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특별 좌담회서 어윤일 특임교수 "학습소비자 의식변화 따라잡아야"

▲ 한국대학신문은 29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회의실에서 대학의 미래 환경변화와 그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특별좌담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홍남석 한국대학신문 대표이사, 길용수 한국대학경영연구소장, 어윤일 경희사이버대 특임교수, 박영숙 유멘미래포럼 한국대표, 한석수 교육부 대학지원실장, 박춘배 인하대 총장, 이성우 국민대 전 총장, 김형률 숙명여대 교수.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고등교육 전문가들은 미래 고등교육 환경에서 온라인 대중 공개강의가 차지할 위상에 대해선 서로 생각이 달랐지만, 엄청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데에는 한 목소리를 냈다.

25일 한국대학신문 주최 ‘대학이사라진다-미래위기 진단과 대응방안 특별 좌담회’에 모인 각계각층의 고등교육 전문가들은 코세라와 에드엑스, 퓨처런 등 무크 플랫폼이 가져올 고등교육 환경 변화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이날 좌담회는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22층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홍남석 본지 대표이사는 서두에 “요즘 대학 총장을 볼 때마다 어렵다고 한다”면서 “우리나라는 산업화시대 고도성장을 거치면서 대학의 양적·질적 성장을 달성했지만, 후기정보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3가지 큰 변화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곧 학습소비자의 의식변화와 국경을 넘나드는 온라인 강의의 대중화, 고령화 등으로 인한 공교육 예산 축소 조짐이 그것이며, 오늘 좌담회는 15년 후인 2030년을 기준으로 대학 환경의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책을 강구해 보고자 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표적인 미래학자로 손꼽히는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한국대표는 학습소비자 의식이 변화를 지적했다. 그는 “기존에는 대학교수가 아는 것을 가르치고 싶은 대로 가르치면 됐지만, 이제 교육소비자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지식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가져올 수 있는 매커니즘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옛날에는 지식을 얻기 위해 공자를 찾아가는데 3년, 그 아래서 허드렛일 3년을 해야 비로소 지혜 한 마디를 얻었지만, 더 이상 맹자나 공자, 대학교수를 찾아갈 필요 없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성우 전 국민대 총장은 “저는 이렇게 정의를 내려 보고 싶다. 지금까지의 고등교육이 생산자 직거래 장터라면 이제부터는 하버드대와 MIT 등 세계적 명문대학의 교육 내용을 스마트폰 어플 고르듯이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바로 지식의 ‘유통 산업화’”라고 분석했다.

어윤일 경희사이버대 특임교수는 “학습소비자의 의식변화를 ‘마인드 웨어’로 설명할 수 있겠다. 과거 수많은 대학이 설립된 것이 하드웨어, 교수가 유학을 갔다 오는 것이 소프트웨어의 성장이라면, 앞으로 학생들의 마인드 웨어가 바뀌면서 대학캠퍼스에는 굉장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형률 숙명여대 교수(디지털휴머니티즈센터 소장)는 무크의 등장을 설명하며 변화의 속도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이미 2002년 미국으로 갔다가 인류의 지식과 정보가 인터넷으로 옮겨가는 것을 목도했다. 콘텐츠 생산자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는 등 많은 시도가 있었는데, 무크는 MIT와 하버드대 등 명문대학들이 참여해 2년 전에 치고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에서는 조금 늦었지만 무크에 대응하고 있다고 한석수 교육부 대학지원실장이 밝혔다. 한 실장은 “사실 교육부에서는 늦은 감은 있지만 한국형 무크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올해 대통령에 업무보고를 했다”며 “처음에는 평생교육 차원에서 접근했는데 최근 고등교육 쪽에서 앞서 나가고 이후 평생교육으로 확대 활용하는 방안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밝혔다.

박춘배 인하대 총장은 “태어날 때부터 온라인에 익숙한 학생들은 이미 무크에 대해 다 준비가 된 셈인데, 아직 교수들이 준비가 부족하다. 앞으로 이들 학생들이 교육환경 변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각의 바꾸면 대학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길용수 한국대학경영연구소장은 “무크와 학령인구 감소, 재정난 등으로 미래에는 400개 대학이 있다고 치면 이 가운데 200개가 없어져야 한다고 하는데, 차별화보다는 특성화로 접근 하면 400개가 각자의 경쟁력을 갖추고 모두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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