지정됐다. 재정지원 제한을 받는 전문대학은 웅지세무대학, 장안대학, 영남외국어대학, 대구미래대학, 광양보건대학, 김해대학, 경북과학대학, 순천제일대학, 강릉영동대학, 서해대학 등 10개교다.

올해는 학자금대출제한대학과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을 한꺼번에 지정했다. 4년제 대학은 신경대와 서남대, 한려대, 한중대 4개교이며, 전문대학은 광양보건대학과 장안대학, 대구미래대학 등 3개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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