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후 의원 "부작용으로 국가대표 꿈 접은 학생도 있어"

[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 한국체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불법 생체실험이 10년 넘게 이뤄져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6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인터넷 탐사보도 언론매체 ‘뉴스타파’와 공동으로 한국체대 교수와 대학원생들의 연구 논문을 분석한 결과 합법적인 절차를 지키지 않고 무단으로 인간의 근육과 지방을 추출한 불법 생체시험이 2000년 이후에만 모두 21차례 실시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시험에 동원된 대상자는 모두 218명으로 절반 이상이 한국체대 학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생체시험 연구에 참여한 한체대 교수는 모두 6명으로 대학원생과 외부 연구진을 포함하면 34명이다.

정 의원은 “이들은 운동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생살을 찢어 멀쩡한 근육을 떼어내는 근생검과 지방을 추출하는 지방생검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인체를 마취한 뒤 조직을 떼어내는 시술은 주로 김모 교수가 담당했다.

김 교수는 걷기 운동이 중년 여성 복부 비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여성의 지방 조직을 떼어내는 지방생검을 직접 시술했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동영상에는 김 교수가 의료기구인 '바이옵시 니들'을 이용해 시험대상자 2명으로부터 지방을 추출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 논문에는 중년 여성 7명에게 지방생검을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또 한국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염모씨의 학위 논문인 '역도훈련 유형에 따른 골격근 내 세포신호전달 반응의 특이성'에는 한국체대 역도선수 18명의 근육을 추출해 시험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역시 김 교수가 직접 실험에 참가해 근생검 검사를 해준 것으로 돼 있다.

김 교수는 특히 학생들에게 성적을 미끼로 시험에 참여할 것을 권유해 학자로서의 연구윤리도 위반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정 의원에 따르면 근생검 시술을 받은 뒤 부작용으로 국가대표 꿈을 접은 한 학생은 지난해 1월 작성한 경위서에서 "시험에 참여할 경우 A+를 주겠다는 김 교수의 권유로 시험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 학생은 "김 교수의 부탁으로 학점에 욕심이 생겨 시험에 참여했으나 근육 채취가 이뤄진 다음 날부터 신경이 마비돼 오른발을 딛기 어려울 정도였다"라고 진술했다.

김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고강도의 저항성 운동수행에 의한 근세포 변화' 논문을 다른 교수와 공동으로 저술해 학회지에 개재했다고 정 의원은 전했다.

정 의원은 “김 교수의 근생검 ‧지방생검 생체 시험은 명백한 의료 행위 위반이다. 또한 부작용의 가능성이 높은 생체실험을 학점을 미끼로 학생들에게 시행한 것은 연구자이자 교수로서의 양심을 저버린 행위”라며 “교육부와 한체대는 연구 윤리 규정을 위반한 논문에 대한 학위를 취하하고, 관련자들에 응당한 처벌과, 피해를 입은 학생들에 대한 보상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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