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등 사립대 "재정 충실화 위해 불가피"

21C 세계수준의 대학으로 도약하겠다는 새로운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해마다 등록금 인상 문제로 학생과 대학간 갈등이 재연되면서 우리나라 대학경쟁력은 국제순위에서 바닥을 맴돌고 있다. 대학 재정의 대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대학들이 재정확충을 위한 대안으로 모색하는 것이 ‘기여입학제’다. 기여입학제 도입 전제조건과 전망을 담는다. 사립대가 재정확충과 관련해 모색하고 있는 기여입학은 아직 우리 사회에 ‘뜨거운 감자’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교육열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학 경쟁력은 세계 순위에서 하위권으로 밀려나 있다. 사립 재정이 턱없이 부족해 교육시설에 제대로 투자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주된 이유다. 미국은 사립대 전체 재정의 20~30%, 일본은 14~30%를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보조금이 5%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막상 재정마련을 위한 자구책을 강구하기도 어렵다. 대학 보직자들은 대부분 우리나라 대학이 자율성을 보장받지 못한 채 경직돼 있다고 지적한다. 학업성적 위주의 선발방법이 법령에 의해 강제돼 있어 대학들은 학생들을 ‘기여입학’과 같은 자율적 선발 방법을 시행하기 힘든 상황. 이런 가운데 연세대가 기여입학 논란에 선봉에 섰다. 연세대는 지난 2002년 3월 정부에 기여입학제 도입을 처음 건의했으며, 이후 정책 책임자를 초청해 기여입학제 관련 토론을 벌이는 등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 왔다. 지난 9일 선임된 정창영 연세대 신임총장 역시 연세대를 세계적인 대학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재정확충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기여우대제’를 제시, 기여입학 도입 논란에 불을 지폈다. 비판 입김이 세게 부는 동안에도 내내 기여입학 도입을 추진해온 연세대에서는 지난해 교내 교수 10명 중 9명이 기여입학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들은 특히 학교재정의 충실화를 위해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묻는 질문에 ‘기여입학제의 도입’(42.5%)을 첫 번째 항목으로 꼽기도 했다. 연세대 문일 화학공학과 교수는 “기여입학을 통해 교육기회를 균등화할 수 있고 장학제도를 확충해 부를 재분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사회적 합의와 신뢰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의 기여입학은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 대학사정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교육이 과열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기여입학은 입시투기를 조장할 수 있고 위화감마저 조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대학사회에서 물질적 기여를 의미하는 ‘기여입학’은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입시과열이 빚어지는 우리나라에서 기여입학이 실시되는 것은 입시제도마저 부패시키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의 기여입학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클 것이라며 대학들도 조심스러운 눈치다. 교육부 역시 국민정서를 들어 ‘기여입학제’도입을 반대하는 것이 공식 입장이어서 당분간 제도적으로 보장되기는 어려운 실정. 그러나 국가의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이 크게 늘 가능성이 없고 대학 역시 학생들의 등록금 수입 외에는 마땅한 재정 확보 수단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기여입학을 언제까지 터부시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생각해 볼 일이다. 제도 도입에 따른 안전장치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마련되느냐에 따라 사회분위기도 바뀔 수 있으리라는 시각이다. 예건대 기여입학제 전제조건으로 불평등 완화 차원에서 정원외 입학을 명분화하고 소외계층이나 저소득층 자녀에게 들어온 기부금의 일정 비율을 할당, 장학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기부금이 곧 입학 자격증과 동일시되는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부자 자녀의 당대 입학을 금지하되 후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별도 기구를 만들어 기부금의 사용처를 공개하고 누가 보아도 수긍할 수 있는 투명관리가 관건이다. 특히 기여입학제 도입으로 상당한 재정을 확보할 수 있는 대학들은 정부 재정 지원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그렇지 못한 대학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현청 사무총장은 “국민정서상 기여입학제 도입이 시기상조이긴 하지만 재정확보없이는 대학의 지속 발전도 없는 만큼 제도 도입을 신중히 모색할 때”라며 “문제는 대학들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있는 조건과 의지를 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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