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로이센의 민족주의
 

18세기의 민족주의는 사람들을 하나의 민족으로 통합해 국민국가로 발전시킨 이념이었다. 그 시대의 민족주의는 ‘원칙 없는 논리’로 독재자와 손잡았고 때로는 민중의 손으로 독재자를 단두대에 매달기도 했다. 이런 시대에 비스마르크(Otto Eduard Leopold von Bismarck)는 민족주의 정치가의 화신이었다. 1815년에 독일은 독일연방을 이룩했는데 그것은 39개 주권 국가의 느슨한 연방으로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가와 독일 북부 작센의 프로이센이 이를 주도했다. 특히 프로이센에서는 폰 슈타인(Karl von Stein)의 개혁정책으로 합리적인 자유주의가 계몽적 권위주의와 합쳐졌고, 세계적인 보편주의를 프로이센의 민족주의와 접목시켰으며, 과학주의를 전통적 생활에 적용시켰다. 그 결과 ‘프로이센 전통의 세계화, 세계적인 가치의 프로이센 화’가 학문의 기반이 될 수 있었다.

2. 전형적인 마키아벨리스트

이 시기 프로이센의 비스마르크는 ‘전형적인 마키아벨리스트’였다. 그는 19년간 프로이센의 재상으로 독일 통일을 이룩했으며 군주제의 정립과 독일의 경제 발전, 사회복지정책에도 앞장섰다. 그는 민주주의에는 역행적이었지만 독일의 발전에는 불세출의 대정치가였다.
그는 1815년 4월 1일 엘베강변 쇤하우젠 성의 융커 가문에서 태어나 괴팅겐 대학과 베를린 대학에 수학했다. 1845년 10월 지방 의회 의원이 되었고, 1847년 5월 베를린 군중집회에서 군주제와 사회질서의 유지‧영주의 재판권 강화‧유태인의 정치참여 반대 등의 선동적인 연설로 보수 세력의 지지를 얻었다. 그는 독일 통일에서 오스트리아를 배제하고 프로이센을 중심으로 한 독일 통일, 즉 소독일주의를 주장했다. 프랑크푸르트 국민의회의 프로이센 대사로 오스트리아 영향력의 차단과 관세 동맹에서 오스트리아를 제외시키는데도 앞장섰다. 빌헬름1세가 프로이센의 왕권을 계승한 뒤 1862년에 그는 47세의 나이로 재상이 되었다.

3. 철혈재상의 활동

그는 1862년 9월 30일 의회에서 이렇게 연설했다. “독일이 현재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프로이센의 자유주의가 아니라 군비입니다 … 이 시대의 중요 문제를 언론이나 다수결로는 좌우할 수 없으며… 당면 문제는 오직 ‘철과 피’에 의해서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얻어진 ‘철혈재상’이라는 이름은 그 뒤의 행적에 그대로 입증되었다. 그는 몰트케(Helmuth von Moltke)의 지휘로 세계 최강의 군대를 육성시켰으며 1863년 덴마크 전쟁의 승리, 1866년 오스트리아를 독일에서 축출했고, 프로이센 중심의 북독일 연방도 조직했다. 이어 남부 독일을 합치기 위해 1870년에는 보불전쟁을 일으켜 스당(Sedan) 전투에서 프랑스의 나폴레옹 3세를 포로로 잡았고 1871년1월에 프랑스의 항복을 받았다. 이로써 비스마르크는 독일 통일을 이룩했으며 1871년 1월 18일 베르사유 궁전에서 독일제국의 선포와 빌헬름 1세를 독일황제로 등극시켰다. 독일의 제국의회는 독일제국을 완성시킨 비스마르크의 공을 높이 사서 그에게 대공의 작위와 베를린 명예시민의 칭호를 헌증했다.

4. 준비된 지도자

비스마르크는 ‘준비된 지도자’였다. 대학시절에는 분위기에 휩싸여서 중세 기사의 흉내로 시간을 보냈다. 그런 그가 외교관으로 활동하면서 국가운영에 필요한 철학과 정치경제학, 국제법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맹렬한 투지로 책을 읽었고 글을 썼으며 그 때문에 자주 눈병도 앓았다. 그는 지도자의 최대 덕목은 ‘정확하고 신속한 결정’이며, 무식한 지도자의 최대 수치는 ‘맹목적인 고집’이라 생각했다. 그 자신이 프랑크푸르트 바울 성당의 성모상 앞에서 스스로 독일 통일의 일꾼이 되게 해달라면서 이는 자신만의 명예를 위해서가 아닌 ‘주를 섬기는 문명인의 책임’임을 간절히 기도했다. 그로부터 20년 뒤 그는 이를 성취했다. 그런 그도 ‘독일 통일’이나 ‘독일제국’이라는 표현을 보불전쟁 이전까지는 꼭꼭 숨겨두고는 이를 위한 준비에만 진력하면서 시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린 철저한 계획자였고 치밀한 실천가였다.

*** 진덕규 교수는 ...
이화여대 명예교수. 역사정치학자. 현재는 (재)한국연구원 이사장으로 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정치의 역사적 기원>, <한국현대정치사서설>, <한국정치와 환상의 늪>, <권력과 지식인>, <민주주의의 황혼> 등이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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